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불가항력' 선언에 헬륨 수급 흔들…K반도체 긴장

이한듬 기자 2026. 3. 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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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장기화시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공급노선 대변화 등 대안 필요
카타르에너지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 사진=로이터
카타르가 한국을 비롯한 4개 거래 국가에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핵심 원료인 '헬륨'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은 헬륨 수입의 과반을 카타르에 의존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카타르 국영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한국과 이탈리아, 벨기에, 중국 등 4개국과 체결한 LNG 장기 공급 계약을 이행하기 어렵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은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 계약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질 때 그 책임을 면제받는 법적 장치다. 최근 이란이 카타르의 핵심 LNG 생산 거점인 라스라판 산업도시 내 생산시설을 타격하면서 정상적인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지자 결국 불가항력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번 조치로 LNG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되는 헬륨 공급망도 차질을 빚게될 것이란 관측이다. 헬륨은 천연가스에서 소량만 추출할 수 있어 생산지가 제한적이다. 미국과 카타르 등 일부 국가에 생산시설이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카타르는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대형 정제설비를 통해 전 세계 공급량의 38%에 해당하는 월 약520만㎥의 헬륨을 생산해왔다.

한국은 카타르산 헬륨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한 곳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헬륨 2116톤 중 65%에 해당하는 1375톤이 카타르산이었다. 나머지 헬륨 수입비중은 미국(27.1%)과 러시아(6.2%) 중국(1.7%) 순이다.

헬륨 수급이 어려어지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헬륨은 웨이퍼 냉각이나 체임버 내부의 초고진공 환경을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광학계 냉각 등에도 쓰이는데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일수록 EUV 의존도가 높아 헬륨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헬륨 비축분이 충분해 즉각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현재 4~6개월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카타르는 이번에 타격을 입은 LNG 생산 시설을 복구하는데 3∼5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헬륨 공급의 핵심 축인 카타르의 생산 차질로 인해 헬륨 가격이 급등하고 반도체 업계의 원가 부담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헬륨 가격 인상은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 공급 차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현물 및 유통 시장,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은 비핵심 수요처를 중심으로 1차 가격 인상이 먼저 나타난 뒤 분기 단위로 재협상이 이뤄지는 중장기 계약 물량에 인상분이 순차적으로 전가되면서 2차 판가 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대체 공급망 확보 등의 중장기 관점에서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헬륨 공급처를 미국 50%, 카타르 28~33% 수준으로 유지해 한국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며 "한국도 과도한 카타르 의존도를 줄여 안정적인 공급노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재활용 기술 확보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헬륨 재활용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인 SK에어플러스가 미국 산업가스 기업 아렌시비아와 협력해 헬륨을 비롯한 희귀 가스 업사이클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4월부터 일부 반도체 생산라인에 '헬륨 재사용 시스템(HeRS)'을 적용하고 있다. 사용 후 배출되는 헬륨을 포집·정제해 재투입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는 초기운영 결과 연간 약 4.7톤의 헬륨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전자는 HeRS를 다른 생산라인으로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을 전체 라인에 확대하면 연간 헬륨 사용량의 약 18.6%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듬 기자 mumford@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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