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에게 죽기 전 쓴 메모
후쿠오카 대학 반더포겔부 불곰 습격사건
1970년 일본 홋카이도의 히다카(日高) 산맥을 종주하려고 했던 후쿠오카대학의 반더포겔부 학생 5명이 에조 지역 불곰에게 습격당해 그 중 3명이 참혹하게 목숨을 잃은 사건.
26일 오후 5시.
저녁 식사 후 곰이 나타나 텐트를 탈출하였다. 돗토리대학 WV(반더포겔부)가 있는 곳으로 가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카무이에쿠 아래 분지로 내려갔다.
(17:30) 5시 30분
곰이 쫓아왔다.
카와하라가 당한 것 같다.
내 5m 옆, 위치는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소나무 숲 옆 20m 지점. 나도 (곰에게) 당할 것 같아 소나무를 옆으로 끌어안았다. (곰은) 절벽 위에 있었기 때문에 절벽 아래 중간 지점에서 숨을 죽이고 있자, 타케스에 선배가 소리치며 돗토리대학 WV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랫쪽의 상황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곰이 내는 소리가 들렸을 뿐이다. 타케스에 선배가 무슨 말인가 큰소리로 말했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고, 곰의 위치마저도 파악할 수 없었다.
절벽 아래쪽에 (텐트와) 모닥불이 두세 군데 보였다.
텐트에 숨겨달라고 하려고, 절벽을 5분 정도 내려가서 아래를 보니, 20m 앞에 곰이 있었다. 나를 발견하고 올라오기에 필사적으로 도망쳐 절벽 조금 위쪽으로 올라갔다.
계속 쫓아오기에 30cm 정도의 돌을 던졌다. 빗나갔다. 성큼성큼 올라오기에 15cm 정도의 돌을 코를 겨냥해 던졌다. 맞았다. 그러자 곰이 10cm 정도 물러났으며, 앉아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나는 잡아 먹힐 것 같다고 생각하여 한 번에 쏜살같이 도망치기로 했다.
앞, 뒤, 옆으로 굴러가며, 그래도 돌아보지 않고 앞의 텐트를 향해 겨우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차,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무도 없었다. 침낭이 있기에 바로 하나를 꺼내어 안에 들어가 숨을 돌렸다.
잠시 그러고 있자 왠지 안심이 되어 진정되었다.
그러나 바람 소리, 풀 소리가 신경 쓰여 잠들 수 없다. 돗토리대학 WV가 무사히 보고해서 구조대가 오기를 빌며 잠들다.
27일 (4:00) 오전 4시
눈을 떴다.
밖의 상황이 신경 쓰이지만 무서워서 8시까지 텐트 안에 머무르기로 하였다.
텐트 안을 둘러보니 캼판(코펠)이 있어 안을 들여다 보자 밥이 있었다.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산 위쪽은 안개가 깔려 있어 기분이 조금 나쁘다.
이제 5시 20분이다.
아직 곰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다시 침낭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아아, 빨리 하카타에 돌아가고 싶어...
(7:00)오전 7시
골짜기를 내려가기로 하다.
주먹밥을 만들고 텐트 안에 있던 셔츠와 양말을 빌려 텐트를 나가보니 5m 위에 역시 곰이 있었다.
도저히 나갈 수 없어서 이대로 텐트 안에 머물렀다.
8시 즈음까지・・・・(판독불가)그러나・・・・・(판독불가)을 지나갈 수 없다.
다른 멤버들은 벌써 하산한 걸까.
돗토리대학 반더포겔은 연락해 주었을까. 언제 구하러 오는 걸까. 모든 것이 불안하고 두렵다...
다시 안개가 짙어진다...
이 메모는 26일 오후 5시부터 27일 오전 8시까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기가 겪은 상황을 일부 알 수 있었는데 후반부엔 극심한 공포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써내려간 듯 군데군데 도저히 내용을 알아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코로기는 목격자가 없어 다른 희생자 2명과 달리 사망한 시각이 정확히 언제쯤인지 알 수 없으나, 이걸 보면 그 역시 (일행 3명이 계속 나머지 일행을 찾다가 하산을 결정한) 27일 오전 8시경까지는 살아 있었던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혼자가 된 채 텐트 안에 있던 그는 끝내 불곰에게 습격당해 사망하고 말았다.
곰이 있는 곳에 들어가게 된다면?
불곰이 손을 댄 짐은 전부 버려야 할 것.
불곰을 마주쳤다면 즉시 하산할 것.
등을 보이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