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SMR 상용화, 한국을 앞서가다
중국이 하이난 창장에 건설 중인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링롱원(ACP100)’으로 2026년 상반기 상업 운전을 목표로 막바지 단계에 들어가며, 차세대 원전 실증·상용화에서 최소 5~10년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아직 상용 SMR을 착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 최초 상업용 육상 SMR 가동을 눈앞에 두자 “차세대 원전 경쟁 구도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착공에서 비핵 터빈 시험까지, 건설·시운전 진척 상황
하이난성 창장 원전 부지의 ACP100 실증 1호기는 2021년 7월 첫 콘크리트 타설로 착공에 들어갔다. 이후 격납건물 돔 설치, 1차계통 수압 시험, 저온 기능시험, 냉 상태 기능시험 등 단계별 시운전을 순차적으로 마쳤고, 2025년 말에는 외부 증기를 사용해 터빈과 발전기 계통만을 돌려보는 비핵 터빈 시운전까지 첫 시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실제 핵연료 장전 전 발전계통이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필수 리허설로, 중국 정부와 CNNC는 이를 바탕으로 2026년 상반기 상업 운전을 공식 목표로 제시했다.

52만 가구 전력과 난방·담수화를 겸한 다목적 에너지 플랫폼
ACP100 실증발전소는 완공 시 연간 약 10억 kWh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이는 중국 기준 약 52만 6,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동시에 단순 발전소를 넘어 다목적 에너지 설비를 지향해, 전력 생산과 함께 지역 난방, 산업용 증기 공급, 하루 최대 12만 톤 수준의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국은 ACP100을 도서 지역, 산업 단지, 대형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 플랜트 등에 적용 가능한 ‘에너지 플랫폼’으로 홍보하며, 향후 일대일로 연선 국가로의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10년 앞섰다”는 중국 주장, 어디서 나오나
ACP100 프로젝트는 2010년대 초 개념 설계 착수, 2016년 IAEA 안전성 검토 통과, 2021년 건설 시작, 2026년 상업 운전 목표라는 15년짜리 로드맵을 따라 진행돼 왔다. 반면 미국 NuScale 등 서방 SMR 프로젝트는 설계 승인 이후 비용 급등과 사업성 논란으로 일부 계획이 취소되거나 지연됐고, 다른 SMR들도 아직 본격 건설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
이 틈을 활용해 CNNC는 ACP100을 “실제 콘크리트와 철로 지어진, 거의 완공 단계의 첫 육상 SMR”이라고 강조하며, 설계·제작·시운전·공급망을 모두 자국 산업으로 처리한 점을 ‘10년 리드’ 근거로 내세운다. 상용 SMR을 실제로 돌려본 첫 국가라는 상징성과 시장 효과만큼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한국의 SMR 개발 현황, 설계는 있지만 실증은 아직
한국도 SMR 연구개발에서 뒤처진 것은 아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100MWe급 SMART는 2012년 국내 설계 인허가를 취득했고, 2015년에는 사우디와 실증·수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실제 건설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못해 현재는 설계 고도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 중인 i-SMR 역시 170MWe급 경수로형 SMR 개념 설계·경제성 분석 단계에 있으며, 국내 첫 실증 건설 목표 시점은 2030년대 이후로 잡혀 있다. 즉 한국은 설계·연구개발 측면에서는 선진 그룹에 속하지만, “실제 부지를 선정해 상업용 SMR을 짓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고, 이 부분에서 중국이 ACP100으로 실증 상용화 레퍼런스를 먼저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성과 경제성이 가를 최종 승부, 한국의 과제
다만 SMR 경쟁의 최종 승패는 상용 가동 시점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규제기관 인허가의 신뢰성, 건설비와 전력 단가, 실제 운전 과정의 안전성과 가동률, 수출 대상국 규제·금융 여건 등 복합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중국 ACP100은 자국 규제·금융·공급망 덕에 빠르게 추진되고 있지만, 해외 수출 시에는 상대국 규제기관과 국제 금융기관의 별도 검증을 거쳐야 하고, 국영기업 구조와 정보 투명성도 변수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미국과의 SMR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제는 어느 설계를 선택해 어디에 첫 실증 플랜트를 지을지에 대한 정치·사회적 합의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세대 에너지·수출 산업·기술 패권이 걸린 분야인 만큼, 중국이 ACP100으로 상징적인 ‘선수’를 친 지금부터가 한국에겐 본격적인 추격전의 시작이 될 수 있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