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강원 레전드’ 김영후 감독의 소신, “지도자가 먼저 모범이 돼야 한다”

정지훈 기자 2025. 3. 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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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지훈]


39득점 14도움. 강원 FC의 최다 득점과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을 가지고 있는 ‘괴물 공격수’ 김영후가 현역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세종 김영후 FC'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후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과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영후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의 반 니스텔루이’로 불렸을 정도로 탁월한 득점력을 자랑하는 공격수였다. 숭실대학교 졸업 후 당시 내셔널리그 소속이었던 울산 현대미포조선 돌고래에 입단해 2006년 20경기 19골을 기록했다. 이후 2007년 11경기 7골, 2008년 29경기 31골을 기록, 통산 63경기 60골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면서 내셔널리그를 지배하며 ‘괴물 공격수’로 불렸다.


2009년에는 ‘은사’ 최순호 감독이 사령탑을 맡게 된 강원의 창단 멤버로 합류해 K리그 첫 시즌부터 27경기에서 13골 8도움을 기록했고, 유병수를 밀어내고 신인왕이 되었다. 2013년에는 K리그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 K리그 최고 골잡이 반열에 올랐다. 특히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군 복무를 제외하면 강원에서만 활약하며 통산 127경기 39골 15도움을 기록하며 강원의 최다 득점과 최다 공격 포인트의 주인공으로 남아 있다.


한 마디로 강원 역대 최고의 레전드다. 와 인터뷰를 진행한 김영후 감독은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강원의 경기력을 칭찬하며 “지난 시즌 강원의 성적이 정말 좋았다. 양민혁 같은 선수가 등장하면서 성적과 흥행을 모두 잡은 해라고 생각한다. 윤정환 감독도 K리그1 올해의 감독상을 받으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강원은 구단 역사상 4번이나 신인왕(영 플레이어 상)을 배출했는데, 2009년 김영후를 시작으로 2019년 김지현, 2022년 양현준 그리고 지난해에는 양민혁이 주인공이다. 이번 시즌에는 대학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후 프로 무대에 입성한 이지호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김영후 감독은 양민혁의 능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며 자신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저는 중고 신인이었다. 양민혁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저는 대학교와 내셔널리그에서 성인 무대를 경험하고, 강원에 입단하면서 신인상을 탔다. 양민혁 선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프로에 입단했는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적응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가진 게 많은 선수다. 스피드와 슈팅력이 확실히 있는데, 경기를 많이 뛰면서 자신감이 올라온 것 같다. 올해는 이지호 선수도 잘해주고 있는데, 초반에 반짝 하는 것이 아니라 리그 끝날 때까지 잘해줬으면 좋겠다”며 좋은 활약을 기대했다.


김영후 감독은 2014년을 끝으로 강원을 떠난 후 선전 FC, FC안양, 경주 한수원, 청주 시티에서 활약했고, 2018시즌을 마친 후 현역에서 은퇴했다. 이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세종 김영후 FC’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제가 청주에서 지도자 준비도 하면서 현역 마지막을 보냈는데, 은퇴 후에 기회가 생겨서 세종시에서 축구 교실을 하게 됐다. 원래부터 지도자를 꿈꾸고 있었는데, 사실 초등부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고등부, 대학교, 프로 팀에서 지도자하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겼다. 처음에는 취미반부터 시작했는데, 제가 엘리트 생활을 했던 선수다 보니 취미반 보다는 전문적으로 선수를 육성하는 엘리트반을 하게 됐다. 세종시에서는 유일하다. 첫 해부터 좋은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며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벌써 7년차다. 중등, 고등부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지금은 초등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클럽을 운영하면서 중간에 고등학교 감독, 프로팀 코치 오퍼도 왔었는데, 저를 보고 온 선수들과 부모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떠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선수들에게 집중하면서 즐겁게 생활하다보니 7년이 지났다. 사실 프로 팀에서 코치 오퍼가 왔을 때 욕심도 났지만 제 생각만 할 수가 없었다. 지도자 A급까지 땄는데, 준비는 하고 있지만 현재는 행복하게 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웃었다.


프로 팀의 제의를 거절한 김영후 감독은 팀을 세종시 최강 클럽으로 만들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소년체전에 나갔고,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주말리그 세종권역에서 ‘3년 연속 전승 우승’이라는 위업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당시 한국에서 온 작은 클럽이 유럽 명문 클럽인 리버풀을 꺾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영후 감독에게도 큰 경험이었다. 그는 “작년에 처음으로 스페인 대회를 치르게 됐다. 스페인 내에서도 큰 대회라고 들었고, 아이들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부모님들의 허락을 구하고 스페인으로 갔다. 당시 대회에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리버풀 등 세계적인 클럽들이 참가했다. 그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하면서 리버풀을 만났는데, 이기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저도 아이들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패배해도 괜찮다고 아이들에게 말을 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해줬다. 축구 변방인 한국의 이름 없는 일반 클럽이 와서 리버풀을 꺾었기 때문에 대회 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한다. 다시 좋은 경험을 하고 싶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잘 나가던 세종 김영후 FC에 잠시 시련이 닥치기도 했다. 그동안 세종시에서 적수가 없었지만, 최근에 열린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세종시 대표 선발전 결승전에서 패배하며 소년체전 4연속 출전이 아쉽게 무산됐다. 이때 유소년 대회에서 나오면 안 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던 김영후 FC를 향해 상대 팀의 한 지도자가 ‘주먹감자’를 날린 것이다. 패배에 눈물을 흘리고 있던 아이들과 아쉬움을 달래던 학부모까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선수 시절 내내 훌륭한 인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김영후 감독이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사실 선수 간의 이동, 경쟁 때문에 지역 내 팀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번 결승전에서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결승에서 패배한 후 우리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상대 팀의 한 지도자가 저희 팀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리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물론 지역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우리는 취미반 없이 엘리트반만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결승 이전까지는 패배한 적이 없다. 선수간의 이동도 있었기 때문에 상대 팀의 감정을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안타깝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에는 선을 넘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패배를 겸허히 인정했고, 스스로 준비를 잘 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패배로 인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 팀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너무 화가 난다. 사실 저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는데, 학부모님들과 세종시 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알려줘서 나중에 알게 됐다. 경기 영상을 매번 찍기 때문에 그 영상을 확인했다. 너무 화가 났다. 저한테 그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힘들어 하는 부모님들과 울고 있는 아이들까지 있는 상황에서 몰상식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초등부에서 나와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잘못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어른이자,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아이들도 그 장면을 보고 저한테 ‘감독님한테 욕 했어요’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정말 창피했다”고 전했다.


사실 현대 축구에서 많은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번 ‘주먹 감자’ 논란은 유소년 경기에서 나와서 안 되는 일이었다. 김 감독 역시 이번 패배를 통해 반성하며 더 좋은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상대 지도자의 몰상식한 행동에는 일침을 가했다.


김 감독은 “보통 지도자들이 인성과 성품을 많이 강조하는데,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지도자가 올바른 길로 가야하고, 모범이 돼야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고 생각한다. 참된 지도자가 무엇이며, 아이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사실 저도 이 사건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아이들의 성장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사실 아이들 경기에서 이기는 법은 간단하다. 수비에 집중하면서 실리적인 축구를 하면 되는데, 저 역시도 그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패배를 통해 많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스스로 준비도 잘 못했고, 아이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그동안 너무 탄탄대로였다고 생각한다. 더 신경을 쓰고, 아이들을 위해 솔선수범하려고 한다. 이번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지만, 좁은 바닥에서 계속 봐야하는 사이다.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저도 반성을 했고, 그 분도 잘못된 행동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면서 “뭐든지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이 첫 번째다. 아이들이 초등부에서만 축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때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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