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IN] 고추 흉년인데, '아가씨' 선발대회라니

신선영 기자 2022. 9. 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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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됐던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가 4년 만에 다시 열렸다.

1984년 '제1회 미스 영양고추 선발대회'로 시작해 38년 동안 진행된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는 외모뿐만 아니라 홍보대사의 자질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선발대회를 위해 영양군은 자체 예산 3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영양군에서 24년째 고추 농사를 지어온 김영민씨(53)가 고추아가씨 본선 대회가 열리는 8월19일 오전 고추밭을 둘러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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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9일 제20회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본선에 오른 참가자 23명이 군무를 추고 있다.ⓒ시사IN 신선영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됐던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가 4년 만에 다시 열렸다. 8월19일 오후 경상북도 영양군 군민회관 입구에 세워진 대형 사진 배너 23개가 마치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했다. 신청자 80명 가운데 본선에 오른 23명은 3박4일 합숙을 거쳐 이날 총 3시간 동안 진행된 무대에 올랐다.

1984년 ‘제1회 미스 영양고추 선발대회’로 시작해 38년 동안 진행된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는 외모뿐만 아니라 홍보대사의 자질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만 18세 이상 24세 이하 미혼 여성’으로 제한된 참가 자격과 본선 심사 전체 과정은 타 지역 ‘미인대회’와 비교해 뚜렷한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1부 첫 순서부터 몸매가 드러나는 평상복을 입고 단체 군무를 펼친 참가자들은 이어서 워킹 심사와, 한복 심사, 인터뷰 심사를 진행했다. 각 후보가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올 때마다 그 뒤로 키와 나이, 출생지 등이 화면에 띄워졌다.

오도창 영양군수(가운데)와 내빈들이 제20회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를 관람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제20회 영양 고추아가씨 선발대회 안내 책자.ⓒ시사IN 신선영

이날 진·선·미, 빛깔찬, 매꼬미, 달꼬미 아가씨 총 6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앞으로 2년 동안 영양 고추를 널리 알리는 각종 행사에 참가한다. 지역 특산품을 알리는 목적으로 ‘아가씨’를 뽑는 사업이 성차별적이고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영양군 관계자는 “남성은 군대나 취업 등으로, 기혼 여성은 결혼 이후에 활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마을 주민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지역행사다”라고 말했다. 영양군은 2022년 재정 자립도 6.02%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선발대회를 위해 영양군은 자체 예산 3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농사지으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속상해서 못 보겠어요.”

영양군에서 24년째 고추 농사를 지어온 김영민씨(53)가 고추아가씨 본선 대회가 열리는 8월19일 오전 고추밭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륙의 섬으로 불리는 영양도 올해 이상기후를 피해갈 수 없었다. 강수량이 확보되어야 하는 5~7월 동안 영양군 농민들은 심한 가뭄을 겪었다. 김씨는 인근 저수지 물이 마를 때까지 고추밭에 물을 대었다. 그는 병충해가 덮쳐 말라버린 고추밭 1300평의 수확 작업을 아예 포기했다. 작년에 비해 수확량은 30% 이상 감소했다. 올해는 기름 값, 농약 값, 인건비 등 안 오른 게 없었지만 수매가격만은 그대로였다. 영양군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영양고추유통공사도 인근 지역에 비해 낮은 수매가를 제시했다. 김씨의 속은 더 타들어갔다. 한창 수확철인 8월 중순, 작황이 좋지 않은 김씨의 고추밭에는 지지대만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일손은 부족하고 기후변화로 농사가 어려운데 무조건 홍보에만 집중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가뭄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북 영양군 김영민씨의 고추밭.ⓒ시사IN 신선영
김씨의 고추밭은 칼라병, 탄저병 등 병충해의 ‘종합병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시사IN 신선영

 

신선영 기자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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