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 채소 코너를 지나가다 보면 콩나물보다 가늘고 무순보다 연약해 보이는 새싹 채소가 놓여 있습니다. 양도 적고 맛도 평범해 보여 굳이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항산화 식품을 찾을 때는 붉은 토마토나 짙은 색의 블루베리부터 떠올리지, 갓 싹을 틔운 연두색 채소에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암과 세포 보호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아 온 의외의 식품이 있습니다. 바로 브로콜리 새싹입니다. 온라인에서는 토마토보다 항산화 능력이 37배 높고 종양이 버티지 못하는 음식이라고 소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식품의 항산화 수치를 하나의 숫자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브로콜리 새싹의 진짜 특징은 토마토를 이겼다는 순위가 아니라, 설포라판의 원료가 되는 글루코라파닌을 어린 싹에 비교적 풍부하게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무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 계열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중 브로콜리 새싹에 많은 글루코라파닌은 채소를 씹거나 자를 때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와 만나 설포라판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초기 연구에서는 어린 브로콜리 새싹에 다 자란 브로콜리보다 글루코시놀레이트가 훨씬 높은 농도로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습니다. 연구와 재배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성숙한 브로콜리보다 약 10배에서 100배 높은 수준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설포라판은 세포가 유해 물질과 산화 스트레스에 대응할 때 사용하는 방어 효소의 작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연구돼 왔습니다. 다만 이것은 브로콜리 새싹을 먹으면 면역력이 몇 배 강해지거나 암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에게서 암을 치료하거나 종양을 줄이는 효과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브로콜리 새싹을 천천히 씹으면 연한 줄기와 잎의 세포가 부서지면서 글루코라파닌과 미로시나아제가 서로 만납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설포라판은 위장관을 지나 장에서 흡수되고, 혈류를 타고 간으로 이동해 여러 형태의 대사물질로 바뀝니다. 이후 몸 곳곳의 세포에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신호, 유해 물질을 처리하는 효소 체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험관과 동물 연구에서는 설포라판이 암세포의 성장과 세포 사멸, 혈관 생성 등 여러 경로에 관여하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암세포에 높은 농도의 성분을 직접 처리한 결과와 사람이 새싹 한 접시를 먹었을 때의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종양이 버티지 못한다’는 표현은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말입니다. 브로콜리 새싹은 암 치료제가 아니라 채소가 풍부한 식단에 더할 수 있는 하나의 식재료입니다.

많이 먹는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브로콜리 새싹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살모넬라와 대장균 같은 식중독균에 오염될 가능성을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임신부와 고령자, 어린이, 항암치료나 면역억제 치료로 면역 기능이 약해진 사람은 생새싹 섭취를 조심해야 합니다. 집에서 씨앗을 발아시킬 때도 겉모습과 냄새만으로 미생물 오염 여부를 알기 어렵습니다. 건강을 위해 생으로 많은 양을 먹다가 오히려 구토와 설사를 겪는다면 득보다 실이 커집니다. 농축 분말이나 설포라판 보충제도 음식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제품마다 실제 함량과 미로시나아제 활성에 차이가 크고, 고농도 보충제가 암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보장한다는 근거도 부족합니다. 식품 형태로 적당히 섭취하는 것과 농축제를 약처럼 복용하는 일은 구분해야 합니다.

브로콜리 새싹을 먹고 싶다면 신선한 제품을 구입해 냉장 보관하고, 포장에 적힌 소비기한 안에 드십시오.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더라도 오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감염에 취약한 사람은 살짝 익혀 먹는 편이 안전합니다. 일반 성인이라면 샐러드나 비빔밥, 계란 요리에 작은 한 줌 정도 곁들이면 됩니다. 오래 가열하면 미로시나아제 활성이 줄어들 수 있지만, 생으로 먹는 안전성과 성분 보존 사이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게 선택해야 합니다. 브로콜리 새싹만 매일 큰 그릇으로 먹기보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무, 청경채 등 여러 십자화과 채소를 번갈아 먹는 편이 좋습니다. 암 치료 중이라면 특정 식품이나 보충제를 치료 대신 사용하지 말고, 섭취 여부를 담당 의료진과 먼저 상의해야 합니다.

브로콜리 새싹은 토마토를 제치고 온몸의 면역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기적의 식품이 아닙니다. 종양을 굶겨 없애거나 이미 생긴 암을 치료해 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햄과 튀김, 달콤한 간식이 차지하던 자리에 브로콜리 새싹과 여러 채소를 자주 올리는 습관은 몸이 산화 스트레스와 만성 염증에 대응하는 식생활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식품의 배수를 믿는 일이 아니라 채소와 통곡물, 콩과 생선을 고르게 먹고 술과 담배를 줄이며 꾸준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오늘 접시에 작은 새싹 한 줌을 더하는 선택이 당장 몸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사가 오랫동안 쌓이면 10년 뒤에도 지친 세포와 혈관의 부담을 덜고, 가족과 건강한 일상을 이어 가는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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