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최신형보다 10년 전 모델이 더 이쁘다는 기적의 국산차

2013년 하반기에는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로 신선함을 더한 '더 뉴 K5'가 출시됐습니다. 배우 '현빈'을 모델로 '21 파일럿'의 음악이 깔리는 TV 광고가 눈길을 끌었는데, K5 광고의 상징과도 같은 모스 부호와 찰떡인 음악을 어쩜 이렇게 잘 찾았을까 싶더라고요. 호평받는 디자인을 굳이 갈아엎을 필요는 없겠죠. 더 뉴 K5는 직전 모델의 구성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마치 화장만으로도 인상을 크게 바꾸듯 곳곳에 달라진 디테일이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먼저 안개등 위에 덩그러니 자리했던 LED 포지셔닝 램프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듯 헤드램프 상단으로 이동했고 수정된 범퍼 디자인과 함께 이 시기 기아차가 내세우던 일명 '아이스 큐브' 디자인의 LED 안개등이 추가되면서 세련된 분위기와 동시에 전면부의 인상이 더욱 샤프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헤드램프 구성이 비슷해서인지 당시에는 남아있던 '사브'가 떠오르더라고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측면의 변화는 미미했지만 한층 스포티해진 휠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전기형의 상징과도 같았던 불판휠은 사라졌지만 다행히 달라진 휠 역시 충분히 멋스러웠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특히 끝물에 들어간 18인치 휠은 둘 사이의 절충안 같아 보여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어요.

뒷모습은 달라진 리어램프가 눈에 띄었죠. 테두리를 면발광으로 감싸 존재감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변화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을까요? 리어램프가 필요 이상 비대해지면서 전작보다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물론 아쉽다는 거지 못생겼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동급에서 가장 수려하고 경쟁력 있는 외모라는 점만큼은 확실했죠.

또 외관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노려 중간 트림인 '트렌디'부터 18인치 휠과 LED 리어램프를 비롯한 고급 사양을 기본 적용한 것도 더 뉴 K5의 분명한 경쟁력 중 하나였습니다. 도로에 굴러다니는 K5가 대부분 풀옵션처럼 보이니 눈이 즐거웠어요.

실내 역시 디자인을 수정하는 대신 직전 모델에서 지적받은 몇몇 소재와 곳곳의 편의 장치를 최신 사양으로 업데이트해 상품성을 개선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후측방 사각지대 경고가 추가됐고 순정 내비게이션은 모니터를 8인치로 키워 시인성이 좋아졌음에도 100만 원 미만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게 좋은 반응을 얻었죠. 2014년식부터는 스마트폰으로 원격시동, 공조제어 등이 가능한 최신 텔레매틱스 'UVO'가 도입되기도 했어요.

또 아우디의 향기가 나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 돋보였는데, 특히 2.0L 터보 모델에 한해 'D컷' 림을 적용하면서 더욱 스포티한 분위기를 뽐냈죠. 다만 수출형에 적용되는 패들시프트가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쉬웠는데요. 자연흡기는 그렇다 쳐도 터보 모델에까지 없는 것은 다분히 쏘나타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배제한 느낌이었습니다.

파워트레인은 끝물에 선반영 된 2.0L 누우 엔진과 세타 터보 엔진이 그대로 내려왔습니다. 주력인 2.0L 자연흡기 모델은 높아진 출력을 체감하기는 힘들었지만 NVH가 보강되어 주행 중 소음이 줄었고 꾸준히 개선된 전자제어 장치와 서스펜션 세팅 실력으로 직전 모델보다 주행 품질이 꽤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에코, 노멀, 스포츠 세 단계로 지원하는 주행 모드 통합 제어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하면서 운행 스타일에 따라 파워트레인의 반응과 스티어링 휠의 담력을 버튼 하나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죠.

RPM 상승을 의도적으로 억제해 경제 운전을 유도했던 종전의 '액티브 에코', MDPS의 담력을 조절할 수 있었던 '플렉스 스티어'보다 한층 발전된 기능이었어요.

하이브리드 모델도 업데이트했죠. 2014년에는 뒤이어 출시된 'K7 하이브리드 700h'와 마찬가지로 '500h'라는 다분히 렉서스를 의식한 듯한 서브네임이 붙었습니다. 이번에도 공력 성능을 고려한 외관 디자인, 전용 그래픽으로 꾸민 실내로 일반형 모델과 차별화했고 리터당 16.8km의 준수한 연비를 내세웠지만 직전 모델 대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성능으로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연비 좋은 중형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만큼은 꾸준했죠. K5 전체 판매량의 10% 이상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이후 업그레이드된 후속 모델이 등장하는 데 훌륭한 발판이 됐습니다.

디자인 경영을 내세운 이후 기아차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2008년 이후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K5를 통해 정점을 찍은 모양새였죠. 이때부터 동급 현대차와 완벽히 차별화되는 디자인을 통해 시장에서 기아차의 존재감이 확실해졌고, 이번 주인공 K5가 등장과 동시에 왕좌에 있던 쏘나타를 위협하는 등 말 그대로 지각변동을 일으켰어요.

앞서 등장한 6세대 YF 쏘나타 역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었지만, 이 K5의 자태에 사람들은 홀린 듯 이끌렸고 출시 첫 해인 2010년 6월과 7월 각각 1만 대 넘게 판매되며 잠깐이나마 국내 중형차 시장 1위 타이틀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일어났습니다.

잘생기고 예쁜 것 좋아하는 건 역시 만국 공통이죠. 옵티마로 팔린 해외에서의 성과도 고무적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2011년부터 글로벌 판매가 폭발적으로 성장,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2012년 한 해 동안 무려 16만 대가 넘게 판매되며 옵티마 역사상 가장 많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이대로 끝나면 좋았겠지만,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죠. 실력보다는 패기로 무장한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들에 의해 도로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 속에서 특히 K5가 자주 노출되다 보니 '과학 5호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게 됐는데요. 멋진 스타일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케이스였죠.

또 YF 쏘나타와 플랫폼과 각종 부품을 공유하면서 단점 역시 대부분 공유했습니다. 차세대 플랫폼으로 차체 강성과 안전성이 증대됐지만 차급에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주행 감각, 부족한 방음 대책으로 소음이 부각되는 등 주행 품질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모델이었어요. 차 만들기 실력이 디자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뒤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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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현대기아차라면 차급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누리는 엔진오일 미세 누유와 GDI 엔진의 내구성 문제, 전기형은 헤드램프 안쪽의 반사판이 열에 의해 벗겨지면서 밝기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헤드램프 조도 이슈가 있고요. 전기형과 후기형을 막론하고 트렁크 쪽의 리어램프가 자주 나가는 소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더 뉴 K5는 면발광이 중간에 끊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같이 이러니까 애초부터 이렇게 생긴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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