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곳 올라가려면…“경기장보다 높은 곳에서 최소 열흘”

황민국 기자 2025. 12. 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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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대표팀 ‘멕시코 1571m 고지’ 적응 비책은
이봉주. 우철훈 선임기자

‘산소 부족’ 극복이 열쇠…홍 감독 2160m 캠프 후보지 방문 점검
마라토너 이봉주 “호흡과의 전쟁…한 번 끊어지면 회복 힘들어”
조별리그 2·3위 통과 후 그보다 낮은 미국서 경기 땐 더 유리해

한국 축구는 내년 6월11일 막을 올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공동 개최국인 멕시코와 같은 A조에 묶이면서 ‘고지대’라는 변수에 직면했다. 한국이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르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는 해발 1571m 고지다. 고지대는 산소가 부족해 선수들의 체력이 쉽게 떨어지고, 기압이 낮아 평소와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스포츠에서 고지대 환경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은 1968 멕시코 올림픽이었다. 당시 주경기장은 해발 2286m에 자리하고 있었고, 장거리 종목의 입상자 대부분은 고지대 국가 출신이었다.

고지대 경기력의 가장 큰 고민은 산소다. 인체에 필요한 산소량은 똑같은데 고지대는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낮아 더 빨리 지치고 회복력도 떨어진다. 경기가 열리는 고지대 경기장보다 300~700m 더 높은 산에서 2주 이상의 적응기를 갖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늘어나며 산소 부족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56)도 조 추첨이 끝난 뒤 해발 2160m인 멕시코 푸에블라를 방문해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점검했다. 해당 베이스캠프에는 한국과 함께 A조에 편성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콜롬비아와 우즈베키스탄 등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최국인 멕시코는 아예 멕시코시티 인근 해발 2600m의 고성능 훈련센터에서 월드컵을 준비하기로 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5·사진)도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마라톤 선수들도 해발 1500m에서 뛰면 평지보다 두세 배 숨이 가쁘다”며 “고지대에서 가능한 한 오랜 시간 훈련하고 생활하면서 고지에 적응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봉주는 선수 시절 에티오피아(2000m), 케냐 엘도렛(2400m), 중국 쿤밍(1900m) 등 전 세계 고산지에서 전지훈련을 병행하며 체력적 한계를 극복했다.

“1500m 고지대에 적응하는 데는 열흘 이상이 걸린다”는 이봉주는 “고지대에서 열리는 축구는 축구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했다. 고지대에서 열릴 월드컵을 ‘호흡과의 전쟁’으로 표현한 그는 “축구는 달리기·정지·가속이 반복되는 종목이라 산소가 부족하면 한 번 끊어진 호흡을 다시 회복하기가 무척 힘들 것”이라고 했다.

고지대에서는 실제 미드필더의 반복 전력질주 횟수가 줄어든다. 윙어도 전력질주하는 스프린트에 제한이 걸린다. 이들에게는 고지대 적응이 필수다.

고지대에서 경기가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축구대표팀 주치의로 16강 진출에 힘을 보탠 송준섭 박사(55·강남제이에스병원장)는 당시 대회를 앞두고 파주트레이닝센터에 선수들이 고지대에 적응할 수 있는 저산소실을 마련해 선수들의 빠른 적응을 도왔다.

산소량을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는 이 장치는 원하는 고도에 해당하는 양의 산소와 질소가 방을 채운다. 송 박사는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호흡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면밀히 체크하고, 보강책을 제시해 고지대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에는 신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특화된 식단과 영양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송 박사는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에선 고지대 적응 과정에 생기는 두통과 근육통, 부종 등에 대처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은 피지컬 코치 등이 잘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별리그 이후 고지대에서 내려와 경기를 치른다면, 경기력 향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표팀이 조별리그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멕시코시티에서 32강전을 치르지만, 2~3위로 통과하면 평지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 혹은 휴스턴으로 간다.

송 박사는 “고지대에서 적응한 선수들이 저고도 경기장에서 경기하면 단기적으로 20% 안팎의 체력 향상을 보인다. 남아공 월드컵도 고지대인 요하네스버그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해안가의 더반에 내려오면서 힘을 발휘했다. 이번 월드컵도 같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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