한여름에 창문을 달다

4천만원으로 11평 시골집 짓기 12

은퇴 후 교외 지역에 농막이나 작은 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원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10평 규모에 숙박까지 가능한 ‘농촌체류형 쉼터’가 허용되면서 시골에 소형 주택을 짓는 건축주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건축업과는 무관한 공무원 출신 방송국 PD가 고향 시골에 직접 집을 짓고 그 경험을 <이 PD의 좌충우돌 4천만원으로 11평 시골집 짓기>라는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됐다. 저자 이상철 씨는 2024년 7월호부터 3회에 걸쳐 본지에 프롤로그 성격의 내용을 연재했는데 짧은 기간임에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에 독자들의 아쉬움을 충족시키고자 잠시 중단됐던 ‘4천만원으로 11평 시골집 짓기’의 좌충우돌 스토리 연재를 재개한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사진 이상철(국악방송 프리랜서 PD)
요즘 집 지은 경험을 두 대학교의 평생교육원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원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막연히 시골집 짓기를 꿈꾸던 내 모습이 떠올라 성심껏 돕고 싶어진다. 많은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중 어느 분이 “집짓기에 여름이 좋아요? 겨울이 좋아요?”라고 물으셨다. 나는 5월에 시작해서 10월에 마쳤으니 겨울을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혹독한 추위에 일하는 것이 어느 정도 힘든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름철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씀드린다. 각설하고 내가 집을 짓던 2022년 6월, 바야흐로 그 뜨겁던 그해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착공 후 다섯 번째 주말
일주일을 보낸 6월 10일 금요일, 다시 화물차를 끌고 고향으로 향했다. 오전에 방송을 마치고 목재상에 가서 목조주택용 창문 5개와 2×4 방부목 5개 등을 구입해 화물차에 싣고 출발했다. 피곤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도착해서 창문 4개를 내려놓았다. 가장 큰 거실 창문은 혼자 들 수가 없어 내일 목수아카데미 동기들이 오면 함께 내리려고 차에 묶어 두고 숙소에 가서 쉬었다.
규격에 맞춰 판매하는 창문 크기는 피트feet 단위별로 나와 있다. 나는 5040, 4020, 3020, 2020 사이즈의 창문을 구입했다. 규격 5040은 넓이 5피트에 높이 4피트, 4020은 넓이 4피트에 높이 2피트란 뜻이다. 그런데 창문의 실제 넓이와 높이는 2분의 1인치inch씩 작다. 아마도 정확한 크기로 만들어진 창문틀에 수월하게 끼워 넣을 수 있도록 그렇게 제작되는 것 같다.
건축자재 중에는 그런 사례가 또 있는데 두께 12mm 합판으로 불리는 합판의 실제 두께는 그보다 작아서 11.5mm이고, 구조재 목재의 두께도 2분의 1인치씩 작다. 그러니까 투 바이 포two by four, 즉 2인치와 4인치 목재의 실제 두께는 1인치 2분의 1과 3인치 2분의 1인 것이다.
5040 창틀
화장실 2020 및 싱크대 앞 4020 창틀
규격용 제품과 맞춤형 제품
만일 별도 크기의 창문이 필요하다면 맞춤형 주문 제작을 해야 하는데, 규격용 제품보다는 많이 비싸다. 창문과 달리 현관문이나 실내문은 바닥 높이가 보일러 미장 높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바닥 공사 후 문을 달아야 하며, 작업 전에 폭과 높이 치수를 정확히 측량해 미리 알려주고 공장에서 재단이 끝나면 가져와 설치해야 한다.
창문의 위치나 크기는 설계에 반영해 벽체를 세울 때 이미 창문을 끼워 넣을 문틀을 만들었는데, 제일 큰 창문은 뒷산 전망을 바라볼 수 있도록 거실에 배치했다. 주방 앞에는 햇볕이 들어와 식기를 말릴 수 있도록 폭이 넓은 4020 창문을 눈높이를 고려해 천장에서 30cm쯤 내려 설치했다. 화장실에는 환기가 되도록 2020 창문을 앞뒤로 하나씩 뒀다.
내가 구입한 목조주택용 창문은 이중창이 아닌 단창이지만 3겹의 유리 사이사이에 일반 공기보다 무거운 아르곤 가스가 주입돼 있어서 단열 효과가 높다. 집이 완성되고 사람들이 왔을 때 한겨울에도 실내 공기가 훈훈하다고 했는데, 그건 나등급 단열재를 16인치 간격의 스터드stud 사이에 두텁게 넣은 벽체와 에너지 효율 2등급인 창문의 단열 효과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스틸방화문인 현관문은 단열 성능이 전혀 없어서 중문이 없는 작은 집에서는 에너지를 가장 많이 빼앗기는 곳이 되고 있다.
창문이 들어갈 자리의 아래에 4020, 2020 창문을 내려놓은 모습
5040 창문은 무거워 내려놓지 못했다.
창문 달기
다음날 아침 일찍 현장에 나와 혼자 일을 하고 있는데 목수학교 동기인 김 소장이 왔다. 그는 토목회사에 다니는 사람으로 아무래도 현장 일에 익숙했다. 나는 고향집 현장 방문이 처음인 그에게 일을 좀 많이 해달라는 뜻으로 “각오는 되어 있겠지”란 인사말을 건네며 반갑게 맞았다. 본심을 알아챈 듯 김 소장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비록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했지만 도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무리한 일을 시킬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공사 현장이 열악해서 조심해야 했다. 김 소장과 함께 외벽에 타이백을 붙이고 창문을 달았다. 창문을 달 때는 먼저 방수 작업을 꼼꼼히 했는데 학원에서 배운 대로 방수 테이프인 이지실E-Z Seal을 붙인 후 창문을 끼워 넣고 그 위에 또 이지실 테이프를 붙였다.
6월인데 벌써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낮 더위에는 너무 무리해서 일하지 않았다. 우리는 5개 창문 중 둘이 들 수 있는 4개 창문을 달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저녁에 목수학교 동기인 주 박사도 합류했다. 그는 벌써 세 번째 방문으로 올 때마다 1박2일 도와줬다.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셋이서 흐뭇한 저녁 시간을 가졌다.
방수방습 필름인 타이백을 붙이는 모습
창문을 피스로 고정하고 이지실을 붙였다.
창문 옆으로 방수 테이프인 이지실을 붙여 놓은 모습
전동 드라이버가 퍼지다
6월 12일 일요일 아침에 컵라면으로 해장하고 현장에 나와 그동안 무거워서 둘이 들지 못했던 거실 창문을 셋이 함께 들고 창틀에 끼워 넣었다. 5040 창문, 즉 가로 5피트, 세로 4피트 크기의 창문은 상당히 무거웠기 때문에 셋이 힘을 합쳐서야 겨우 들 수 있었다. 창문을 들어 먼저 씰실러Sill Sealer를 깔아둔 창틀에 얹어 놓고 옆면을 맞춰 밀어넣었다. 목조주택용으로 제작된 창문이라 창문 둘레에 나사못 박을 자리가 있어서 피스를 박아 고정했다. 그리고 방수 테이프인 이지실을 꼼꼼히 붙여 한 방울의 빗물도 차단하도록 했다.
창문을 다 끼우고 나서 외벽체 아래 재료분리대를 붙이는 작업을 했다. 나는 2×6인치 방부목을 자르고 주 박사와 김 부장은 임팩 드릴 드라이버로 육각 피스를 방부목에 박았다. 아래 재료분리대를 붙이고 바로 위에 방부목이 비에 젖지 않도록 후레싱, 즉 빗물받이 철판을 붙였다. 이후 벽체 가장자리에는 재료분리대 2×6인치와 2×4인치 방부목을 붙여서 박았는데 네 곳 중 두 번째 가장자리를 작업하다 보니 육각 피스가 모두 소진됐다.
그때가 마침 점심때라 식사하고 나서 두 사람은 그만 올라가 보라고 했다. 날도 더워서 모두 힘들었다. 식사 후 두 사람을 보내고 나는 육각 피스를 추가로 구입해 돌아와 남은 작업을 했다. 전동 드라이버로 육각 피스를 박았는데 큰 피스를 박기에는 너무 약했는지 열이 나더니 타는 냄새와 함께 모터에서 연기가 났다. 결국 전동 드라이버는 퍼지고 말았다.
안쪽에 설치한 5040 창문. 창문이 무거워 바닥 씰실러가 밀려 있다.
안쪽 창틀에 고정한 4020과 3020 창문
장비는 이름값을 한다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저렴한 전동 드라이버는 너무 약했다. 반면에 이름 있는 제품의 임팩 드릴 드라이버는 비쌌지만 힘도 셌고, 내구성도 좋았다. 장비는 비싸도 이름 있는 것을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분명히 장비는 이름값을 한다.
외벽 모서리와 아랫부분에 방부목으로 설치한 재료분리대와 후레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