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참교육하겠습니다” 폭력적 콘텐츠 활개에 모방범죄 우려
조회수 수십만건 기록하며 “멋지다” 반응 이어져
”영웅심리 작용해 폭력성 학습할 가능성 높아”

지난 6월 26일 유튜브에 업로드된 ‘건달이 민간인 피해주네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조회수 70만회를 기록했다. 이 영상에는 유튜버 A씨가 수원 일대 조직폭력배들과 시비가 붙은 장면이 담겼다. A씨가 도로를 일부 가로막은 차주 B씨에게 차를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가 협조에 응하지 않자 실랑이가 벌어졌다. 알고 보니 B씨는 수원 일대 조직폭력배였고, A씨는 “조폭이 민간인에게 피해를 준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후 B씨를 돕기 위해 나선 동료 조직원들과 A씨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욕설이 난무하고 몸싸움을 벌인 장면이 담긴 만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상 ‘범죄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정보’ 또는 ‘과도한 욕설 등으로 불쾌감을 주는 내용’에 해당해 유통되선 안 되는 이 영상에는 “공공의 이익이 돼 보기 좋다” 등 긍정적 댓글이 많이 달렸다.
이처럼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등 영상 플랫폼에서 특정 인물을 직접 찾아가 위력을 사용해 혼내준다는 이른바 ‘참교육’ 콘텐츠와 전직 조직폭력배가 과거 범죄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아 미화시키는 등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콘텐츠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방통위 심의 규정에 어긋나지만 이런 영상이 너무 많아 부처 차원에서 일일이 모니터링해 단속하는 게 불가능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콘텐츠가 특히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폭력 자세히 묘사하는 콘텐츠 인기...방통위 심의에 걸리지만 단속 한계
작년 5월 8일 한 유튜버는 전직 조직폭력배라는 C씨의 개인 방송 내용을 짜깁기해 ‘위OO VS 현역 건달’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C씨가 조직폭력배들과 시비가 붙게 된 과정을 자세히 묘사했다. 시청자들이 멋있다며 감탄하는 댓글을 소개하면서 “C씨 특유의 마초 스타일과 통제되지 않은 모습을 야수 같다며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많아 전직 건달보다는 비제이로서 오래 방송을 이어 나가길 바라는 팬들이 많다”라고 했다.
방통위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 따르면 ‘범죄인 또는 범죄단체 등을 미화하여 범죄를 정당하다고 보이게 할 우려가 있는 정보’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해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등은 유통돼서는 안 된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폭력 영상들은 이런 규정에 어긋난다. 방통위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게시 중단 조치를 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수만 건의 콘텐츠가 올라오는 만큼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려고 노력하지만 다양한 매체에 게시된 콘텐츠를 전부 검토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다수의 SNS가 해외사업자인 만큼 공조를 의뢰해도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게시 차단을 하지 않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지원하거나 여성가족부 협조를 받아 유해 매체물 목록표를 각 학교로 전달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정보통신 윤리교육의 경우 사이버 폭력 예방, 사이버 예절, 게임 중독 등 범위가 넓어 올바른 온라인 콘텐츠 교육에 할애되는 분량이 적다. 또, 유해 매체물 시청을 금지해도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제약 없이 SNS에 접속할 수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초등학교 교사 박 모(27) 씨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통해 SNS를 시청할 수 있어 교육 현장에서 지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차선책으로 방학 숙제로 ‘내 진로에 맞는 유튜브 알고리즘’ 만들기를 내주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에 대한 제재와 교육자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 시기는 충동성과 영웅 심리, 모방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며 “또래들을 의식하는 경향도 두드러져 유해 콘텐츠에 과하게 노출되면 폭력성을 학습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제재와 교육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SNS 콘텐츠가 사회 곳곳에 스며든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교육 현장에서는 손 놓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라며 “청소년기는 판단력이 미숙해 호기심에 시청한 콘텐츠를 학습하고, 내재화할 가능성이 높아, 콘텐츠의 위험성도 증대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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