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내년 생맥주 세금 올리려다 멈췄다…왜?
정부 “세금 부담 커 인상 계획 재검토”
가격 부담 미루는 정책에 부작용 우려도
정부가 내년으로 예정된 생맥주 주세율 20% 감면 종료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생맥주는 올해까지 병·캔맥주 등 일반 맥주에 견줘 20% 낮은 주세 세율을 적용받는다. 내년엔 세금 부담이 커지지만 술값 인상 부담을 고려해 세율 한시적 인하 조처를 추가로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 상승 부담을 나중으로 미루는 정책들은 당장은 좋으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생맥주 주세 세율 정상화 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급격한 세율 인상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세법을 개정해 기존 세율을 계속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생맥주는 현재 병·캔·페트 등 일반 맥주보다 20%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지난 2020년 맥주의 주세 과세 방식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며 생맥주만 세금 부담이 커지자 2년간 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했고, 2021년 말 추가 연장을 거쳐 올해까지 세율을 낮췄다.
종가세는 술의 공장 출고가격에 비례해 주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반면 종량세는 공장 출고량에 따라 세금을 과세한다. 애초 국내 모든 주류는 종가세로 과세했으나 2020년부터 맥주와 막걸리가 종량세 과세로 바뀌었다. 술값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에선 원가가 높고 세금 부담이 큰 고급술을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장재가 없어 원래부터 출고가격이 저렴했던 수제 맥주 등 생맥주는 종량세 전환으로 세금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생맥주만 특례 세율을 적용해온 이유다.
또 기재부는 현재 맥주와 막걸리에 적용 중인 종량세 물가 연동제 폐지 등을 위한 연구 용역도 조만간 외부 기관에 맡길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종량세 물가 연동제란, 물가가 오른 만큼 주세를 함께 인상하는 제도다. 기존 종가세 과세를 하는 소주는 원가 등 물가 상승으로 출고가격이 오르면 세금이 같이 늘지만, 종량세 방식의 맥주·막걸리는 세금이 그대로인 형평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2021년부터 시행했다.
추 부총리는 앞서 지난 9일 기자 간담회에서 “맥주·탁주(막걸리)의 물가 연동 과세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류 업계가 매년 세금 인상에 편승해 술값을 더 큰 폭으로 올리는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연동제 폐지를 포함해 실무적으로 다양한 개선 방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조처들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물가 연동제를 폐지해 맥주와 막걸리 주세를 담뱃세처럼 국회가 그때그때 법 개정을 통해 결정할 경우, 장기간 세율이 동결돼 맥주·막걸리 업계의 실질적인 세금 부담은 줄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소주·위스키 등 증류주 업계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생맥주 역시 세금 인상을 미룰수록 향후 한꺼번에 올려야 하는 주세의 절대액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물가 문제가 닥칠 때마다 땜질 처방에만 신경을 쓰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 2019년 맥주·막걸리의 종량세 전환 계획을 발표하며 중장기적으로 다른 주류도 종량세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주류 업계에선 소주·위스키 등 증류주 과세 방식도 종량세로 바꿔 주종 간 과세 형평성 논란을 없애고 토종 싱글 몰트 위스키 등 고품질 주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주류 소비문화가 값싼 술을 많이 마시는 방식에서 좋은 술을 적당히 즐기는 분위기로 바뀐 만큼 조세 제도도 현실에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세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한 정부 관계자는 “소주·위스키 등 증류주 과세를 종량세 방식으로 바꾸면, 위스키에 붙는 세금이 크게 줄어 소주 시장에 미칠 여파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고소득층이 주로 마시는 위스키의 세금을 줄여주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 수 있는 점이 부담”이라고 전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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