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모두의 창업

‘스타트업 네이션.’ 세계는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을 이렇게 불렀다. 인구 1000만 명 남짓의 작은 나라지만 9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활동한다. 나스닥 상장 기업 수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자율주행 혁신 기업 모빌아이, 보안 소프트웨어 강자 체크포인트, 차량 내비게이션 원조 웨이즈도 이스라엘에서 나왔다. 글로벌 빅테크는 앞다퉈 텔아비브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다.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의 뿌리에는 ‘후츠파(chutzpah)’ 정신이 있다.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모해 보일 정도로 도전하는 문화다. 척박한 땅과 작은 내수시장 때문에 처음부터 세계를 겨냥하는 글로벌 지향성이 강하다. “안 되면 다시 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사회에 퍼져 있고, 실패도 경험과 자산으로 인정받는다.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6만 명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고 한다. 초등학생부터 90세 노인까지 참여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아이디어가 전체의 30%에 육박했다. 상금도 정부 주관 창업 공모전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1차 선발된 5000명에게 창업활동 지원금 200만원과 AI 솔루션 등이, 최종 우승자에게는 10억원 규모 지원이 제공된다.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최고라는 인식이 퍼진 한국에서 창업 열망이 살아나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 세계를 이끄는 기업도 대부분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 엔비디아는 33년 전 세 청년이 식당에서 의기투합해 세운 회사다. 애플과 아마존은 차고에서 시작됐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역시 “화성에 가겠다”는 꿈에서 비롯됐다. 거대 기업 이전에 거대한 상상과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창업은 국가 경제의 허파다. 새 일자리와 혁신을 만드는 엔진이다. 그렇다고 장밋빛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 실패와 번아웃, 투자 압박도 잇따른다. 한국이 스타트업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모두의 창업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판 후츠파를 싹 틔우는 토양이 되길 기대한다. 씨앗은 이미 6만 개 넘게 뿌려졌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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