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1억원`… 운전자 주머니 터는 남산 터널 통행료

김남석 2022. 11. 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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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직장을 갖고 있는 박기현(53)씨는 출퇴근때마다 짜증이 난다.

남산 1·3호 터널을 이용하는 데 통과할때 2000원씩의 통행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 혼잡 통행료 징수를 시작한 건 26년전인 1996년 11월 11일이다.

시는 남산 1·3호 터널과 연결도로 일부를 교통혼잡지역으로 지정해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왕래하는 차량(2인 이하가 탑승한 10인승 이하 승용·승합 차량)에 대해 2000원의 통행료를 부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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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만에 통행료 폐지되나
혼잡 방지 목적 2000원 걷어
징수 정당성·형평성 등 모호
서울시의회 폐지 조례안 발의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직장을 갖고 있는 박기현(53)씨는 출퇴근때마다 짜증이 난다. 남산 1·3호 터널을 이용하는 데 통과할때 2000원씩의 통행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혼잡을 막기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다른 길을 이용하면 요금을 걷지 않아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가 남산 1·3호 터널 혼잡 통행료 징수를 시작한 건 26년전인 1996년 11월 11일이다. 시는 남산 1·3호 터널과 연결도로 일부를 교통혼잡지역으로 지정해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왕래하는 차량(2인 이하가 탑승한 10인승 이하 승용·승합 차량)에 대해 2000원의 통행료를 부과해왔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징수된 통행료는 총 3300억원으로, 연평균 151억원이 걷혔다.

남산1~3호 터널은 모두 1970년대 지어진 터널로, 당시 공사비는 3개 터널을 합쳐 약 150억원(2호 18억원, 3호 97억원 등)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후 수 차례의 보수공사 비용을 더해도 현재 징수된 통행료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행료가 이미 공사비를 넘어선 만큼 통행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속가능 교통물류발전법 41조와 43조에 명시된 '한양도성 내 혼잡통행료 부과 강제조항'을 근거로 징수를 지속해왔다. 또 교통 수단과 경로, 시간 등의 변경을 유도해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요금 징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북이나 강서 지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강남 지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통행료를 내고 남산터널을 통과해야 하지만, 강북과 강서지역에서 이동하는 차량은 통행료 없이도 도심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주장처럼 도심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남산터널 통행료를 걷는 것이라면, 영국이나 싱가포르 등 외국처럼 다른 지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도로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남산 1호 터널만 해도 소월로를 통해 우회가 가능하고, 동작, 마포, 서대문, 동대문, 성동구 등에서는 요금을 내지 않고 도심에 진입할 수 있다. 영국 런던의 경우 센트럴 런던으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에서 비용을 걷어 혼잡도를 줄이는 효과를 봤지만, 남산터널 통행료는 단순히 터널을 통과하는 비용으로 전락했다.

또 통행료 징수와 남산터널 통행량 간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광민 국민의힘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은 "징수 초기와 비교해 혼잡통행료 효과가 현저히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며 "한양도성 내부로 진입하는 차량뿐 아니라 나가는 차량도 통행료를 내야 하는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남산터널 혼잡통행료의 징수 근거 조례인 '서울시 혼잡통행료 징수 조례'를 폐지하고 통행료 징수를 중단하는 내용의 '혼잡통행료 징수 조례 폐지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그는 "남산요금소가 옛날 산길에서 길목을 막고 통행세를 받으며 나그네들의 주머니를 털던 소위 '산적'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향후 관련 연구용역, 토론회 등 면밀한 검토를 거쳐 통행료 폐지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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