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해킹에서 트랜스휴머니즘까지…실리콘밸리의 '영생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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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중국 진시황이 구하고자 했던 '불로초'에서 유럽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연금술사들이 찾았던 '현자의 돌'에 이르기까지 불로불사의 묘약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계몽주의로 과학적 논리가 연금술을 대체하면서 신화로 남았던 불로장생과 만병통치약에 대한 꿈은 그러나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방송인이자 작가인 알렉스 크로토스키는 신간 '불멸의 설계자들'에서 현대 과학기술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실리콘밸리에 뿌리내린 '영생 산업'의 실체를 파헤친다.
노화 속도를 늦추는 혈장교환술부터 초 단위로 건강 상태를 기록하는 바이오해킹까지 실리콘밸리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술들과 영생 기술에 자금을 대는 테크 거물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깊숙이 다룬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불멸주의자'는 기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기반으로 영생을 추구하는 과학자와 철학자, 데이터로 자신의 상태를 최적화하려는 바이오해커와 연구자들, 영생을 위한 기술에 자금을 쏟아붓는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다.
저자는 이들은 기술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아래 영생을 추구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이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리라고 믿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각자의 환상과 희망 사항과 수학적 논리를 조합해 기술이 영생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어떤 이들은 인간의 형태를 유지한 채 영생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로 기술을 이용한다. 또 어떤 이들은 우리가 죽음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과 융합해야 하며, 그 융합이 이뤄지리라 믿는다."
급진적 수명 연장주의자이자 바이오해커인 브라이언 존슨은 그 단적인 예다. 억만장자 기업가인 그는 과학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초 단위로 통제하는 '프로토콜'의 지시에 따라 생활한다. 아들의 젊은 피를 수혈받아 역노화를 꾀하기도 했다.
2024년 약 240억 달러였던 바이오해킹 산업 규모는 2025년 280억 달러로 늘었고, 2034년에는 1천33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자는 '영생 바이오테크'가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고 테크 거물들이 여기에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지도 짚는다.
알파벳과 구글의 전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노화를 해결할 바이오테크 자회사 칼리코를 출범시켰고, 오픈AI CEO 샘 올프먼은 수명 연장 스타트업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시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AI와의 합일을 통해 급진적인 수명 연장을 이루고자 하는 '트랜스휴머니스트'도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중 한명인 스웨덴 출신 철학자 닉 보스트롬이 설립한 연구소는 일론 머스크와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의 기금지원단체 오픈 필란트로피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저자는 오늘날 영생은 신화가 아닌 비즈니스로 변했으며, 실리콘밸리는 최고 권력층과 밀착해 자신들이 그리는 미래가 실현되도록 정부의 규제 시스템까지 재편하는 중이라고 지적한다.
"실리콘밸리의 불멸주의자들에게 죽음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그들은 계속 살아갈 수 있다. 킹메이커로서, 세계의 지배자로서, 혹은 자신들의 본질을 담은 컴퓨터 코드 비트로 변해 우주 전역을 떠돌면서 말이다. 하지만 급진적 수명 연장은 오직 자금줄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가속화되고 보급될 것이다."
미래의창. 최정숙 옮김. 368쪽.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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