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없다

조성환 2025. 10. 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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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속에 나오는 위 문장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살은 단지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죽음을 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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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속에 나오는 위 문장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들은 도망친 것이 아니라, 끝까지 버티다 삶의 끝에서 어쩔 수 없이 주저앉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렇게 되물어야 한다.

정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그 선택이 과연 '나 혼자만의 결정'일 수 있는가?

왜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불행해졌을까. 한국 사회는 지금 하루 평균 36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나라가 됐다. 2023년 자살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1만3천978명, 전년보다 1천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청소년 자살은 13년째 사망 원인 1위다.

이 통계는 이 사회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살아갈 만한 삶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불안정한 일자리, 심해지는 빈부격차, 무한 경쟁, 고립된 삶,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청년은 출발선조차 찾지 못하고, 중년은 버티다 무너지고, 노인은 쓸모없다는 자책 속에 홀로 남겨진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살은 단지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자살은 사회적 재난"이라고 언급하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중요한 선언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멀었다.

지난 5년간 자살유발정보는 4.4배 증가했지만,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같은 기간 고작 10번 회의했을 뿐이다. 2025년 현재, 우리는 여전히 OECD 자살률 1위 국가다.

자살은 우울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사회가 만든 조건이 낳은 집단적 고통이다. 그래서 이제는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자살은 국가가 외면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정책은 있으나 실효성은 없고, 예산은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며, 제도는 있으나 접근성이 떨어진다. 복지부가 추진한 AI 감시체계, 고위험군 치료비 지원, 유족 원스톱 서비스 등은 모두 필요하지만, 그것은 '사후 처리'에 가까울 뿐 근본적인 예방책은 아니다.

국가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이 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고 싶어 하는가?"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죽음을 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살 수 있는 주거, 돌봄과 연대가 있는 공동체,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 구조, 그리고 고통을 말해도 비난받지 않는 문화. 국가는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자살 예방은 결코 복지부 한 부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 직속 전담기구, 범부처 총괄 시스템으로 격상되어야 한다. 그것이 곧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정치이며,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는 범부처 전담 총괄기구 구성을 포함한 자살예방 정신건강지원 정책의 정교한 수립을 지시했다. 여기에는 그 아픔을 함께 겪고 있는 자살 유가족의 목소리가 전달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분명하게 말할 때가 되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회가 나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자살은 또 다른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결국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 자살은 막을 수 있다. 다만, 그 선택 이전의 삶을 지탱해 주는 사회가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자살이라는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국가와 사회의 실패를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실패는 되돌릴 수 있다. 국가가, 공동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선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다.

조성환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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