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한 달째 오지 않는 판결문…“왜 졌는지도 몰라” 답답
[앵커]
재판 지연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민사 소송에서 이미 승패가 가려져 재판이 끝났지만, 당사자들이 한 달 넘도록 판결문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판결이 선고되고 하루 이틀 뒤면 판결문이 나오는 게 보통인데,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백인성 법조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대치동의 한 재건축 단지.
이곳 재건축 조합은 소속 조합원 A 씨를 상대로 2년 전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선고된 건 지난 8월 23일.
하지만 선고 한 달이 지나도록 당사자들은 판결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통상 선고 하루 이틀 뒤 재판부가 법원 시스템에 판결문을 등록하고 이를 당사자에게 송달하지만 한 달 가까이 판결문을 받지 못한 건 극히 이례적입니다.
재판에선 짧게 결과만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당사자들은 판결문을 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왜 이기고 졌는지조차 모른 채 시간만 보내야 했습니다.
[당사자 소송대리인/음성변조 :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저희 직원분께서 연락을 드렸을 때 '판사님께서 아직 등록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전달만 받고 딱히 다른 얘기는 없었고…."]
판결문 등록이나 송달이 늦어지게 되면 실질적으로 재판 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지만 이런 '숨은 재판 지연'은 통계조차 없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법원은 곧바로 판결문을 등록해 지난달 24일 송달했습니다.
선고부터 판결문 송달까지 한 달 넘게 걸린 겁니다.
해당 판사는 "판결문을 기록과 대조하고 다듬으면서 시간이 걸렸다"며 "급한 사건들 처리 때문에 등록이 더 늦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만사 합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 15.8개월이 소요돼 2020년 10.3개월에 비해 5달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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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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