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참사’ 재발 막을 울타리...교통사고 사망 68%는 보행 중 사고, 예산 우선 순위는? [기자24시]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2024. 9. 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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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4일 시청역 역주행 사고 후속으로 보행자 안전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보도자료 첫 문장엔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시내 도로 98곳에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설치한다"고 썼다.

시청역 사고 원인 중에 방호 울타리 문제가 있었나 싶어 물었다.

차량용 방호울타리가 설치될 98곳 중 지난 3년간 중상 이상의 교통사고가 났던 곳은 6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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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에 설치된 차량용 방호울타리 <서울시>
서울시는 24일 시청역 역주행 사고 후속으로 보행자 안전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보도자료 첫 문장엔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시내 도로 98곳에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설치한다”고 썼다. 이 울타리(SB1)는 8t짜리 트럭이 시속 55km로 충돌해도 보행자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사고 대책에는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책을 담는다. 시청역 사고 원인 중에 방호 울타리 문제가 있었나 싶어 물었다. 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운전자 부주의”라면서도 “보도를 침범한 사고였기 때문에 침범 사고가 안나도록 방호 울타리를 설치한다”고 했다.

차량이 보도를 침범한 건 사고의 결과지, 원인은 아니다. 사고원인은 차량이 보도를 침범하게 한 위험한 운전이었다.

시민이 보도에서 날벼락을 당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는 다시 없어야 할 엄청난 비극이다. 다만 통계적으로는 매우 예외적인 사고다.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의 34.7%는 보행 중 사망했다. 이 중 무단횡단(28.7%), 횡단보도 내(27.3%), 차도통행중(12.1%) 등 도로 위를 걷다 사망한 경우가 68.1%다. 보도가 아니다.

차량용 방호울타리가 설치될 98곳 중 지난 3년간 중상 이상의 교통사고가 났던 곳은 6곳 뿐이다. 나머지 92곳은 급경사·급커브 지역, 인파 밀집 지역 등 사고 ‘우려’지역이라 포함됐다. 급경사에서는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 걷기에 불편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인파밀집지역인 이태원로에 설치될 예정인 차량용 방호울타리<서울시>
서울시가 내놓은 이번 대책에는 잘 보이는 LED표지판 설치, 차량의 횡단보도 진입을 막는 볼라드·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시의 308억원 예산 중 39억원은 차량용 방호 울타리에, 77억원은 보행자용 방호울타리에 들어간다.

위험한 운전자와 사고내기 쉬운 길이 있는 한 아무리 강한 울타리가 있어도 인명피해를 막기 어렵다. 차가 달려들 때 강한 울타리는 분명 없는 것보다 낫다. 그래도 지자체 예산은 보행자에 차량이 달려들지 않게 하는 데 더 많이 쓰여야 한다.

1m당 40만원짜리 방호울타리가 98개 더 생긴다고 서울이 걷기 안전해지지 않는다. 단지 ‘안전한 느낌’을 주기 위한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야 한다.

이유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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