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는 모임이 있었다. 밥이 나오고 술이 한 잔씩 돌면 누군가 이야기를 꺼낸다. 처음엔 다들 그래, 대단하다며 맞장구를 친다. 오 분이 지나면 고개 끄덕이는 속도가 느려지고, 십 분이 지나면 다들 젓가락만 움직인다.

나이 들수록 곁에 남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건 누구나 느낀다. 그런데 왜 줄어드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이 나빠져서도 거리가 멀어져서도 아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불편해서 하나둘 나오지 않는 것뿐이다. 그 불편함의 정체를 하나씩 짚어본다.

1. 자식 얘기로 시작해 결국 내 얘기로 끝나는 것
처음 꺼낼 땐 다들 자식 근황을 나누는 줄 안다. 근데 듣다 보면 결국 본인이 어떻게 키웠는지,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로 흘러간다. 자식의 성취를 자기 성취처럼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걸 매번 꺼내는 순간 자리는 조용히 불편해진다. 삼십 년 넘게 이어지던 모임이 이 한 가지로 깨지는 경우도 있다.

2. 힘들다는 말속에 슬쩍 끼워 넣는 형편 자랑
세금이 많아서 걱정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니 피곤하다는 말은 겉으로는 하소연 같지만 속에는 자랑이 들어 있다. 듣는 사람의 머릿속은 그 순간 자기 통장부터 떠올린다. 이런 우회적인 자랑이 대놓고 하는 자랑보다 오히려 더 나쁜 인상을 남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포장이 진심을 가리는 순간, 사람들은 그 자리를 슬슬 피하기 시작한다.

3. 안 아프다는 말로 은근히 건강을 과시하는 것
약도 안 먹는다, 등산도 거뜬하다는 말은 본인에게는 감사의 표현일 뿐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매일 약을 챙기는 사람이 있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돈은 다시 벌 수 있고 자식 일은 언젠가 풀릴 수 있지만, 건강은 한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 건강 자랑을 들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부러움이 아니라 서러움에 가깝다.

세 가지 모두 본인은 자랑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근황을 전한다고 생각할 뿐이지만, 듣는 쪽은 매번 자신의 처지와 견주게 된다. 그 비교가 쌓이면 사람은 말없이 자리를 피하기 시작한다. 진짜 품격은 말이 아니라 침묵으로 곁을 지키는 데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