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 ‘태반 주사’로 완화 효과 보여

- 최근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에 이은 새로운 가능성
- 기존 치료법 반응 좋지 않은 환자에게 대안 제시

사람의 태반 추출물을 활용한 이른바 ‘태반 주사’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내용이 최근 국내 연구를 통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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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난치성 질환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 염증성 피부염으로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에 속한다. 또한 재발률이 높아 환자들에게 오랜 시간 고통을 주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동의 약 10~20%, 성인의 약 1~3%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100만 명 가량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앓는 경우가 많으며, 후천적으로 알레르기 물질이나 공기 오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발병하기도 한다.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피부 감염 등의 알레르기 관련 질환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염증이 과도하게 발생하며, 피부 장벽이 약해지고 수분 유지 능력이 떨어져 외부 자극에 민감한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가려움증, 발진, 건조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가려움으로 인해 해당 부위를 긁다가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보통 얼굴, 목, 팔꿈치, 오금 등의 부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표적인 만성 질환으로 꼽힌다. 치료 여하에 따라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피부 자극을 피하기 위해 음식, 옷, 주위 환경 등 삶의 여러 부분에서 제한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많다.

기존 치료법과 그 한계점

아토피 피부염은 환자마다 증상의 정도 등이 다르다. 때문에 치료법 역시 환자 상태와 증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피부 장벽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습제를 꾸준히 챙겨 바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피부 건조를 예방하고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알레르기성 가려움증이 발생하는 경우,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해 가려운 증상을 줄이기도 한다. 특히 아토피 환자는 밤에 잠을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병변 부위를 긁는 경우도 생긴다. 항히스타민제는 이런 문제를 줄일 때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보습제나 항히스타민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연고가 사용된다. 증상이 심할수록 스테로이드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단, 스테로이드는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내성이 생길 수 있고, 오래 사용하다 보면 색소 변화, 피부 위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올해 7월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의 치료 가이드라인이 9년만에 개정되면서 염증의 주요 기전을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했다. 여기에는 국소 요법, 전신 치료법, 생물학적 제제 치료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병변 부위에 한정해 국소적으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거나 자외선을 활용한 광선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면역억제제는 자칫 다른 감염 위험이 동반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으며, 광선 치료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자주 치료해야 한다는 점에서 번거로움이 생긴다. 에너지량이 높은 짧은 파장 광선에 자주 노출됨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해야 한다.

태반 주사를 활용한 치료 효과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동물 실험을 통해 인간 태반 추출물이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인간 태반 추출물(Human Placenta Hydrolysate, HPH)은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분리해 제거한 뒤, 남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주사제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태반 주사’라고 불린다.

HPH는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데다가 상대적으로 부작용도 적다. 염증 완화, 상처 치유, 피로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이를 시술받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다.

김범준 교수 연구팀은 실험 쥐에게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고, 마찬가지로 인간 각질형성세포에도 아토피 피부염을 유도했다. 그리고 각각 기존 피부염증 치료제로 사용되던 ‘덱사메타손’과 HPH를 주사해 치료 효능을 비교·평가하고자 했다. 주사는 양쪽 모두 피하 및 복강 내 주사로 통일했다.

연구 결과, HPH 주사는 각질형성세포의 활성산소종(ROS) 생성을 현저히 감소시켜 산화 스트레스가 억제된 것을 확인했다. 아토피 피부염의 경우 면역 체계의 과민반응으로 인해 염증이 발생한다. 따라서 산화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염증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HPH 주사가 이러한 염증 메커니즘의 완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쥐 모델에서도 HPH를 주사한 경우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키는 주요 염증물질 IL-4 농도가 60% 감소, IgE의 농도가 27%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IL-4는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염증 매개체로, 핵심 기전인 Th2 면역 세포의 활성화와 관련이 깊다. HPH가 Th2 세포의 면역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발견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염증 부위에 대식세포가 모여드는 현상이 감소했으며, 염증으로 인해 두꺼워졌던 표피가 다소 줄어듦으로써 병변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HPH에 포함된 생리활성 물질이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기존 치료 듣지 않는 환자에게 대안 제시

김범준 교수는 “향후 실질적으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본격적인 임상연구 등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라며 “고가의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의 한 옵션으로서 HPH 주사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미생물 생명공학 저널(Journal of Microbiology and Biotechnology)」 최신 호에 게재됐으며, ‘한국 미생물·생명공학회’의 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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