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건설 자본잠식 위기]④ '자금줄' 이수화학도 등골 휜다 [넘버스]

이수화학 온산공장과 이수화학 로고 / 사진 제공=이수화학

이수건설의 모회사로서 사실상 자금줄 역할을 도맡아 온 이수화학이 실적 부진에 등골이 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에만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떠안으면서, 이제는 자신의 자본 건전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는 이수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도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화학의 지난해 매출은 1조9162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줄었다. 올해 1분기 매출 역시 40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매출 역성장과 맞물려 매년 수백억원씩 적자가 쌓이고 있다. 2022년 171억원으로 시작해 2023년 560억원, 2024년 514억원 등 3년간 총 12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까진 2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2023년 들어 281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전환됐다. 지난해에도 382억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이처럼 영업손실보다 당기순손실의 적자 폭이 더 크다는 건 본업 이외 영역에서도 출혈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통상 부채가 많아 이자비용 부담이 큰 경우 발생한다.

사업 재편의 후폭풍이 컸다. 이수화학은 2023년 정밀 화학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이수스페셜티를 설립했다. 이수화학은 국내 최초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원료로 쓰이는 황화리튬을 생산했지만, 이 사업을 이수스페셜티에 넘겨주며 수익 기반이 약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자회사 성적까지 나빠지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이수화학은 건설사인 이수건설과 바이오 제약기업인 이수앱지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이수건설이 건설경기 침체로 속 적자가 심화하면서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수화학은 이수건설을 살리기 위해 대량의 실탄을 지원해 왔다. 유상증자를 통해 투입한 현금만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18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수건설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 됐다. 이수건설에서 발생한 순손실만 △2022년 50억원 △2023년 498억원 △지난해 749억원 등 최근 3년간 1297억원에 달했다.

이수건설 살리기에 열중하는 사이 이수화학의 자본은 반토막이 났다. 이수화학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2217억원으로 1년 전보다는 15.0%, 2년 전과 비교하면 45.3% 줄었다.

결손금이 누적되면서 자본을 갉아먹고 있다. 이수화학의 결손금은 지난해 말 기준 1186억원으로 1년 새 77.3%, 2년 전보다는 무려 883.9%나 확대됐다. 결손금은 기업의 영업 활동에서 발생한 누적 손실이다. 이익잉여금을 쌓아 자본을 늘리기는커녕 적자가 자본을 갉아먹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이런 악영향은 다른 재무 건전성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2022년 말 193.0%였던 이수화학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말 314.5%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을 뜻한다.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다는 것은 부채가 자본의 3배를 초과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수화학이 과거처럼 이수건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자신의 자본조차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마당에 이전과 같은 대규모 자금 지원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수건설 같은 중견 건설사들의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며 "이수화학이 여러 차례 지원했음에도 이수건설이 여전히 부분 자본잠식 상태라면, 이제는 모회사인 이수화학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보다 과감하고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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