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KAAN, "저번엔 전시용 이번엔 진짜"… 진짜 칸 6월 공개 공식 발표

또 발표가 나왔습니다. 터키가 이번에는 "진짜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6월 첫 비행을 예고했습니다.

언론은 들썩였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동 투자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잠깐, 우리는 비슷한 장면을 이미 본 적이 있습니다.

2024년 2월에도 "KAAN 첫 비행 성공"이라는 뉴스가 전 세계를 달궜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그것이 전시용으로 만든 기체를 급히 개조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발표는 과연 다를까요?

설레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프로토타입'이라는 말이 필요한 이유


터키가 굳이 P1을 "진짜 프로토타입"이라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이미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2024년 2월 전 세계에 중계된 KAAN의 첫 비행은 사실 'P0', 즉 격납고 롤아웃 전시용으로 제작된 데모 플랫폼을 비행 가능하도록 뒤늦게 개조한 기체였습니다.

쉽게 말해, 단지 날기 위해 만든 기체라는 것이죠.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공개한 역사적 첫 비행이 사실상 쇼용 기체의 개조판이었다는 사실은 터키 방산 당국이 대외 홍보와 실제 개발 진척 사이에서 얼마나 큰 간극을 보여왔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번엔 진짜"라는 말은 그래서 오히려 신뢰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지난번이 가짜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도장도 안 된 기체, 6월 비행이 현실적인가


Aviation Week의 현장 취재에 따르면 P1은 현재 미도장 상태이며, 수직 미익 하부 패널조차 아직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F110 엔진 두 기는 탑재됐다고 하지만, 엔진 장착과 실제 비행 시험 사이에는 수많은 지상 점검, 계통 통합 시험, 엔진 시운전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터키 방위산업청 장관은 격납고를 직접 방문해 "개발, 검증, 양산 준비가 계획대로 동시에 병행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발과 양산 준비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달리 보면, 검증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생산 라인을 돌리겠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기술적 결함이 뒤늦게 발견될 경우 그 후폭풍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는 말은 방산 프로젝트에서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위험하게 사용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전투기와 엔진을 동시에 처음 만든다는 것의 무게


터키에게 KAAN은 본격적인 전투기 개발의 사실상 첫 도전입니다.

여기에 국산 엔진 TF35000까지 동시에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투기 개발 경험이 수십 년 쌓인 미국, 러시아, 프랑스조차 신형 전투기와 신형 엔진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극도로 꺼리는 일입니다.

리스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TAI 스스로도 AviationWeek에 "F-35A와 동등한 능력을 실현할 수 있을지 현 단계에서는 불확실하다"는 취지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놓은 논리가 "F-35A의 80%라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물론 주권 확보라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5세대 전투기라고 발표해놓고, 경쟁 기종의 80% 성능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냉정히 말해 5세대기의 정의 자체를 흐리는 것입니다.

스텔스 성능, 센서 융합, 네트워크 전투 능력 중 어느 하나라도 기준에 미달하면 그것은 사실상 4.5세대기에 불과합니다.

미국 엔진에 묶인 채 'ITAR 프리'를 외치는 아이러니


터키가 KAAN 개발의 핵심 목표로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의 무기 거래 규제인 ITAR로부터의 독립입니다.

F-35 퇴출이라는 굴욕적인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재 P1에 탑재된 엔진은 다름 아닌 미국 GE의 F110입니다. 초기형 전체가 이 엔진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즉, ITAR 프리를 선언하는 기체가 정작 ITAR의 핵심 구성품인 미국산 엔진으로 날아오릅니다.

터키산 엔진 TF35000이 완성되고 통합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불투명합니다.

전투기용 고성능 엔진 개발은 기체 개발보다 훨씬 더 긴 시간과 기술 축적을 요구하는 영역입니다.

영국조차 유로파이터용 엔진 개발에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현재로서 KAAN의 'ITAR 프리' 선언은 먼 미래의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것이죠.

사우디의 100대 발언, 협상 카드일 뿐인가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공동 투자 계획이 있다"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습니다.

터키 미디어는 사우디가 KAAN 100대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Aviation Week는 이번 P1 공개가 바로 그 정상회담에서 투자 합의 발표에 실패한 직후에 이루어진 것임을 명시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관심 표명은 사실 KAAN에만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F-35, 영·이·일이 공동 개발 중인 GCAP, 그리고 한국의 KF-21도 사우디의 구매 후보군에 올라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사우디의 이러한 행보는 실제 구매 의지라기보다는 여러 공급국을 동시에 압박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협상 전술에 가깝습니다.

사우디가 아직 개발도 완료되지 않은 KAAN에 실제로 수백억 달러를 투자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P6까지 계획했지만, 과연 그 길 끝까지 갈 수 있을까


터키는 P1, P2, P3에 이어 더욱 고도화된 P4, P5, P6까지 제작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터키 방위산업청은 전국 20개 이상 도시, 300개 이상 기업, 5,0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치만 보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규모가 크다는 것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5세대 전투기 독자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뿐입니다.

일본의 F-3는 사실상 미국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고, 유럽 국가들조차 단독이 아닌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터키가 6월 P1 비행에 성공한다 해도, 그것은 기나긴 여정의 첫 발걸음에 불과합니다.

개발 지연, 비용 초과, 기술적 난관은 모든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이 거쳐온 공통 경로입니다.

KAAN이 그 법칙에서 예외가 될 것이라는 근거는 아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