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꼬리사슴은 왜 빛나는 소변을 볼까

야생 흰꼬리사슴은 빛을 이용해 동료와 의사소통 한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조지아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관찰조사 보고서를 내고 흰꼬리사슴 수컷이 번식기에 보는 소변에서 밝은 빛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아메리카대륙에 서식하는 흰꼬리사슴의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머리를 나무에 비비고 땅을 파 소변을 본다. 이러한 행동으로 손상된 나무나 지면에 뿌려진 소변을 조사한 연구팀은 놀랍게도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발광 현상을 파악했다.

번식기의 흰꼬리사슴 수컷이 이마의 샘을 나무에 문지르자 나무껍질이 발광했다. <사진=조지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흰꼬리사슴 수컷이 번식기 낙엽에 뿌린 소변도 특정 파장의 자외선에 반응해 빛을 발했다. <사진=조지아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지아대 생물학자 조지 해먼드 연구원은 “흰꼬리사슴 수컷은 번식기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하면서 나무껍질에 이마의 샘을 문지르고, 발굽으로 땅을 파 소변을 보며 세력권을 강화한다”며 “사슴이 냄새를 공유하기 위해 이런 눈도장을 남기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시각적 요소가 숨어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대학 소유의 삼림지역에 흰꼬리사슴이 남긴 146개의 마커를 특정했다. 각각 두 가지 파장의 자외선을 쏴 흰꼬리사슴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해 질 녘과 새벽 상황을 재현했다. 각 마커에서 재방사되는 파장을 측정하는 한편, 손대지 않은 나무껍질과 흙, 낙엽에도 같은 자외선을 쏴 비교했다.

그 결과, 마커로부터 발생한 빛은 주위 환경과 비교해 현저한 대비를 보였다. 조지 해먼드 연구원은 “자외선을 볼 수 있다고 여겨지는 사슴 입장에서 해당 빛은 시인성이 매우 높다”며 “심지어 일부 마커는 인간의 눈에 보일 정도로 빛을 발했다. 번식기 직전인 10월과 11월 만들어진 마커는 9월 초순의 것보다 훨씬 밝게 빛났다”고 설명했다.

북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꼬리사슴.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마킹 기법으로 동료와 의사를 나눌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원은 “흰꼬리사슴이 벗겨낸 나무껍질 아래에는 특정 화학물질이 포함됐지만 그 자체가 빛을 발하는지, 나무껍질이나 수액의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해 빛이 나는 것인지는 모른다”며 “사슴의 소변에는 포르피린이나 아미노산 등 축광성 화학물질이 포함됐는데, 이들 물질에서 나오는 빛을 실제로 흰꼬리사슴이 인식하는지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흰꼬리사슴이 표식을 이용, 경쟁 수컷을 위협하는 동시에 가까이 있는 암컷을 유혹한다는 입장이다. 사슴이나 다른 포유류가 자연광 속에서 특정 파장의 빛을 본다는 생각은 아직 가설이지만, 이번 발견은 사슴이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비밀스러운 시각 언어를 가졌음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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