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티켓으로 두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

조회수 2023. 9. 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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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바른손

[거미집]은 6~70년대를 배경으로, 영화 현장의 치열함을 담은 작품이다. 데뷔작의 성공 뒤로 부진에 빠진 한 감독이 자신의 영화 ‘거미집’ 엔딩을 바꾸기 위해 재촬영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코미디, 호러, 웨스턴, 역사, SF 등 세상의 모든 장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아낸 김지운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란 무엇인가’에 도전한다.

줄거리만 보면 얼마 전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떠오른다. 영화 속 영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점,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애환과 고군분투를 담아내는 내용이 비슷하다. [거미집]은 여기에 몇 가지를 덧붙인다. 창작자의 열정을 꺾는 당시 검열에 대한 풍자와 그럼에도 꿋꿋이 예술을 지켰던 영화인들의 고초를 의미 있게 담는다.

이미지: 바른손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이다. 흑백 화면으로 70년대 영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의도적인 촌스러움과 과장된 모습이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후 감독의 컷과 함께 다시 컬러로 전환되는데, 현실과 영화를 넘나드는 구성이 강렬하다. 극중 세트 디자인과 의상, 소품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 든다. 언론시사회 때 김지운 감독은 만약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영화 속 ‘거미집’도 장편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도 내비쳤을 정도다. 어떻게 보면 김지운 감독의 말처럼 [거미집]은 하나의 티켓으로 두 편의 영화를 만나는 원 플러스 원 영화일지도.

이미지: 바른손

제작 전부터 눈길을 끈 캐스팅은 훌륭한 케미를 보여준다. 주인공 김열 감독을 맡은 송강호를 비롯한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수정까지 모두가 제 역할을 다 한다. 누군가의 연기가 처지거나, 이야기에 겉도는 캐릭터가 없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맡은 캐릭터의 직업이 배우인데, 촬영에 들어갈 때와 아닐 때의 모습이 묘한 충돌을 빚어내며 코믹 앙상블에 힘을 보탠다. 여기에 김열 감독이 존경하는 신감독 역에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니 놀라지 마시라.

그렇게 영화 속 ‘거미집’을 완성하기 위한 김열 감독의 노력은 끝을 맺는다. 이런 악전고투 끝에 영화를 완성한 김열 감독은 어떤 마음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표정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세상에 재미없는 영화는 분명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조차 만드는 이의 열정은 우리가 아는 걸작의 감독 못지 않았을 것이다. [거미집]을 보면 이 같은 생각은 더욱 커질 듯하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 속 ‘거미집’의 촬영 과정이 또 하나의 중.꺾.마.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반대하는 재촬영이었지만 끝내 해내는 감독의 모습이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의 메시지가 영화계에만 한정되지 않는 느낌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무에서 유를 빚어낸 모든 창작자들에게 바치는 작은 박수처럼 다가온다. 여담으로 영화 속 '거미집' 역시 온전한 장편영화로 만나길 바란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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