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피부암 ‘흑색종’, 항암제 안 드는 이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택훈 의약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이 흑색종이 BRAF 억제 항암제에 대한 내성 핵심 기전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흑색종의 BRAF 억제 항암제 내성 발생 기전 및 치료 방법 설명 그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피부암 ‘흑색종’의 항암제 내성 원인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가장 치명적인 피부암인 흑색종의 내성 발생 억제가 가능한 새로운 항암제 개발 전략 마련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택훈 의약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이 흑색종이 BRAF 억제 항암제에 대한 내성 핵심 기전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흑색종은 피부 속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 변이 때문에 발생한다. 매년 10만명 이상이 흑색종을 사망할 만큼 치명적인 피부암으로 손꼽힌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는 ‘비라프(BRAF)’라는 발암 유전자를 억제하는 표적 항암제가 사용된다. 하지만 약물 내성이 빠르게 발생해 효과가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KIST 연구진은 BRAF 항암제에 내성을 지닌 세포주 모델을 이용, 흑색종 내성 발생 원인 규명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MD1 유전자’의 활성이 항암제 내성을 가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AMD1 유전자는 ‘아데노실메티오닌 탈카복실화효소 1(Adenosylmethionine Decarboxylase 1)’이라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다. 이 효소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촉진하는 폴리아민(polyamine) 생합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폴리아민은 세포 성장, 분화 등을 담당한다.

이때 폴리아민은 건강한 세포 성장만 돕는 것이 아니다. 암세포 등 변이 세포의 성장도 폴리아민에 의해 촉진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암세포에서 폴리아민이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IST 연구진은 이 원리에 착안, 폴리아민 생합성을 억제했다. 그러자 항암제 내성 흑색종에서 발암 유전자인 ‘c-Myc’이 폴리아민 생합성의 증가를 유발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c-Myc에 의해 증가된 폴리아민이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켜 미토콘드리아 활성을 높인다. 이로 인해 항암제에 내성을 지닌 암세포의 증식으로 이어지며 흑색종 항암제 내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KIST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기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폴리아민 생합성이 BRAF 항암제 내성 유발의 원인임을 밝힌 세계 최초의 연구”라며 “2028년 10억달러 규모로 전망되는 BRAF 억제 항암제 시장에 적용가능한 선도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택훈 KIST 의약소재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가장 치명적인 피부암인 흑색종의 항암제 내성 발생의 핵심 기전을 규명했다”라며 “대사항암제 개발을 위해 BRAF 돌연변이가 자주 나타나는 대장암, 갑상선암 등에서 폴리아민 대사 조절을 통한 항암 효과 검증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IST 주요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선행융합연구사업 및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몰레큘러 캔서(Molecular Cancer)’ 최신 호에 게재됐다.


/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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