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암살 두려워 경호 늘렸다”…북한 민심 들끓는다는데, 평양에 무슨 일이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4. 10. 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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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러시아 파병 사실 숨기기 위해
파견 장병 가족에 “훈련갔다” 속여
“러, 북한군에 군사용어 100여개 교육”
탈영, 암살 위협 등 金 ‘자충수’
국정원, 對우크라 모니터링팀 파견 긍정적
“군사 정보 관련된 절호의 기회”
러에 외무상 보내 후속 대책 논의
[사진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든 안보 지형의 균열 속에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공조를 선택한 북한 정권이 북한군 파병에 즈음해 안팎의 문제에 봉착했다.

북한군을 명분 없는 전쟁터에 밀어넣은 것에 대한 주민 반발이 예상보다 크고, 파병된 정예 병력도 러시아군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미사일 기술 확보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나름 중대한 결단을 내렸지만 만만찮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9일 국가정보원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청사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러시아 파병에 대한 북한 내부 비판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단속 조치에도 불구하고 파병 소식이 북한에 퍼지면서 ‘왜 남의 나라를 위해 장병들이 희생을 해야 하느냐’, ‘강제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등의 주민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내부 반발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파병 사실 은폐에 나섰다. 국정원은 “북한은 파병 사실 유출 확산을 의식해 내부 보안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파병 군인 가족들에게 병사가 훈련에 갔다고 거짓 설명을 하는 정황이 포착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군 기밀 누설 위험을 이유로 군 장교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러시아 파병) 차출 부대 소속 병사들에 대한 입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장병들이 러시아군과의 훈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정황도 파악됐다. 국정원은 “러시아군이 북한군에게 ‘포격’ ‘발사’ 등 러시아의 군사 용어 100여 개를 교육하고 있으나 북한 군인들이 이를 어려워하고 있다고 한다”며 “(북한군과 러시아군 사이) 소통 문제 해결이 불투명하다는 예측”이라고 설명했다.

외신을 중심으로 북한군이 이르면 이번 주 중 러시아 쿠르스크에 투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 투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국정원도 북한군의 전투 임무 수행에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국정원은 “병력 이동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되며 고위급 군 장성을 포함한 일부 인원의 전선 이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에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3000여 명이 러시아 극동 지역에 파병됐고 이들이 이동 중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까지 1만 900여 명이 파병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원은 러시아 파병 결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충수’로 귀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장병들에게 탈영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포로로 잡힌 북한 군인이 한국으로 귀순을 요청했을 경우, 그는 대한민국 헌법상 우리 영토에 있는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당연히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암살 위협을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 일가 동향 관련 보고에서 “올해 김정은의 공개 활동이 작년에 비해 현재까지 110회, 약 60% 이상 증가한 가운데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암살 등을 의식해 통신 재밍 차량 운용, 드론 탐지 장비 도입 추진 등 경호 수위를 격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의 파병을 오히려 군사정보 획득의 기회로 보고, 모니터링팀(참관단)을 파견하는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참관단 파견과 관련한 정보위원들의 질문에 “군사정보와 관련된 절호의 기회”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답변했다.

일단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에 북한군 파병 동향을 브리핑하기 위해 벨기에에 파견한 정부 대표단 가운데 일부를 우크라이나로 보내 내달 초까지 현지 동향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이후 정부는 이들이 수집해온 정보를 토대로 참관단 파견 규모와 인적 구성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와 추가 파병 문제와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한 대응 논의를 가속하는 모양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 러시아 공식방문. [사진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상 일행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기 위해 전날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최선희가 고위급 채널을 통한 추가 파병, 반대급부 등 후속 협의를 했던 것으로 본다”면서 실제 논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으로서는 유례없는 자국군의 대규모 해외 파병에 수반되는 외교적·실무적 준비를 위해 러시아와 긴밀히 협의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전투에 투입된 북한군 가운데 전사상자가 발생할 경우에 필요한 보상·예우와 치료·후송 등도 양국 간 세밀한 협의를 요하는 사안이다.

최 외무상이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을 조율할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이 성사된다면 지난 2001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 처음이다.

국정원은 북한의 이번 러시아 파병 명분인 지난 6월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으로 인해 북한이 자국 노동자 4000여 명을 러시아에 파견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북한과 러시아는) 국제 제재를 받는 금수품에도 이면 합의가 이뤄지는 등 경제 분야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바로 다음 주에 미국 대선이 있고 지난 주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중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유가, 환율 등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적기 대응이 중요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점검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가 긴장감을 가지고 리스크 관리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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