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원팀? 가계대출 금융·부동산 엇박자 사그라들까
'정책금융' 두고 국토부와 금융당국 엇박자도
금리인하 기대감 여전…당국 주도 관리 필요 주장도
가계부채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정부가 비상이다.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급증하자 금융권뿐 아니라 국토교통부도 시장 안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책 조율 과정에서 금융당국 내 메시지뿐 아니라 금융당국과 국토부 등 부처 간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시장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후 정부 정책 방향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특히 9~10월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당국이 예상했던 수준을 벗어나면 추가 규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강조한 '통일'된 메시지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이 대두된 이후 은행과 금융 소비자들이 금융당국의 엇갈린 메시지로 혼선을 겪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 시점을 2개월 미뤘다. 당시 금융위는 소상공인 금융지원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성 재평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부행장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논의했고, 현장점검 등을 통해 대출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관련기사: 금융위는 미루고 금감원은 현장점검…가계대출 엇박자?(7월4일)
최근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두고 '들쭐날쭉'이라고 비판하며 시장 개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틀 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은행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선이 이어지자 이복현 원장은 소비자와 은행 일선 창구에 혼란을 일으킨 점을 사과하며 '은행 자율'이라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경영 상황과 대출 세부 요건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어 자율보다는 오히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을 때도 있다"며 "자율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상 대출 총량은 정해두고 그 안에서 취급 기준을 관리해 소비자 민원을 막으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계대출 수요 급증은 부동산 시장 회복과 맞물려있다. 주택 매입 수요가 확대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어난 까닭이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 원인 중 하나로 정책금융이 꼽히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금융위에 따르면 7·8월 주담대는 13조8000억원 증가했는데, 이 중 디딤돌·버팀목대출 등 정책금융이 8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와의 정책 협력도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정책금융이 집값 불안을 야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상우 장관은 지난 9일 "정책 모기지 목표를 건드리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고 시중금리와 정책대출 금리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 공급 조절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이와 달리 금융당국은 정책상품 관리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복현 원장은 은행장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정책성 대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관리방안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국토부와의 정책 엇박자는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이 과다하게 공급된 경험이 있어 (정책금융) 금리를 일부 조정해 추이를 고려하면서 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을 더한 게 전체 가계대출이기 때문에 추이를 보겠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국토부와 정책금융 목적은 같고 필요하면 속도를 제어하겠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석 후 가계대출 수요 관리 관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과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공급 제한 등을 통해 가계대출 잔액 증가 폭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당국은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다. 향후 가계대출 증가 추이에 따라 추가 대책 카드를 꺼내겠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추가 조치는 증가 폭 둔화가 지속되는지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정량적 요인과 정성적 요인 등을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에 시장 안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까닭이다.
김병환 위원장 역시 "8·8대책을 통해 공급 계획을 발표했고 주택 수요는 대출 관련 투기적 부분을 제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다만 시장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라 신뢰를 얻고 안정을 가져오는 효과를 가져오도록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과열된 분위기는 일단 잠잠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기 수요가 남아 있어 언제든 과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 요인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며 부담이 커졌고 상승세 지속에 대한 피로감도 누적된 상태"라며 "대출 조이기를 통해 시장 과열은 점진적으로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 이슈도 있어 매수세가 관망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매수세가 완전히 꺾인 게 아니고 관망세로 잠시 이동한 것이라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자율이 아닌 금융당국의 더 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 자율로 가계대출 수요를 조절하는 것은 오래 갈 수 없다"며 "은행들이 가계대출 공급 자체를 줄이도록 하기 위한 경기대응완충자본 상향 조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익 성장을 해야하는 은행 입장에선 대출 자산을 늘리지 못하면 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은행에 협조나 권고를 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제도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