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가 끝나고 자식들이 모두 돌아간 저녁, 집 안이 유난히 조용했습니다. 북적이던 거실에는 치우지 못한 그릇들만 남아 있었습니다.허전한 마음에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문에 붙은 쪽지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그 쪽지를 읽고 저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모두 떠난 뒤의 집
명절 내내 저는 음식을 차리고 치우느라 쉴 틈이 없었습니다. 자식들은 휴대폰만 들여다보다가 서둘러 짐을 챙겼습니다. 제대로 이야기 한 번 나누지 못한 것 같아 서운했습니다. 현관문이 닫히고 나니 피로보다 허전함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남은 음식을 정리하려고 냉장고 앞에 섰습니다.

냉장고에 붙은 쪽지
냉장고 문에는 막내딸의 글씨로 쓴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엄마가 차린 음식이 제일 맛있었는데 바빠서 말을 못 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다음 명절에는 엄마가 쉬고 자기가 차리겠다는 약속도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냉장고 칸마다 반찬을 정리해 두었다는 메모가 덧붙어 있었습니다. 문을 열어 보니 남은 음식이 칸칸이 이름표와 함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쪽지를 읽고 든 생각
저는 자식들이 무심하다고만 생각했던 것이 미안해졌습니다. 표현이 서툴 뿐 마음은 늘 곁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날 밤 저는 딸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딸은 엄마가 힘들어 보여서 마음이 쓰였다는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쪽지는 지금도 냉장고 문에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명절이 끝난 뒤의 허전함은 많은 부모가 겪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자식들의 마음은 말보다 작은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이번 명절이 서운하셨다면 자식에게 먼저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그 한마디가 다음 명절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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