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사이드] 서울~춘천 빨라지자 숙박위주 강촌 상권 다 죽었다

① 광역교통망과 지역소멸
서울을 중심으로 광역교통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주거, 일자리, 상권 등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각종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한다. 더욱이 한번 사업이 결정되면 막대한 국가 예산 투입을 피할 수 없다. 반면 이 같은 광역교통망 확대가 서울 집중현상을 가속화해 지역소멸을 촉진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광역교통망 확대, 지역소멸을 완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재촉하는 것일까. 중부일보는 서울을 중심으로 전방위로 뻗어나가는 광역교통망의 실효성을 6회에 걸쳐 팩트체크 한다.

교통망 확충은 대다수 지역에서 숙원사업이자 정치권의 주요 공약이다. 하지만 교통이 개선된 뒤 지역에 나타나는 효과는 천차만별로, 일상적 이동을 담당하는 광역교통망의 경우 더더욱 그 결과의 양상이 대조적이다. 중부일보는 1편에서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교통망이 확장된 경기 김포, 강원 춘천과 서울 반대편에서 지자체간 광역교통망이 구축된 부산~울산의 사례를 살펴봤다.

지난 6월 18일 김포골드라인 구래역에서 시민들이 수도권광역전철 노선도를 보고 있다. 강찬구기자

◇지옥철이라도… "서울로" = 김포골드라인은 수도권광역전철의 일부로 2019년 9월 개통했다. 김포시내 기점인 양촌역에서 출발해 한강신도시를 질러 서울지하철 5·9호선과 연결된 김포공항역에서 끝난다. 역은 총 10곳이다. 골드라인의 승하차 통계가 존재하는 2023부터 올해 5월까지를 보면, 월 평균 승차 141만 375명·하차 132만 6천680명으로 승차 144만 1천687명·하차 138만 5천962명을 기록한 광주광역시 도시철도의 승객량과 맞먹는다. 뉴스빅테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에서 ‘골드라인·혼잡·만원’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같은 기간 769건의 기사가 나타난다. 서울을 종착역으로 두고 광역시급 이동량이 있는 만큼 ‘빨대효과’우려도 종종 있어 왔다. 최대 혼잡률 289%의 대표적인 ‘지옥철’로 5호선 김포 연장 요구가 나오는 계기 중 하나다.

최근 찾아간 김포골드라인 구래역은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을 비껴간 오후 2~3시였음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역에서 만난 사람들은 골드라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광역교통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방면으로 출퇴근하는 배우 최혜림씨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에는 부담감이 없다"면서도 "출퇴근 지옥이라는 말을 체감한다. 저는 오후에 출근해 보통 안 그러지만,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과 겹치면 열차가 만원이 돼 3~4대를 지나보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골드라인은 구조상 열차 길이를 늘리는 게 힘들다고 들었다"며 "광역버스를 늘리든지, 아니면 서울 지하철 다른 노선이 길어져 환승을 해서라도 서울로 가기 쉬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일 춘천시 명동 닭갈비골목. 여전히 타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고객의 주를 이루지만, 예전 명성만큼 붐비지 않는 모습이다. 강민구기자

◇옮겨간 ‘닭갈비 핫플’ = 서울·경기와 강원권을 잇는 수도권전철 경춘선은 2010년 말께 개통해 13년째 운행 중이다. 수도권과 통근·통학이 가능하게 돼 ‘수도권 빨대효과’ 진단과 우려를 계속해서 받아왔으면서도 2029년까지 확장 계획이 잡혀 있다. 더해서 GTX-B 춘천 연결 계획에 환영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실상을 알고자 최근 춘천시를 찾았다.

춘천의 상인과 부동산업자들은 수도권전철 연결로 중심상권이 이동하고 지역 상권의 업종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표적 닭갈비골목으로 오래도록 춘천의 최고 상권이었던 명동상점가 상인회의 박병선 사무국장은 "여전히 매출 40%가 외부 관광객이지만, 교통이 편한 곳에 새 상권이 생겨 매출이 줄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인은 "1985년부터 장사를 했는데, 경춘선 전철 개통 때 반짝 효과로 손님이 늘었지만, 장기간 영향이 있진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 공인중개사 신순덕 씨는 "전철 남춘천역 주변인 온의동으로 주 상권이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지역 숙박업도 타격을 받았다. 김삼환 공인중개사는 "숙박업소 위주 상권인 강촌 지역은, 전철 연결을 반겼는데 오히려 숙박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상권이 죽었다"고 밝혔다.

통계청 자료에도 명동 상권의 쇠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조사된 자료를 보면, 이 기간 명동 상권이 걸치고 있는 행정동 중 한 곳인 약사명동의 서비스업 사업장 수는 272곳에서 259곳으로 13곳 줄었고, 도소매업도 525곳에서 494곳으로 31곳 줄었다. 반면 남춘천역이 속한 퇴계동은 서비스업이 2017년 866곳에서 2022년 1천327곳으로 461곳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도 같은 기간 516곳에서 836곳으로 320곳 늘었다.

지난 6월 12일 부산 동해선 부전역 선로에 열차가 서 있다. 이수연기자

◇동남권, 호평 속 ‘부산 쏠림 우려’ = 한국철도공사가 수도권 바깥에 지은 최초의 광역전철인 동해선 광역전철은 부산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을 잇는다. 2016년 말 1단계 개통했고 2026년에는 북울산역까지 개통할 예정이다. 서울 일극화의 대항마로 구상됐지만 현재는 표류중인 동남권 메가시티 계획과 경제적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주 부산 부전역과 종점 울산 태화강역 인근 상권에서 목소리를 들어봤다.

부전역은 역사가 오랜 전통시장인 부전시장과 인근해 있다. 이곳 상인들은 광역전철이 개통된 이후 울산과 부산 기장 지역에서 많은 손님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인삼과 약재 등을 취급하는 강찬용 씨는 "주말에 여행 삼아 많이 와, 10~15% 매출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김순자 씨는 "매출이 30%는 늘었다"고 전했다. 지역 공인중개사 윤주철 씨는 "상권이 상당히 좋다. 요즘에는 장사를 하려고 오는 젊은 층도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태화강역 인근 시민들은 효과를 다르게 체감했다. 광역전철을 통해 울산으로 오는 관광객은 늘었지만 역 인근 상권에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지역 공인중개사 서순남 씨는 "역가지 와서 버스로 갈아타고 태화강국가정원·울산대공원·장생포 등지로 가는 사람은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많다"면서도 "역 주변은 아직 크게 개발이 안 돼, 주변 상권도 전체적으로 침체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통계는 다른 해석의 여지를 보인다. 부전역이 속한 부산진구 부전1동의 서비스업 사업장 수를 보면, 2017년 1천177곳에서 2022년 1천382곳으로 5년간 205곳 늘었다. 도소매업 또한 2017년 2천257곳에서 2020년 2천577명으로 300곳 이상 늘었다. 이후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이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음에도 2022년 2천348곳으로 2017년 대비 91곳 늘었다. 태화강역이 위치한 울산 남구 삼산동은 같은 기간 서비스업 2천440곳에서 2천848곳으로 408곳 늘었고 도소매업 2천962곳에서 3천559곳으로 597곳 늘었다. 지역민들의 생각과 다르게 사업체 숫자로는 부전역 인근과 더불어 태화강역 인근 또한 광역전철 개통 후 상권이 발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광역교통망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각기 양상도 다르고, 시민의 체감과 평가도 달랐다. 이어 나올 기사에서는 데이터를 통한 객관적인 분석으로 이를 확인해 본다.

팩트인사이드팀(강찬구·강민구기자, 신지현·배상일 영상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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