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리뷰] 신선한 '랑데부', 그리고 새로운 최민호
삶에 짓눌린 두 사람의 상처 치유기
5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서 공연

연극 '랑데부'는 로켓 개발 과학자와 춤을 통해 자유를 찾는 짜장면집 딸의 특별한 만남을 다루는 작품으로 삶의 무게에 짓눌린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로켓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과학자 태섭은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남자다. 정해진 계획대로 살아야 하는 강박을 가진 그의 루틴 중 하나는 바로 매주 수요일 중국집 영춘관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는 것이다.
아픈 엄마가 고생하다가 죽고 서울로 올라가 춤을 배운 지희는 영춘관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가게를 맡게 된 여자다. 스스로를 찾고자 여정에 나섰으나 결국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과거의 장소로 돌아온 지희는 짜장면 맛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태섭의 리뷰를 읽고 그를 찾아간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마음의 거리를 점점 좁혀나가고 지희는 매주 수요일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싫어하는 태섭에게 춤을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서서히 깨나가는 태섭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극복하고 무사히 로켓을 쏘아 올리고 지희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을까.
'랑데부'는 프랑스어에서 온 표현으로 우주선 또는 인공위성이 만난다는 과학 용어이자 남녀 간의 만남이나 데이트를 의미한다. 멀리서 보면 연극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상처를 갖고 있는 두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다가도 끝내 완벽하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의 관계를 다루고 있었다.
가족에 대한 아픔을 가진 두 남녀가 우연하면서도 운명적으로 만나 이어지는 헤프닝에 관한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고 끝나는지를 뚜렷하게 디자인하거나 정의 내리지 않아서 더욱 짙은 여운을 남긴다. 이를 이끄는 최민호와 김하리는 무대 위에서 퇴장 없이 약 100분 동안 방대한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특히 샤이니 멤버로서 수많은 무대에 올랐던 만큼, 흐르는 땀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는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호흡하며 여유로운 무대 매너를 보여준다.
또한 최민호와 김하리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방백(등장인물이 말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들만 들을 수 있는 약속된 대사)을 통해 두 인물의 복잡한 내면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더 나아가 두 사람은 핀 조명 아래에서 둘만 남겨진 듯 서로에게 집중하면서 춤을 추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작품은 블랙박스형 극장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의 가변적 특성을 극대화한 대담한 무대 구성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케 하는 직사각형의 긴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관객석이 배치돼 연기하는 두 배우를 넘어 관객들의 생생한 리액션까지 즉각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과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서 극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진다는 점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무대에 설치된 움직이는 트레드밀은 태섭과 지희의 심리적 거리감을 물리적으로 형상화하는 독특한 장치로 활용되며 극장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즐길 수 있다.
혁신적인 무대 디자인과 현실적인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랑데부'는 오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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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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