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AI]④ 삼성증권, 속도보다 안정 택한 도입 전략

/사진 제공=삼성증권

국내 증권사들이 인공지능(AI) 도입 속도를 높이며 경쟁에 나선 가운데 삼성증권은 확장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들이 고객 서비스와 트레이딩 리서치 영역까지 AI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는 흐름과 달리 삼성증권은 사업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려해 단계적 도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대응 지연이 아닌 자산관리 중심 증권사 특성에 맞춘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AI 활용 방향은 공격적 확산보다는 제한적 적용에 가까운 형태로 평가된다. 자산관리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상 투자 판단이나 포트폴리오 운용 과정에 AI를 직접 개입시키기보다 분석 지원이나 내부 효율화 중심으로 활용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자산관리 사업은 고객 신뢰와 책임 구조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기술 도입 속도보다 안정성과 통제 가능성이 우선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 판단 영역은 AI 적용에 가장 신중할 수밖에 없는 분야로 꼽힌다. 알고리즘 판단이 실제 투자 결과로 이어질 경우 책임 소재와 규제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투자업 전반에서도 AI를 의사결정 주체로 활용하기보다는 분석을 지원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 역시 이러한 산업 특성을 반영해 AI 활용 범위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 운영 관점에서도 보수적 접근이 감지된다는 평가다. 단기간 성과 창출을 목표로 기술 적용 범위를 급격히 확대하기보다 검증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활용을 늘리고 내부 통제 절차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초기 도입 속도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 있지만 기술 오류나 운영 리스크를 줄이는 데는 유리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금융회사 특성상 서비스 안정성과 규제 적합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술 확장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접근 방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환경 변화는 변수다. 최근 증권사 AI 경쟁은 단순 도입 여부보다 실제 사업 영향력과 수익 기여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흐름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이나 내부 업무 자동화 영역에서 AI 활용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증권의 신중한 전략이 향후 경쟁력 측면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기술 확산 속도가 빨라질수록 보수적 전략이 안정이라는 장점보다 대응 속도 측면에서 약점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속도보다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무리한 기술 도입으로 리스크를 키우기보다 사업 구조에 맞는 형태로 AI를 정착시키는 것이 장기 경쟁력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산관리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경우 고객 신뢰가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기술 적용 과정에서도 안정성과 책임 구조 확보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행보를 두고 '속도 조절형 도입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AI 경쟁은 누가 먼저 도입했느냐보다 실제 영업과 서비스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느냐가 핵심"이라며 "삼성증권처럼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전략이 단기 성과는 느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경쟁력을 만드는 방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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