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매체, "왜 노르웨이는 한국에서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구입하는가?"

유럽 방산시장에서 또 다시 흥미로운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독일과 긴밀한 방위협력을 맺고 있는 노르웨이가 다연장 로켓 시스템 조달에서 독일이 아닌 한국산 '천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독일 방산 미디어 하르트푼크트가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왜 노르웨이는 독일이 아닌 한국에서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구입하려고 하는가?"라는 제목의 보도는 독일 방산업계의 당혹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죠.

레오파르트2A8 전차와 212CD 잠수함을 함께 구매하기로 한 긴밀한 파트너가, 정작 다연장 로켓에서는 한국을 선택하려 한다는 사실은 독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인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꾼 유럽의 화력 개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유럽 각국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대규모 지상전이 다시 유럽 대륙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고도화된 방공 시스템으로 인한 접근 거부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목격한 것이죠.

이는 그동안 항공 전력에 치우쳐 있던 유럽의 화력 투사 능력을 지상 전력으로 되돌리는 움직임을 가속화시켰습니다.

하이마스

전통적인 곡사포와 포병 시스템에 대해서는 유럽 자체 선택지가 충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다연장 로켓 시스템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유럽에는 독자적인 다연장 로켓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HIMARS, 이스라엘의 PULS, 그리고 한국의 천무에 인기가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탈리아는 HIMARS를 선택했고, 네덜란드와 스페인은 PULS를 도입하려 했으며, 폴란드는 HIMARS와 병행하여 천무까지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유럽 재군비 계획과 역내 생산 조건


여기서 중요한 변수가 하나 등장합니다. 유럽 재군비 계획의 1,500억 유로 예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역내 생산이 필수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무기를 구매하는 차원을 넘어 유럽 방산 산업 자체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죠.

EuroPULS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폴란드에서 진행 중인 천무의 현지 생산으로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입지를 확보했습니다.

반면 라인메탈과 록히드마틴은 HIMARS 기술을 활용한 GMARS(현재는 MARS3로도 불림)를, KNDS와 엘빗시스템즈는 PULS 기술을 활용한 EuroPULS의 유럽 생산을 제안해왔습니다.

그러나 가자지구 군사작전의 여파로 PULS 및 EuroPULS 조달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었고, 실제로 스페인은 PULS 도입을 취소하고 재선정 절차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노르웨이 선택의 3파전, 그리고 미국의 거부


EU 비가맹국인 노르웨이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 선택은 매우 흥미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HIMARS, EuroPULS, 천무 3파전으로 시작됐지만, EuroPULS가 입찰 자체에서 제외되면서 HIMARS와 천무의 일기토로 좁혀진 것이죠.

EuroPULS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이 GMLRS의 사거리 연장탄인 ER-GMLRS와 HIMARS에서 사용하는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PrSM의 구매 요청을 거부한 것입니다.

이는 HIMARS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최신 탄약 운용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결정이었죠.

결과적으로 업계에서는 '천무 승리'가 유망시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독일 방산 미디어 하르트푼크트가 문제를 제기한 배경입니다.

독일의 절박한 호소와 기술적 우위 주장


독일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레오파르트2A8 인도식에 참석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양국의 협력 관계는 탱크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장거리 화력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죠.

이어서 "노르웨이와 같은 파트너와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검토해야 한다"며 "EuroPULS나 MARS3 같은 미래 시스템으로 더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노르웨이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 구매라는 민감한 사안을 정면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독일 측은 KNDS가 제안한 EuroPULS의 기술적 우위를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EuroPULS는 유럽에서 생산되며, 노르웨이 기업이 개발한 NSM 미사일의 통합에도 성공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더 나아가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신형 대함미사일 3SM 틸핑을 통합하기 위한 기술적 파라미터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K9 자주포 도입 실적이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여전히 가장 유망한 후보로 보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국내의 엇갈린 시각


흥미롭게도 노르웨이 국내에서도 이 사안은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콩스베르그와 아켈 같은 노르웨이 방산기업들이 총리를 포함한 정부 고관들에게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죠.

이들은 EuroPULS 선택 시 구조와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조달 모델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것이 노르웨이 산업계에도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자국 방산 산업의 참여 기회와 기술 이전 문제가 얽혀 있음을 보여줍니다.

노르웨이 기업들 입장에서는 유럽 파트너와의 협력이 더 많은 산업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결정은 아직 멀었다, 정치의 개입 가능성


노르웨이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 조달 결정은 아직 시간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적어도 2026년도 예산에는 관련 자금이 계상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여유가 있는 것이죠.

그 사이 미국의 방침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고, 라인메탈도 GMARS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GMARS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적 변수입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과거 정치적 이유로 군의 권고와 정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전례가 있습니다.

K2 전차가 아닌 레오파르트2A8을 채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따라서 현 단계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독일이 다시 한번 정치력을 발휘해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노르웨이의 선택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유럽 방산 협력의 미래, 대서양 동맹의 신뢰, 그리고 아시아 방산기업의 유럽 진출이라는 여러 층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 방산의 또 다른 유럽 진출 성공 사례가 될지, 아니면 독일의 정치력이 판세를 뒤집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