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리의 공식은 KBO에서도 통할까?
- 투수진의 탈삼진 능력
- 마무리 투수의 능력
- 팀 수비력
몇 년 전부터 국내 세이버 메트리션들과 기자들이 가을만 되면 소개한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의 요소 세 가지입니다. 꾸준히 소개를 하면서 이제는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나름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는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가 2006년에 쓴 책, Baseball between the numbers에서 발표한 개념으로 메이저리그의 초창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80개 팀의 시리즈 승패를 분석해서 도출한 결론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KBO의 포스트시즌 환경에서도 맞을까요?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KBO리그의 포스트시즌은 승자가 다음 단계로 나가는 계단식 포스트시즌으로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과 다른 방식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투수진 ‘감가상각’의 계산 문제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아래 순위부터 올라온 팀들의 체력, 그중에서도 투수력에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저는 경제, 특히 회계용어인 ‘감가상각’의 개념을 여기에 대입해 봤습니다.
감가상각이란 ‘토지를 제외한 고정자산에 생기는 가치의 소모를 셈하는 회계상의 절차’를 말하는데요. 이걸 회계상에서 계산하는 방식이 ‘감가상각비’입니다. 회계상에서는 이 비율이 재화의 종류에 따라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계산이 쉽습니다.
그러나 경기 – 특히 포스트시즌 - 를 치르고 있는 선수의 경우, 이걸 계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접전으로 진행될 경우 거의 매 경기 출전해서 전력투구하는 필승조의 에너지 소모를 전체 투수진의 탈삼진 능력치에서 어떻게 감가상각을 할 것인가?
이 답을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대충 시리즈 한 번에 10%씩 뺄까요? 그럼 그 10%의 근거는요?

2002년 LG 트윈스 소속으로 한국시리즈에 나갔던 현 삼성의 이종열 단장은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3루수로 출전했습니다. 그는 9회말 이상훈의 투구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힘껏 던지는데 공이 안 가요. 137,138. 구속이 이렇게 나왔어요. 옆에서 보는데도 마음이 찢어지는 거야. 많이 던졌거든요.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오면서.”
'야생마' 이상훈은 2002년 포스트시즌에서 팀이 치른 13경기 중 무려 10경기에 등판했고, 18.2이닝을 소화했습니다. 정말 많이 던졌습니다.
이건 24년 전 기록이라 이런 극단적인 경우는 현대 야구에 나타나지 않는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쓸투쓸(쓸만한 투수는 계속 쓴다)은 포스트시즌의 불펜 운용의 진리가 되어가고 있고, 최근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불펜 1,2,3(마무리와 좌우 셋업맨)는 점수차가 몇 점 차 건 간에 이기는 경기에는 거의 매 경기 등판하고 있습니다.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의 3요소 중 두 가지 요소가 투수와 관련한 내용인데, 기다리고 있는 팀과 올라오는 팀의 투수력을 동등하게 비교할 수가 없다는 점. 위에서 언급한 대로 아래에서 올라오는 팀 투수력의 감가상각비를 정확하게 찾아내지 못하는 점이 이 3요소를 KBO리그 포스트시즌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KBO리그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기록은?
저와 함께 ‘야구에 산다’를 진행하고 있는 SBS 이성훈 기자가 AI 작업을 통해 우리 포스트시즌 환경에서 시리즈 승리를 거둔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2008년부터 2025년까지의 정규시즌 기록을 바탕으로 시리즈의 승리와 연결된 기록을 따져본 겁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중요했던 기록이 수비에 치중한 투수력과 팀 수비력이었던 반면, AI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그동안 시리즈 승패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기록은 공격에서의 두 기록인 볼넷 비율과 출루율이었습니다.
이 분석이 맞다면 AI가 찾아낸 답인 볼넷율과 출루율은 우리 KBO리그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의 2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스트시즌 진출 3팀의 기록
지금은 삼성과 KIA의 플레이오프가 한창이고, KT는 코리안시리즈에 이미 진출해 있습니다.
이 세 팀의 정규시즌 볼넷율과 출루율을 따져봤습니다.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고 있는 삼성과 KIA의 기록을 비교하면 삼성이 KIA를 상대로 볼넷율과 출루율을 모두 앞서고 있습니다. 2요소에 따르면 삼성의 시리즈 우세가 전망됩니다.
삼성 올라간다면 KT와의 기록비교에 있어서 삼성이 출루율에서는 뒤지지만 볼넷율에서는 앞섭니다. 박빙의 대결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반면 플레이오프에서 2요소의 열세를 극복하고 KIA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면 KT를 상대로 또 한 번 2요소의 열위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KIA가 2요소에서 삼성과 KT 상대 열위에 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칸을 한 칸 늘려보겠습니다. 4위였던 LG까지 포함한 정규시즌 출루율/볼넷율입니다.

이미 KIA는 준PO에서 이 두 가지 요소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시리즈를 뒤집은 바가 있습니다.
2026 포스트시즌의 승리요소
저는 현재 2026 포스트시즌을 매 경기 중계방송하고 있습니다.
생방송은 지상파 중계방송일 때뿐이지만 매 경기 녹화 중입니다.
그렇게 매 경기를 보면서 묘한 것을 하나 찾았습니다.
제가 숫자를 한 번 쭉 나열해 볼 텐데요 여러분 이게 뭔지 한 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WC 1차전
두산 19.3
LG 18
LG 승
준PO 1차전
LG 16
KIA 15.4
KIA 승
준PO 2차전
LG 18.8
KIA 16.4
KIA 승
준PO 3차전
KIA 16.1
LG 24
KIA 승
PO 1차전
KIA 14.3
삼성 18.2
KIA 승
PO 2차전
KIA 21.8
삼성 16.7
삼성 승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모든 경기에서 '이 기록'이 낮았던 쪽이 승리하고 있는데요. 이 기록은 뭘까요?

정답은 투수들의 이닝당 투구수입니다.
2026 포스트시즌에서는 현재까지 예외 없이 타자들이 투수들을 끈질기게 괴롭힌 팀들이 승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대팀의 투구수를 늘려서 승리를 했다는 결론을 성급하게 낼 수는 없지만 상대 투구수를 늘린다는 것은 AI가 찾아낸 KBO 포스트시즌의 2요소인 볼넷율, 출루율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상대팀 투수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면서 이번 2026시즌의 왕좌에 오를 팀은 어느 팀이 될까요?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