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맞는 안경을 고르기 위한 가이드
안녕, 아이웨어 쇼핑 가이드로 돌아온 객원 에디터 김정년이다.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인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한국에서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법, 여러분의 고민을 줄여줄 ‘소비 판단 기준’을 정리했다. 참고로, 이번 가이드를 작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얻었다. 서영대학교 안경광학과 김열희 겸임교수다. 필자의 첫 번째 직업은 안경 편집샵 콘텐츠 에디터였는데, 그 일을 하며 김열희 교수에게 안경 제조, 유통, 운영, 교육 등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안경업계의 다양한 실무를 맡았던 전문가의 진심을 이 글에 녹였으니, 아이웨어 구입을 고민하는 여러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번 기사는 아래와 같은 구성으로 작성했다.
- 왜 안경을 사려고 하는가: 구매 목적에 따른 예산 분배
- 안경 구 VS 오프라인
- 나에게 맞는 안경 고르는 방법
- 가격대별 브랜드 추천
1. 왜 안경을 사려고 하는가?
: 구매 목적을 확인하고 예산을 분배하자
안경테나 선글라스는 다른 액세서리와 달리 쓰임새가 다양하다. 장신구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대부분 빛 차단이나 시력 교정처럼 실용적인 쓸모를 고민한 뒤에 지갑을 연다. 렌즈결합이 필수인 점도 특별하다. 맞춤제작형 생활도구라서 최종 구매 가격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왜 안경을 사려고 하는가?’를 고민하고 거기에 맞춰 예산을 짜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2024년 기준, 아이웨어 구입에 드는 최소 예산은 30만 원으로 잡았다. 프레임에 20만 원, 렌즈는 10만 원.
1) 30만 원대: 국내외 티타늄 소재 안경테 + 국산 렌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이나 PC를 사용할 때 쓰는 용도로 안경을 맞추는 사람에게 권하는 실용적인 조합이다. 가볍고 편안한 티타늄 소재 안경테를 이 가격대에서 마음 편하게 검토할 수 있다. 예산을 적게 잡아야 하거나, 안경을 특정 상황에서만 착용하는 소비자에게는 20만 원대 안팎의 예산집행이 합리적이다.
렌즈 가격은 렌즈 컬러나 빛을 굴절시키는 정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렌즈값은 시력 교정용 국산 렌즈를 기준으로 10만 원 전후로 잡았다. 눈이 나쁠수록 렌즈에 지불하는 비용이 커지기 마련인데, 비교적 건강하면 3만 원, 적당히 나쁘면 9만 원, 심하게 나쁘면 12만 원이다. 가격은 검안 결과에 맞춰 결정되며, 안경원에 일반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격표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안경원에서 렌즈 가공비용을 비교 확인하자.
2) 50만 원대 예산: 해외 하우스 브랜드 안경테 + 국산 렌즈
30만 원대를 넘어가는 안경테는 대부분 만듦새가 뛰어나다. 안경 본연의 기능에도 문제가 없다. 기능이 만족스러우면, 다음은 취향 문제다. 해외 ‘하우스 브랜드’ 제품이 취향을 저격하는 경우가 많다. 공예품스러운 완성도를 자랑하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하우스 브랜드’는 안경업계에서 안경테 이외의 상품 제작에 눈길을 주지 않는 브랜드를 뜻한다. 당신이 장인정신이나 유니크한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매기는 사람이라면, 꼭 권해주고픈 예산이다.
3) 70만 원대 예산: 국내 하우스 브랜드 안경테 + 수입산 렌즈
눈에 남모를 속 사정이 있어서 특정 브랜드의 고급 렌즈를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테보다 렌즈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렌즈에 쏟을 예산을 늘려야 한다.
프레임은 어떤 걸 고르는 게 좋을까? 얼굴에 얹었을 때 가볍다는 기분이 드는 프레임,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 안경테는 20만 원 선에서 구입하면 합리적이다. 브랜드 가치가 하락해서 일부 모델이 떨이로 팔리고 있거나, 매장이 폐업해서 눈물의 땡처리에 나서는 경우에는 고품질 안경테를 10만 원대 전후로도 구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하지만 안경테 가격이 낮아질수록 상식적인 A/S를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4) 100만 원대 예산: 해외 하우스 브랜드 안경테 + 수입산 렌즈
100만원이면 사고 싶은 안경을 마음껏 맞출 수 있다. 단 하나의 안경을 소중하게 다루는 사람이라면 통 큰 소비에 나서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당신이 독일의 자이스(ZEISS)처럼 안경 렌즈 분야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큰 브랜드를 선호한다면, 국내외 하우스 브랜드의 최고급 안경테를 고민 중이라면, 최종 가격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여러분에게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서 렌즈를 가공하자.
2. 안경 구매 방법
1) 제품 가성비가 중요해 →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온라인 커머스는 접객 서비스를 거품이라 여기는 소비자, 최종 구매가를 어떻게든 내리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선택지다. 적어도 안경테 구입은 확실히 온라인 마켓이 낫다. 소셜 펀딩이 흔해지면서 온라인 마켓 셀러는 중간 마진을 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하고, 유통업자가 박리다매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제대로 된 사무실을 갖춰, 유통경로 추적이 명확한 셀러로부터 구입한다면, 교환/반품이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제품 구입 후 품질 보증이다. 큰마음 먹고 구입한 제품이 A/S에 취약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오프라인 안경점에 비해 정품/가품 판독이 까다롭다. 예를 들면 일부 유통업자들이 정식 수입제품이 아닌 물건을 임의로 가져와 온라인 마켓에 파는 경우다.
그런 경우 품질보증서가 누락되거나 셀러가 감별하지 못한 가품인 경우가 있다. 특히 명품 브랜드 로고가 찍힌 선글라스나 특정 연예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모델이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면 가품을 의심해야 한다. 모델 넘버 적힌 곳의 인쇄가 조잡하거나 마감이 허술한 경우 가품일 확률이 높다. 커머스에서 구입하려는 제품이 면세점 판매가보다 싸면, 꼭 의심하고 비교검증에 나서길 바란다.
2) 접객 서비스가 중요해 → 오프라인 안경원
오프라인 안경원은 피팅 서비스, 스타일링 상담 등 접객 기반 서비스에서 특장점을 나타낸다. 정품 보증, 구입 후 A/S는 기본. 최종 구매가격이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다소 비싸더라도, 특정 안경원을 단골로 두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이유다. 아이웨어는 한 번 사고 나면 애착이 생기는 물건이며,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사후 서비스는 제품 수명을 크게 늘리는 법이다. 이런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은 오프라인 안경원을 방문하길 바란다.
한국의 안경원은 안경광학과를 졸업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면허를 발급받은 국가시험 응시자가 근무한다. 검안과 제조가 동시에 이뤄지는 이유이며, 손님이 안경 제조를 빠르게 마치는 비결이다.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시스템이다. 전문성을 검증받은 사람이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안경원은 안일한 접객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한편 성실한 안경사가 운영하는 곳은 어떤 식으로든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며, 그런 안경원은 이런저런 입소문을 타고 지역사회에 뿌리내린다. 한국의 오프라인 안경원은 2023년 기준 1만 1000여 곳. 프랜차이즈 안경원은 4000여 곳에 달한다. 매해 늘고 있는 추세다.
<출처>서울역사박물관
3) 비싼 걸 싸게 사는 게 중요해 → 남대문시장 안경원에서 탐사
마지막으로 온/오프라인의 장단점을 골고루 흡수한 판매처가 있어 짧게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바로 서울 남대문시장이다. 상가 내 안경원을 돌며 안경테 브랜드와 모델을 대부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안경 매니아가 남대문시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손님은 매장을 돌며 값을 흥정하기도 하는데, 운이 좋으면 안경을 더 저렴하게 맞출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뜬 구입 인증글을 토대로 정보를 추출해, 모방 소비에 나서는 일반인도 있다. 남대문시장 안경원은 내돈내산 안경소비경험이 많아 브랜드 별 가격정보를 잘 꿰뚫어 보고 있으며, 해외 하우스 브랜드 제품을 필사적으로 싸게 구하려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3. 나에게 맞는 안경 고르는 법
‘시력검사’ → ‘착용감’ → ‘추구미’
제일 중요한 건 ‘시력검사’다. 가장 가까운 안경원이나 지인에게 추천받은 안경원 2~3곳을 돌며 눈 상태를 진단받자. 오프라인 안경원을 신뢰하지 않는 온라인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렌즈 때문이다. 렌즈에 따른 시력 교정 수준은 눈의 피로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안경 착용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착용자가 추구하는 멋에도 변수가 된다.
근시 교정용 고도수 렌즈를 예로 들자. 남이 정면에서 나를 바라볼 때, 렌즈는 눈을 비교적 작아 보이게 만든다. 눈망울이 커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속상한 문제다. 이런 경우 일부러 사이즈가 작은 안경테를 고르거나, 렌즈를 둘러싸는 림(Rim) 이 작은 테를 고르는 게 좋다. 렌즈를 테와 결합시키며 두꺼운 부분을 도려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렌즈가 얇게 나온다. 이런 광학적인 판단을 안경사에게 맡기는 게 좋다.
시력이 나쁘면 안경테를 고르는 폭도 좁아진다. 아이웨어의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이즈와 디자인을 눈 상태에 맞추는 게 낫다. 오목 렌즈를 예로 들겠다. 먼 곳이 잘 안 보일 때 쓰는 렌즈로, 바깥쪽이 두꺼운 편이다. 이 경우 제조 과정에서 프레임 바깥으로 렌즈가 튀어나와서 옥에 티가 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경우는 멋보다 눈에 안경을 맞추는 게 좋다.
혹시 저 멀리서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의 번호가 잘 보이시는지? 축하한다. 시력 문제가 해결됐다면, 다음 단계는 ‘착용감’을 테스트하자. 썼을 때 편안해야 손이 많이 간다. 멋을 위해 쓰더라도 귀 아프고 코 아프면 스트레스 받는다. 여기서부터는 본인 관상에 맞는 착용감을 검토하는 게 좋다.
필자는 콧대가 낮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편이라 안경의 착용감을 콧잔등에 맞추는 편이다. 경험적으로 코받침이 높고 뾰족한 안경테는 불편했고, 코받침이 없는 프레임은 편안했다. 안경테 디자인이 같더라도 브랜드에 따라, 제품 버전에 따라 착용감은 미묘하게 달라지는 법이다. 뿔테를 쓰고 싶은가? 모양이 비슷한 뿔테를 여러 개 써보고 나서 가장 착용감이 편한 테를 고르자. 여기에 솜씨 좋은 안경사가 피팅을 봐주면 안경 맞춤이 끝난다.
마지막 단계는 ‘여러분이 추구하는 멋’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지키고 싶은 패션 스타일. 다들 하나쯤 있을 것이다. 그건 괜히 따라 해보고 싶은 셀럽의 OOTD일 수도 있고, 긱시크 같은 최신 패션 트렌드일 수도 있다. 뭐든 좋으니 하나 꽉 잡아 밀어붙이시길 바란다.
필자는 각진 안경보다 둥근 안경을 선호하는 편이다. 가끔 ‘김구 안경’이라고 놀림받곤 하지만, 김구 안경테 세계도 파고들면 나름 심오한 멋이 숨겨져 있다. 열심히 탐구하다 보면 소재, 색, 부품에 따라 내 얼굴에 주저앉힐 멋이 확연히 달라진다. 필자는 최근 ‘아이씨 베를린’이라는 독일 하우스 브랜드의 곡선이 뚜렷하고 프레임이 얇은 김구 안경을 썼었다. 살짝 질려서 지금은 ‘니와 마사히코’라는 일본 하우스 브랜드의 둥근 안경테를 쓰고 있다. 이쪽은 얼굴에 쓰면 ‘개화기 지식인 분위기’를 낸다.
4. 가격대별 브랜드 추천 7
가격대별로 짧고 굵게 요약했다.
10만 원대 이하 → 내 마음에 쏙 드는 가성비 안경테. 브랜드를 고르는 구간이 아니다. ‘착용감이 편리한가?’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 소재인가?’ 딱 두 가지를 명심하자.
10만 원대 이상 → 레이 밴(Ray-Ban). 오랜 역사, 익숙한 디자인. 에비에이터 프레임을 쓰면 당신도 탑건의 매버릭. 클럽 마스터 같은 하금테는 만듦새와 가성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제품군이다.
20만 원대 이상 → 나인 어코드(NINE ACCORD). 대구에서 안경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와 그의 아들, 2세대에 걸친 제조 노하우로 운영되는 국내 하우스 브랜드다. 가격 대비 제품 퀄리티를 따지는 사람에게 추천. 국내 안경업계의 덕화명란.
20만 원대 이상 → 카린(CARIN). ‘뉴진스 X 선글라스’ 조합으로 인지도를 드높이고 있는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셀럽이 쓴 선글라스, 트렌디한 안경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추천.
30만 원대 이상 → 젠틀 몬스터(GENTLE MONSTER). 참신한 조형은 이제 독보적인 경지. 워낙 디자인이 다양하다. 테를 매장에서 직접 써보고 구입을 결정하자. 일부 안경테는 렌즈 도수 가공이 어려우니 주의.
50~60만 원대 이상 → 마수나가(MASUNAGA). 일본 하우스 브랜드의 아름다움은 손이 많이 가는 공예적 장식, 클래식한 쉐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기준으로 고급 메탈테를 탐색하는 사람에게 추천.
50~60만 원대 이상 → 안네발렌틴(ANNE ET VALENTIN). 눈에 띄는 컬러와 특이한 쉐입을 과감하게 조합하는 프랑스 브랜드. 창의적인 아이웨어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추천. 그런 취향에 서양인의 관상을 지녔다면 한 번 더 추천.
5. 당부의 말
여하튼 안경이라는 도구는 하루 종일 쓰는 물건이다. 남이 보기에 내 얼굴에 잘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내 몸에 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이 작아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잠들어있다면 그 욕망 때문에 테 자체를 큼지막한 걸 고르기도 한다. 이 경우, 안경 소비의 기준이 내가 아니라 남에게 가버린다. 고도수 렌즈를 껴야 하는 사람이 커다란 프레임을 고르면, 광학적으로도 나쁘고 테가 얼굴에 감기는 느낌이 묵직해지기 때문에 결국 불편한 안경을 사게 된다. 유행도 중요하지만, 내 얼굴에 편안한 안경을 탐색하는 게 참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뭐가 편한지, 어떤 테가 내게 잘 어울리는지 여러 번 써봐야지 안다. 그래서 나만의 안경원을 정하는 건 굉장한 도움이 된다. 대학 시절 친구는 수년 전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민을 갔다. 그가 이따금 귀국하면 꼭 들르는 곳이 있는데, 바로 서울 청파동에 있던 단골 안경원이다. 나는 그가 애착을 가진 안경테를 굳이 한국에 들고 와, 안경사와 많은 대화를 나누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필자는 이때 단골 안경원을 만나는 게 단골 미용실을 고르는 문제와 같다고 생각했다. 커트는 망하고 염색이 마음에 들지 않다가 마침내 인생 미용실을 만나듯, 여러 안경원을 돌다 보면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안경사를 만나 신뢰를 쌓게 된다. 궁합이 잘 맞는 안경사와 오랜 세월 교감을 나누면 결과적으로 좋은 안경을 적절한 가격에 구해 편안하게 쓸 수 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안경원을 짐작하는 노하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손님이 앉는 의자다. 일부러 고급의자를 배치하거나, 의자가 안경사와 대화를 나누기 편리한 자리에 놓인 안경원은 접객 서비스가 평균 이상이었다.
아이씨베를린의 ‘바람’은 필자의 최애안경이다. 최근 렌즈 교체와 피팅을 진행했다.
필자는 안경 쇼핑이 도예가의 잘 만든 그릇을 사는 일과 비슷하다고 여긴다. ‘움직이는 물체를 움푹 파인 곳에 담는다’라는 기능 하나만 생각하면, 다이소에서 가장 저렴한 그릇을 사다 쓰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릇을 그런 식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내 눈에 보기에 괜찮으면, 편집샵이나 플리마켓에서 공예작가의 디자인이 더해진 그릇을 산다. 조금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말이다.
잘 만들어진 안경도 그릇과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안경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공예품이다. 선택에 개인의 취향이 개입하며, 우리는 창작자의 고유한 디자인을 향유한다. 취향 저격에 성공한 소비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여러분이 이번 가이드를 읽고 얻어갔으면 하는 건 딱 하나다. ‘주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안경을 써보자’ 그것이 인생안경을 만나는 지름길이다.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