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덕수고등학교 박종혁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지

우리는 가끔 너무나 당연하다는 이유로,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곤 한다. 그러나 박종혁은 그 ‘당연함’의 가치를 소중히 지키는 선수다. 경기장을 휘젓는 빠른 발과 탄탄한 피지컬, 그리고 팬들의 주목을 받는 훤칠한 외모 뒤에는 언제나 바르게 성장하려는 성숙함이 깃들어 있다. 종종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의 생김새와 닮았다는 말을 듣지만, 그가 진정 닮은 것은 박새로이처럼 굳건한 내면의 올곧음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 바른 인성의 중요성은 점차 희미해지는 요즘이지만, 박종혁은 조용하면서도 확고한 책임감을 품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덕수고의 리드오프에서 KIA 타이거즈의 기대주로 성장할 ‘프로야구선수’ 박종혁의 시작을 담았다.

Photographer Seul Lee Editor Daeeun Park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박종혁
출생
2007년 10월 5일
신체조건 190cm 88kg
출신교 서울 대치중 – 덕수고
포지션 내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5년 성적 21경기 타율 0.250 17안타 8타점 25득점 10도루 OPS 0.751

#나도 인터뷰!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만남이에요.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해요. (10월 2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KIA 타이거즈에 입단하게 된 덕수고등학교 내야수 박종혁입니다.

앞서 166호(25년 2월 호)에서 오시후가, 173호(25년 9월 호)에선 김화중이 본지와 만났어요.
두 명이 인터뷰를 한 것을 알고 있었고, 읽어 봤습니다. 섭외가 온 후 ‘나도 찍을 때가 됐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오시후와 김화중의 조언은 없던가요?) 제가 인터뷰하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와서, 감독님만 아시고 아무도 몰라요. 인터뷰하는 영상을 본다면 뚝딱거린다고 웃으면서 놀리지 않을까요?

2026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의 부름을 받았어요. 프로 입단에 성공한 소감이 어떤가요?
어렸을 때부터 꿈꿔 왔던 프로야구선수라는 꿈을 이루게 해 주셔서 KIA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최고의’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명 순간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드래프트 생중계를 보고 있었어요. 지명을 받던 순간에는 집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기뻐서 엄청 크게 소리를 질렀거든요! (누가 가장 크게 질렀나요?) 물론 저였죠. (웃음)

광주에도 다녀왔고, 요즘 바쁠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덕수고는 10월 중순에 전국체전에 참여해야 해요. 그래서 이번 주 내내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인터뷰를 마치고 훈련하러 가야 하고요.

친구 오시후는 SSG 랜더스에 지명이 됐어요. 이후 따로 나눈 얘기가 있나요?
서로 축하한다, 각자 팀에 가서 잘해 보자고 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오글거리는데, 당시에는 진심이었죠.

덕수고에서 16번을 달게 된 이유가 있어요?
중학교 시절부터 16번을 쭉 달았어요. 저 스스로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번호라고 느꼈고, 숫자 자체가 이뻐 보이기도 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프로에서도 꼭 16번을 쓰고 싶습니다.

#리드오프

‘야구선수 박종혁’이 궁금해요. 본인을 직접 소개한다면 어떤 선수인가요?
예의를 갖췄고, 바른 인성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흠이 없는 선수가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친구들과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 다른 친구들보다 야구에 소질이 있다는 걸 느꼈죠. 부모님께 야구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재밌어서 시작한 야구였지만, 고비도 찾아왔을 텐데요.
힘든 순간들이 적지 않았지만, 중학생 시절이 가장 힘들었어요. 마냥 재밌었던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스스로 돌아봐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느꼈던 시기였거든요. 심적으로도 위축됐던 기억이 나요.

지난 7월에 있었던 청룡기 이야기를 해 볼까요? 청룡기 시작 직전에 손목 부상을 당했다고 들었어요. 3학년으로서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겠어요.
청룡기 개막 5주 전, 연습경기에서 사구를 맞아 손목에 금이 갔어요. 병원에서는 회복까지 6주 정도가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뭔가 잘못됐다’라고 직감했어요. 하지만 청룡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죠. 부상 중이었지만 팀 훈련에 참여해서 신체 리듬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감각이 떨어진 상태로 경기에 투입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더불어 감독님과 코치님께서도 용기를 주셨어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회복하는 동안 다른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 보자고 독려해 주셨죠.

손목이 온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대회가 시작됐는데, 리드오프로서 팀의 우승을 이끌고 최다 득점상까지 수상했어요.
청룡기가 시작됐을 때도 여전히 손목은 금이 가 있는 상태였어요. 경기를 마치는 대로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아이싱을 하며 버텼죠. 팀이 이마트배와 황금사자기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임했어요. (우승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겠는데요?) 모두가 뛸 듯이 좋아했죠. 저희끼리 “우리가 제대로 된 감동 스토리 하나 썼다”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최다 득점상 수상과 함께 1번 타자라는 중책을 완벽하게 수행했잖아요. 본인이 보기에도 리드오프와 잘 맞는다고 느끼나요?
특별하게 선호하는 타선이 있진 않아요. 팀에서 1번 타자라는 역할을 줬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타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타석에 들어서는 역할이니까 기선 제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거든요. 제가 쉽게 물러나면 다음 타자에게도 영향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초반 기싸움에서 쉽게 지지 않고자 했습니다.

3학년이기에 팀의 고참이자 리더의 역할을 맡았잖아요. 어떤 선배였나요?
덕수고 2학년 후배들이 몹시 뛰어나서 제가 특별하게 조언할 것이 없었어요. 조화로운 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친근한 선배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워낙 많은 우승을 차지한 ‘명문’ 덕수고잖아요. 덕수고에 입학해야 하는 이유를 어필해 주세요!
덕수고만큼 야구를 디테일하게 하고, 플레이에 열정을 담는 학교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해요. 야구를 잘 배워서 성장하고 싶다면, 우리 학교를 선택하라고 추천할게요.

#KIA 타이거즈 박종혁입니다

9월 27일 광주에서 입단식과 그라운드 행사에 참여했죠. 동기들과는 친해졌나요?
다들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연이 닿았던 적은 없었거든요. 근데 이번 기회로 가까워졌습니다. 휘문고 외야수 김민규, 아산BC 투수 최유찬이랑 가장 친해졌어요.

팬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는 처음이었잖아요. 갸티비를 보니까 굉장히 여유로워 보이더라고요.
진심으로, 엄청나게 떨렸어요. (티가 전혀 나지 않던데요?) 그게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라운드 안에서도 긴장하는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느꼈거든요. 속으로는 덜덜 떨었습니다!

이범호 감독을 롤 모델이라고 밝혔었죠. 실제로 만나 보니까 어땠어요?
감독님은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3루수였잖아요. 저 역시 팀을 대표하는 3루수가 되고 싶거든요. 실제로 뵀을 때 아우라가 달랐습니다.

아우라가 남다른 선수도 있었나요?
패트릭 위즈덤 선수가 악수를 먼저 해 주셨는데, 반했습니다. 너무 멋있더라고요.

KIA에서 가장 친해지고 싶은 선배는 누구예요?
김도영 선배요. 같은 팀에서 뛸 수 있어 영광입니다.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덕수고 1년 선배 김태형과도 인사를 했나요?
신인드래프트 직후에 연락이 왔어요. 갑자기 셀카를 찍어서 보내라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갸티비 PD님이 부탁하신 거였대요.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찍어서 보냈습니다. (김태형은 어떤 선배였나요?) 말 그대로 ‘동네 형’ 같은 선배였어요. 그만큼 후배들에게 편하게 다가와 줬던 형이었죠.

#외모 최대어

190cm의 키와 훤칠한 외모로 타이거즈상이 아니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어요. 본인도 잘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죠?
저는 처음에 잘 몰랐거든요? 고등학교 입학 후 주변에서 그렇게 칭찬을 해 주시니까, 이제는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됐어요. (언제 키가 훌쩍 컸나요?) 중학교 1학년 때 11cm가 컸어요.

배우 박서준과 닮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요.
저는 박서준 님이랑 닮았다는 말보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와 닮았다는 얘기를 더 자주 들었어요. 늘 머리가 짧았으니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드라마가 방영됐던 중학생 때부터 듣게 된 별명이에요.

평소 외모 관리도 하는 편인가요?
감독님이나 주변 분들께서, 외모에 신경 쓰지 말고 야구만 하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진짜 외모에 신경을 쓴 적이 없거든요! (억울) 굳이 관리라고 한다면… 자기 전에 로션을 바르는 정도예요.

타이거즈 팬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워요.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보는 주목일 텐데 기분이 어때요?
이 정도로 관심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낌없는 관심에 감사드리지만, 이 관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실력으로 보여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최근에는 더욱 자부심을 느끼며 야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평소 성격이 궁금해요.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다른 편인가요?
MBTI가 ESTJ라 외향적이에요. 원래는 그라운드에서 목소리가 큰 성격은 아니었는데요. 덕수고에 입학한 이후에는 형들에게 배우며 파이팅 있는 선수가 됐습니다.

경기나 훈련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요?
무조건 집에 있는 게 좋아요. 덕수고 훈련 강도가 진짜 엄청나거든요. 나가서 놀 힘이 없어요. (동료끼리 놀지도 않아요?) 따로 그러지는 않아요. 이미 매일 경기장에서 보는 사이니까요.

야구선수를 하지 않았다면 뭘 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무조건 운동을 했을 거예요. 야구선수라는 꿈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키워 왔거든요.

#비관적일수록 낙관하라

뛰어난 피지컬과 주력 등으로 주목받고 있죠. 프로에서 어떤 스타일로 거듭나고 싶나요?
경기장을 휘젓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힘과 스피드를 극대화해서, 장타를 치더라도 멋있게 그라운드를 도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고요.

밸런스 게임을 해 볼까요? 히트 포 더 사이클 vs 4연타석 홈런 중 한 가지 기록만 달성할 수 있다면요?
4연타석 홈런이요! 최소 4타점 이상을 기록할 수 있으니까, 팀 승리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190cm라는 키가 내야수로서는 흔치 않잖아요. 키가 점점 클 때 불안함이 있지 않던가요?
키가 그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하고 있어요. 다행히 지금은 더 이상 크고 있지 않지만요. 그리고 제 가장 큰 장점이 190cm처럼 보이지 않는 민첩한 몸놀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장점을 프로에서 더 살릴 자신이 있습니다.

대화를 나눠 보니 인성을 중시하는 것 같은데, 그 가치관의 배경이 궁금하네요.
부모님의 영향이 컸어요. 모든 것의 전제에 ‘인성을 갖춘’이 따라붙었죠. 그냥 야구선수가 아니라, ‘인성을 갖춘’ 야구선수가 되라고 항상 말씀하세요. 또 제가 초등학생 시절부터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동경했거든요. 쓰레기도 항상 줍고 있고요. (웃음) 제가 오타니 같은 선수가 된다면, 누군가가 제게 선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박종혁이라는 선수는 인성도 정말 좋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멋있는 순간일 거예요.

좌우명도 ‘비관적일수록 낙관하라’잖아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비관적인 마음도 가끔 가지곤 했어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염려와 걱정을 했죠.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흐름이 실질적으로 제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로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삶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더라고요? 야구도 마찬가지고요.

다가올 겨울을 맞이하는 각오가 남다를 텐데요.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요?
7라운드로 입단했지만,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앞으로 프로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무조건 40세까지 야구하고 싶어요. 롱런하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죠. 기록적인 면에서는 장타율이 높은, OPS형 타자가 되고 싶습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절 도와 주셨던 모두에게 인사하지 못해 마음에 걸리네요. 그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쏟는 선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경기장 안과 밖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바른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5호 (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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