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파국 오나…서울의대 교수들, 복지부 만났지만 "성과 없었다"
'진료 포기설'에 서울의대 교수협의회장 "논의된 바 없어" 일축
주수호 의협 홍보위원장 "서울의대가 무슨 자격으로 협상?" 비판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정진행 위원장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23일 저녁 2시간가량 비공개로 만나 대책 논의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4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복지부 관계자는 "만나서 이야기 나눈 건 사실인데,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에 앞서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또 비대위 규모를 전국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확대 재편해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특히 "이번 사태에 있어서 이번 주말이 골든타임"이라며 주말 동안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파국이 우려된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회동 전, 박 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주말이 고비라는 거는 어쨌든 이런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그 위험도가 계속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교수들께서 전공의 후배와 제자들에게 조속히 복귀해달라고 요청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와 정부와의 간격은 크게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만남 이후 정진행 비대위원장은 24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의 공부의 종착점은 화(和)였다"며 개인 간이건 사회집단 간이건 화합을 옳고 그르냐보다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의 글을 남겼다.
정 위원장은 특히 글 하단에 '국민에게 벗 되도록 방해하는 게 누구', '적대하는 자가 원하는 게 답' 등의 해시태그를 적어 정부와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을 암시했다. 그는 '성 아그네스', '다시 트로츠키'와 같은 해시태그도 달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행동도 예고했다. 아그네스는 기독교 박해에 맞서 싸우다 순교한 성인이고, 트로츠키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의 주역을 말한다.
정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서울대의대 교수 비대위는 조만간 행동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23일 입장문에서는 각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 연대할 뜻을 드러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이 입장문을 통해 "학생을 지켜야 하는 게 가장 급한 임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에 대한 설득을 계속하면서, 대신 정부의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다면 이들과 함께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이번 주말이 골든타임이라고 느끼고 있다. 주말 동안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그 이후에는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파국이 닥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담아 입장문을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울대의대·병원 교수들이 의사와 정부 간 중재에 나서려 하는 모습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날을 세웠다.
뉴스1·뉴시스에 따르면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4일 "전국에는 14만 명의 의사가 있고, 의료법상 대한민국 모든 의사는 대한의사협회 회원이라고 명시돼 있다"면서 "서울대 의대 비대위가 무슨 자격으로 협상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전체 교수들이 정진행 교수(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동의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병원 진료를 포기하고 학교 강의만 나가겠다는 '겸직 해제' 집단행동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24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교수협의회 내에서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겸직 해제' 집단행동이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일축했다.
또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의대 교수 비대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 정부와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전날 비대위를 구성하고 전공의들과의 연대 의사를 밝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구단비 기자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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