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가 근처 품질 좋은 로스터리 카페 7

안녕. 스무 살 때부터 혼자 카페를 쏘다니며 매일 같이 커피를 마셨던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돌아보면 그 시절에는 커피의 맛이나 품질에는 관심이 적었다. 낭만과 허세의 배경이 되어줄 근사한 카페 공간 자체에 마음을 뺏기고는 했으니까. 그러나 서당 개도 삼 년이 지나면 풍월을 읊지 않던가. 매달 매해 카페 짬밥이 쌓여갈수록 한 잔의 커피를 향한 애정과 이해도 역시 쑥쑥 자라났고, 이제는 ‘여기 커피는 이래서 맛있네, 저기 커피는 저런 게 아쉽네’ 하며 건방을 떨고 다니는 중이다.

카페투어가 일상이 된 요즘 대학생들은 어떨까? 더 맛있는 커피를 만나기 위해 학교 주변의 가게를 샅샅이 뒤지거나 인스타그램 속 트렌드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까? 뭐가 됐든 2010년대의 정현 군보다야 훨씬 잘 알 테지만, 그럼에도 좋은 건 조금이라도 빨리 경험해보면 좋겠다는 아저씨의 오지랖을 담아 괜찮은 카페를 몇 곳 추천하고자 한다. 개강 시즌 맞이 대학 캠퍼스 주변 커피 맛집! 스타벅스나 메가커피 이상의 하이 퀄리티 커피를 찾아 헤매는, 이제 막 스페셜티 커피에 눈을 뜬 서울의 대학생들이라면 주목해 주시길. 서울 소재 대학 캠퍼스 인근에 자리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7곳을 소개한다.


동국대
플레이백

동국대 후문 1분 거리에 위치한 플레이백. 지난 1년간 ‘스몰스커피’라는 이름으로 운영해 오다 올해 6월부터 변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함께 새출발을 알린 카페다. 커피와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전개한다는 목표하에 직접 로스팅한 싱글 오리진 커피와 정성스레 선곡한 바이닐 음악을 제공한다. 커다란 로스터기 너머로 보이는 매끈한 우드 커피바와 턴테이블, 선반 아래 벽면에서 소리 없이 재생 중인 영화 클립이 시선을 붙든다.

플레이백은 과일의 향미를 가진 내추럴/워시드 싱글 오리진 커피를 주력으로 하는 로스터리다. 각 원두가 품은 캐릭터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 블렌드 원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독특한 가공 방식의 스페셜 커피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내가 주문한 ‘콜롬비아 엘파라이소92 망고 젤리’ 또한 이중 무산소 발효에 열충격을 더한 낯선 커피였다. 한입 머금는 순간 리치와 망고의 풍미가 혀를 감싸는 압도적 달콤함에 눈이 번쩍 뜨였다.

플레이백

  • 주소 | 서울 중구 퇴계로48길 32 1층
  • 영업시간 | 월-수 09:00-17:00, 목-금 09:00-15:00, 토 12:00-18:00 (일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 @playback_koffee

홍익대
도덕과 규범

2년 전 ‘야외 좌석이 명당, 서울 카페 3’ (https://the-edit.co.kr/45647) 기사에서 소개한 바 있는 도덕과 규범. 신수동 주택가의 사랑방 카페로 자리매김하며 탄탄한 단골층을 쌓았던 가게는 지난해 11월, 홍익대 남문 쪽에 위치한 지금의 자리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의 자유분방한 공간 분위기가 사라진 건 아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립식으로 제작했던 신수동 매장의 가구와 집기를 고스란히 옮겨온 상수동 매장은 활기 넘치는 홍대입구 바이브와 어색함 없이 어우러진다.

아침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방문한 나는 따뜻한 카페라테를 한 잔 시켰다. 케냐 가쿠유이니로 추출한 라테는 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특징을 지녀 평소 고소하고 진한 우유 커피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원두 선택이 가능한 에스프레소와 브루잉 커피 외에 눈에 띄는 메뉴는 3,300원의 가격이 적힌 ‘내일의 커피’. 한 회차에 여러 잔 분량을 추출하는 배치브루(Batch Brew) 커피로, 빠르고 저렴하게 맛있는 커피를 경험하고 싶은 대학생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없다.

도덕과 규범

  • 주소 | 서울 마포구 독막로19길 32 1층
  • 영업시간 | 주중 11:00-19:00 주말 12:00-20:00
  • 인스타그램 @doduk_kyubum

명지대
까페여름

명지대 정문에서 걸어서 7분 거리, 한적한 남가좌동 주택가 골목에 로스터리 카페 까페여름이 있다. 차분하게 내려앉는 조도에 색이 바랜 나무 가구와 책장을 가득 채운 서적,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은 식물과 라탄 바구니 등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작은 공간을 채우는 곳. ‘차별 없는 가게’를 표방하는 만큼 휠체어가 올라올 수 있도록 설치한 입구 쪽 경사로와 화장실 변기 옆에 달린 손잡이가 인상적이다.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며 공간 구석구석에 비치한 평화의 메시지도 눈길을 끈다.

커피 주문 시 원두 선택이 가능한 것은 다른 로스터리 카페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까페여름의 특별한 점이라면 블렌드 원두가 계절마다 돌아온다는 것. ’봄의 비읍’-‘8월은 둘’-‘밤의 노래’-‘가을 탓’-‘겨울잠’까지 각각의 계절과 날씨가 품은 정취를 낭만적으로 표현한 커피는 여기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제철 메뉴다. 부드럽게 올라오는 라벤더 향과 복숭아의 단맛이 일품인 ‘8월은 둘’은 평온한 늦여름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커피다.

까페여름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로 6길 53-3
  • 영업시간 | 월-목 13:00-19:00, 토 14:00-19:00, 일 12:00-18:00 (금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cafe_yeorm

숙명여대
KGML

KGML 로스터리는 숙대입구역과 서울역 사이에 위치해 있다. ‘세계의 커피 산지를 여행하듯 내 취향에 맞는 커피를 다양하게 경험해 보라’는 방향성에 어울리는 공항 대합실 인테리어가 흥미롭다. 일렬로 늘어선 의자뿐만 아니라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사이니지, 원두 패키지, 유리컵 등에 활용한 블루 컬러도 돋보이는 요소. (참고로 숙명여대 캠퍼스에서 이동하려면 정문보다는 순헌관 쪽 입구에서 출발하는 게 조금 더 가깝다.)

카운터에 비치된 아이맥 화면으로 메뉴를 확인해 보자. 다품종의 싱글 오리진 원두를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로 제공하는데 원두 종류가 워낙 많은 만큼 선택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커피별 특성을 좌표상에 표시해 뒀다. 산미 정도를 나타낸 X축과 ‘허브/꽃’, ‘과일류’, ‘달콤한’, ‘견과류’, ‘코코아’ 등으로 분류한 Y축을 살펴보며 관심이 가는 원두를 요청하면 된다. 내가 고른 건 이름도 어려운 코스타리카 코라존 데 헤수스 빌라로보스 무산소 내추럴. 애플망고 내지는 물렁물렁한 복숭아의 단맛과 톡 쏘는 청량감이 선명하게 퍼지는 개성 강한 커피다.

KGML

  • 주소 | 서울 용산구 청파로 337 1층
  • 영업시간 | 주중 07:00-16:00 주말 09:00-18:00
  • 인스타그램 @kgml_roastery

건국대
칼레오 커피 로스터스

건국대 상허문에서 나와 수의과대학 건물 앞을 지나면 칼레오 커피 로스터스가 보인다. 2013년에 문을 연 이후로 10년 넘게 수많은 학생과 직원의 커피를 책임지고 있는 건대 터줏대감 카페. 테이크아웃과 원두 구매가 중심인 매장인 만큼 좌석은 최소화해 운영 중이다. 아메리카노 3,500원, 카페라테 4,000원, 아포가토 홈메이드 그래놀라 5,500원이라는 퀄리티 대비 저렴한 가격 덕에 동네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블루리본을 두 차례 받았을 정도로 수준 높은 커피 맛집을 부담 없이 이용할 건대 학생들이 부럽게 느껴진다.

기본 원두로는 자두 & 블루베리의 상큼한 과일 단맛과 아몬드 & 초콜릿의 고소하고 묵직한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 ‘스탠다드 블렌드’를 사용한다. 낮은 산미의 ‘퍼머넌트 블렌드’와 디카페인 원두도 고를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주문 시 따로 요청할 것. 무더운 오후에 카페를 찾은 나는 당 충전을 위해 아이스 바닐라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다. 예상보다 강하지 않은 바닐라 시럽의 달큰한 맛이 플랫 화이트 특유의 고소한 풍미를 한껏 끌어올리는 매력이 있다.

칼레오 커피 로스터스

  • 주소 |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291 1층 칼레오커피
  • 영업시간 | 월-금 10:00-19:00 토 12:00-18:00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kaleocoffee

경희대
커피메소드

내게 대학 재학 시절 최애 카페를 묻는다면 1초 만에 대답이 튀어나올 것이다. 뒤도 안 돌아보고 커피메소드입니다. 그건 드립 커피만 먹는다는 커피 부심 가득한 전공 수업 교수님과 맛/공간/서비스 모두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다로운 취향의 친구 역시 마찬가지다. 경희대 정문에서 2분이면 닿는 뛰어난 접근성,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양질의 스페셜티 커피, 널찍한 실내와 작업하기 편안한 좌석 구성 등 커피메소드는 학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요소를 두루 갖춘 카페다.

오랜만에 찾은 추억의 카페에서 마신 커피는 에티오피아 리무 내추럴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 무더운 오후였지만 부드럽고 그윽한 향과 베리류의 단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 따뜻한 커피로 주문했다. 에스프레소의 경우 고소한 풍미와 균형감이 훌륭한 블렌드 원두로 제공하며 아인슈페너, 피넛슈페너, 흑임자라떼, 플랫바닐라처럼 달콤한 베리에이션 커피도 다양해 아직 스페셜티 커피가 낯선 학생들도 편하게 즐기기 좋다.

커피메소드

  • 주소 |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21길 34 2층 커피메소드
  • 영업시간 | 주중 11:00-22:00 주말 12:30-20:00
  • 인스타그램 @coffeemethodz

서강대
비로소 커피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부러운 이유 중 하나는 길 하나만 건너면 닿는 경의선 숲길이다. 짧은 공강 시간에도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느긋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라니. 그리고 이 평화로운 산책로를 더 매력적인 장소로 만드는 존재 중 하나가 비로소 커피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금의 붉은 벽돌 건물 자리에서 동네 주민과 학교 학생들, 경의선 숲길을 찾는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마포구 신수동의 로컬 카페. 스페셜티 커피 마니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곳으로 여러 국내 카페에 원두를 납품하는 내공 있는 로스터리다.

푸른 녹음이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마신 커피는 플랫 화이트. 하우스 블렌드 중 화사한 꽃향기와 과일의 산미, 깨끗한 뒷맛을 자랑하는 ‘너의 이름은’을 골랐다. 다가오는 가을에 특히 잘 어울릴 메뉴로 묵직하고 중후한 느낌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뉘앙스의 우유 커피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상시 4종 내외의 싱글 오리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니 궁금한 원두가 있다면 주저 말고 바리스타에게 질문해 보자.

비로소 커피

  • 주소 |울 마포구 광성로6길 42
  • 영업시간 | 매일 10:00-22:00
  • 인스타그램 @birosocoffee

! 그 외 서울 대학 캠퍼스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카페 !

・ 세종대 : 보난자커피 군자점

서울 광진구 능동로 239-1 B동 1층 보난자커피 @bonanzacoffee_korea

・ 성신여대 : 리이케 커피

서울 성북구 보문로34가길 24 1층 리이케 커피 @liike_coffee

・ 고려대 : 래디컬 브루잉 클럽

서울 동대문구 안암로20길 7-12 1층 @radicalbrewingclub

・ 중앙대 : 액션커피

서울 동작구 서달로15길 23 액션커피 @action_coffee_official

・ 이화여대 : 캐피

서울 마포구 대흥로30길 34 1층 @cappyseoul

・ 국민대 : 언더그라운드 커피웍스

서울 성북구 정릉로6길 23 1층 @undergroundcoffee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