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SSG 랜더스 김택형

이제는 웃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성적으로 정규시즌 왕좌에 오른 SSG 랜더스. 하지만 이들에게서도 약점을 찾는다면 바로 불안한 뒷문이었다. 1위라는 성적과 비교했을 때 4.68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6위로 초라했다. 마무리로 기용된 이마다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SSG는 집단 마무리 상태로 한국시리즈를 맞이했다. 그중 한 사람이었던 김택형 또한 마음고생으로 시즌 내 앓았다. 하지만 이게 웬걸. 큰 무대에 선 그는 아예 다른 투수가 돼 버린 것만 같았다. 그가 장착해 온 슬라이더는 리그 최강 타자까지 허무하게 돌려세울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스스로 시련을 이겨내고 웃어 보이는 그가 인터뷰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빛나 보였다.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eyeon Kim Editor Yoonjeong Jeon Location Incheon SSG Landers Field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김세연입니다. 차가워진 바람에 알록달록한 낙엽이 거리를 채우는 모습을 보니 한 해가 벌써 다 갔나 봅니다. 이번 가을의 주인공은 문학에서 탄생했습니다. KBO리그 최초로 정규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기록하며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SSG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게 된 건데요. 김강민, 최정 등 베테랑들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랜더스의 우승에는 또 한 명의 주역이 숨어 있습니다. 여섯 경기 중 다섯 경기에 등판하며 실점 없이 마운드를 지켜낸 이 선수, 이제는 당당히 랜더스의 대표 불펜 투수로 자리 잡은 김택형 선수입니다.

#숨은 주역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요 며칠 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11월 14일 인터뷰)

우선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그동안 못 봤던 지인들도 보면서 즐기고 있습니다. (우승하니까 어때요?) 우승은 언제나 좋네요. 선수들이 이것만 보고 1년 내내 고생하는 이유가 있어요. 그렇게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와서 뿌듯한 한 해입니다.

울지는 않았어요?

울먹거리기는 했는데 울진 않았어요. 저 말고 추신수 선배님이나 (한)유섬이 형이 많이 울었죠. (우승이 결정되던 순간에 누구랑 가장 먼저 껴안았어요?) 제가 아마 더그아웃에서 제일 빨리 뛰어나가서 (김)광현이 형이랑 안았을 거예요. 8회에 던지고 내려와서 옷도 안 갈아입고 대기하고 있었거든요. (‘오늘 끝나겠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나요?) (김)성현이 형이 역전 적시타를 치고 나서 ‘여기서 더는 점수를 안 주겠구나’ 했어요.

팀의 일원으로서 올 시즌 SSG가 이렇게나 강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똑같은 각오로 준비했고요. 그렇게 노력해온 게 잘 맞아떨어져서 우승하지 않았나 해요.

정규 시즌에서 우승한 이후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전체적인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어요?

무척 좋았어요. 다들 즐거운 듯했고요. ‘못 하면 어떡하지?’ 하기보다는 ‘어차피 우승은 우리가 할 거다’라는 분위기였어요.

본인으로서는 이적 후 두 번째 포스트시즌이었는데 어떤 각오로 임했나요?

일단 제가 신인 때 몸담았던 팀이랑 붙게 된 거였잖아요. 아무래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컸어요. 친정팀을 만난 것도 그렇고, 여기 와서 두 번째로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보니 겉으로 티는 안 내도 더 집중해서 경기를 준비했어요.

확실히 선수들은 친정팀과의 경기에 더 신경을 쓰나 봐요.

이건 정규 시즌 때도 그런데, 친정팀 만났을 때 못하거나 하면 연락해서 장난치고 이래서요. 그런 소리를 안 듣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죠. (키움 히어로즈에서는 누가 장난을 치나요?) (최)원태나 (송)성문이요. 둘이 또 성격이 워낙 활발하고 까불거리잖아요. 특히 성문이랑은 자주 상대하다 보니까 ‘이번에는 한번 봐줬다’ 하는 식으로 장난치는 편이에요. (그래도 그 선수들도 이번에 우승 축하 잘 해줬죠?) 아뇨? 연락 안 하던데. (웃음)

본지와의 지난번 인터뷰에서 스스로 중요한 경기에 강해지는 타입이라고 했거든요. 이번 한국시리즈에 임할 때 더 떨리거나 하진 않았어요?

저는 등판하기 전에 몸 푸는 과정에서 긴장하는 편이고요. 올라가서는 오히려 안 떨리더라고요. 던질 때는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으로 던져요. ‘나는 내가 할 거만 하자.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마음먹곤 해요. 그러다 보니 큰 경기에서도 긴장을 잘 안 해요.

한국시리즈 여섯 경기 중 다섯 경기에 등판해서 5.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정규 시즌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는데, 휴식 기간에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나요?

아무래도 키움에 왼손 타자들이 많아서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던질 수 있도록 보완했어요.

그 슬라이더가 이번 한국시리즈 최종전 1점 차 중요한 순간에 통했잖아요. 이정후 선수가 슬라이더에 노림수를 두고 들어온 듯해 보였는데, 계속 슬라이더 위주로 승부를 가져간 계기가 있나요?

아무래도 정후가 정규 시즌부터 저한테 꽤 약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급한 건 정후다’라고 생각했어요. 슬라이더를 제 마음대로 던질 수 있으니까 그거로 공략하려고 했는데 삼진이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원체 삼진을 안 당하기로 유명한 타자잖아요. 더 뿌듯했을 거 같은데요?) 그런 것도 있었죠. 공이 잘 떨어진 것도 있었지만, 정후가 리그 최고의 타자인데 잡은 거잖아요.

최근 두 시즌 동안 유독 이정후 선수에게 강할 수 있던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제 투구폼이 다른 선수들이랑은 좀 다르잖아요. 정후가 거기에서 정타 타이밍을 못 맞추는 게 아닐까 싶어요.

3차전 1점 차로 지고 있던 6회 2사 1, 3루 상황에 등판해서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어요. 다음 타자가 이번 포스트시즌에 타격감이 좋던 김태진이었는데 당시 어떤 생각을 했나요?

태진이 형이 시리즈 내내 타격감이 좋긴 했지만, 저한텐 약한 타자였거든요. 근데 반대로 그 전 타자였던 이지영 선배님은 저한테 강했고요. 그래서 선배님한테는 최대한 어렵게 승부하려고 했어요. 어차피 베이스가 하나 비어 있으니까 볼넷까지도 내준다고 생각하고 던진 거죠. 태진이 형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상대 전적이 있다 보니 오히려 편하게 상대했던 기억이 나요.

5차전에는 지고 있던 7회에 올라와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았어요. 이후 김강민의 말도 안 되는 끝내기 홈런으로 팀이 대역전승을 거뒀는데 당시 소감이 궁금합니다.

일단 제가 올라갔을 땐 어떻게든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각오로 올라갔어요. 처음 올라갈 때부터 다음 이닝까지 올라갈 거라고 예상도 했고요. 왜냐면 왼손 타자가 계속 나오는 타선이었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제가 살면서 이런 경기를 몇 번이나 해 보겠어요. 나갈 수 있을 때 최대한 나가자는 마음이었죠.

4점 차가 적은 점수 차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던지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때 유섬이 형도 저한테 얘길 해 줬는데요. 뭔가 짠하다고… “너도 힘들 텐데 팀을 위해 던져 주는 만큼 형들이 나가서 쳐 보겠다. 끝내 보겠다”라고 해주더라고요. 그런 말을 듣고 힘이 났어요.

김강민 선수의 끝내기 홈런이 본인에게는 더 특별하게 다가왔을 듯한데 어때요?

말도 안 된다고 느꼈어요. ‘야구를 하면서 이런 장면을 보게 되다니’ 하는 느낌? 그걸 현장에서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어요. 그 당시 분위기만큼은 이미 우승이었죠. (작년 막바지 두산 베어스전(10월 28일, 김강민의 포구 실책 후 48구 멀티 이닝 세이브를 거둔 경기)이 떠올랐을 법도 해요.) 안 그래도 그때 강민 선배님이 저한테 무척 미안해하셨거든요. 진짜 너무 미안하다면서 “네가 사람 한 명 살린 거다”라고. 원래 그런 말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직접 찾아와서 그러셨죠.

#이겨냈다

윌머 폰트가 9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개막전 연장 10회에 마무리로 올라 볼넷을 1개 내 주면서 KBO리그 최초 팀 퍼펙트를 아쉽게 놓쳤어요. 등판했을 때 팀 기록을 의식했나요?

아뇨. 그런 게 있는 줄 몰랐어요. 집중해서 몸을 풀다 보니까 그런 건 의식하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팬분들께 많이 혼났습니다. 어떻게 그걸 날릴 수가 있냐고…

올 시즌 5월 4일 경기까지 이태양 선수의 승리를 세 차례나 날리고 말았는데요. 하지만 5월 12일 경기에서 드디어 세이브를 따내면서 승을 지켜줬습니다. 당시의 심정이나 이태양 선수와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가 궁금한데요.

제가 태양이 형 승리를 많이 날려서 너무 미안했어요. 경기가 끝나고 장문의 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어요. ‘나도 이게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다. 누구보다 절실하게 막고 싶다’ 하고요. 그래서 한 번은 블론세이브를 하고 나서 라커룸에 들어가서 울었거든요. 태양이 형 얼굴을 못 보겠더라고요. 근데 형이 먼저 다가와서 “살면서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건데, 네가 못 이겨내면 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날 신경 쓰지 말고 네 공 던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고 해줬어요. 이렇게 형들이 저를 잘 챙겨줘요.

시즌 초반 마무리로 10세이브를 올리며 활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5월 중순 이후에는 부상과 함께 부진이 찾아왔어요. 6월 부진에는 부상의 여파가 남아 있던 걸까요?

아무래도 한 번 다치고 나니까 몸이 정상 컨디션까지 쉽게 안 올라오더라고요. 치료도 잘 받고 운동도 제법 했는데, 아팠던 기억 때문인지 몸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번 시즌 마무리 투수로 나오다 중간으로 보직을 옮겼어요. 본인에게 더 적합한 위는 어디예요?

중간이든 마무리든 나가는 상황은 똑같다고 생각해서 어디가 맞다 안 맞다 판단하기보다는… 내심 마무리가 준비하는 과정이 좀 더 편한 것 같아요.

정규 시즌 평균자책점 4.92로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는데 원인이 뭐였을까요?

운이 안 좋았어요. 작년과 올해 성적을 비교해 보면 세부 지표들은 오히려 좋아졌거든요. 근데 실점을 더 많이 한 거죠. 한 번 점수 줄 때도 대량 실점을 했던 게 컸고요. 작년에는 줘도 한두 점만 줬는데, 올해는 안 주다가도 한 번 줄 때 한 4, 5점씩 주다 보니까 그런 듯해요.

9월 30일 홈 최종전에서는 연장 11회 동점 상황에 등판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막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중요한 경기의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어떤 마음가짐이었어요?

아, 그땐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문)승원이 형이 마무리였다가 부상으로 빠지고 집단 마무리 체제로 갔는데 감독님께서 저를 밀어주셨어요. 근데 점수도 계속 주고 그전까지 삼자범퇴도 한 번을 못 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나가는 거라 불펜에서부터 긴장을 꽤 했어요. 근데 삼자범퇴를 하고 제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무리 지었죠. 아마 그게 없었다면 한국시리즈에서 그렇게 던지지 못했을 거예요.

그날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올 때 굳은 표정으로 가슴을 치는 모습이 포착됐어요. 한유섬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한 후에는 더그아웃에서 “이겨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정말 엄청나게 답답했거든요. 잠도 한 두세 시간씩밖에 못 잤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이겨내야 하지?’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근데 그런 와중에 저 자신보다도 형들이 저를 더 챙겨줬던 기억이 나요. 그날도 형들이 저를 끌어안아 주면서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해서 살짝 울컥했어요.

본인에게 이번 시즌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작년에 그렇게 잘하고 나서 올해 조금 부진했는데 그게 오히려 디딤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내가 더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생각이에요. 작년에는 뭘 모르고 던졌다면 올해는 배운 것도 느낀 점도 많아서요.

입대를 앞둔 상황이에요.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한 뒤라 너무 아쉬울 듯한데 어떤가요?

저는 오히려 아쉽지 않더라고요. 못하고 갔으면 아쉬웠을 텐데 잘 마무리하고 가서 마음이 편합니다. (구단주님이 군대 가기 전에 불태우고 가자고 했죠.) 라커룸으로 오셔서 “네가 잘 던지면 우승하는 거고 네가 못 던지면 지는 거다” 하셨어요. 그 말이 제가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됐죠. 구단주님이 와서 얘기하시는 게 괜히 하시는 게 아니니까요.

주위에선 누가 제일 입대를 아쉬워하나요?

감독님이 제일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우승했을 때도 “가지 마라, 안 가면 안 되냐”. 축승회 때도 저를 안아 주시면서 “진짜 고생했다. 근데 안 가면 안 되냐, 방법 없냐” 계속 이러셨어요. 원래는 감독님이 가라고 하셨거든요? “너 이제 군대 가니까 네 마음대로 던지고 가라” 하셨는데 끝나고 나니까 갑자기 가지 말라고 하시네요? (웃음)

축승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거기선 어떤 걸 했나요?

선수들 장기자랑도 했고요. 구단주님께서 선수들에게 아이패드도 주셨고, 재밌게 잘 놀고 왔어요. (혹시 노래는 안 했나요?)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어서요. 대신 팬 서비스 차원에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했습니다.

#성장통을 딛고

지금까지 만나 본 타자 중 상대하기가 특히 까다로웠다고 느낀 타자가 있나요?

저는 롯데 자이언츠 정훈 선배님이나 전준우 선배님이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이 타자는 내가 뭘 던져도 맞겠다’ 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훈이 형 만나서 얘기했는데 “아냐. 네 볼 치기 어려워!”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형. 말이랑 성적이랑 너무 달라요”라고 했죠.

올 시즌을 마치고 앞으로 보완하거나 발전시키고 싶다고 느낀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선발을 한번 해 보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에 기회가 된다면 상무로 입대해서 선발로 나가 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구종을 추가해보고 싶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던져 보고 잘 맞는 걸 찾아보고 싶고요. 일단은 포크볼을 자유자재로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야구선수 김택형’의 매력은 뭐예요?

음… 천당과 지옥 같아요. (웃음) 잘 던질 때는 참 잘 던지는데 못 던질 때는 한없이 못 던져서요. (그래야 극적으로 느껴지죠!) 그래서 형들이나 팬분들이나 제가 영웅 놀이를 자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위기를 혼자 만들고 혼자 막는다고.

2017년에 SK 와이번스(현 SSG)로 이적했을 때를 떠올려 봅시다. 그때와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면 어떤 점이 성장한 것 같아요?

야구를 대하는 생각이나 애정이 깊어졌다고 느껴요. 당시에는 재능만 믿고 야구를 했다면 지금은 부족한 점을 계속 찾으려고 해요. 그 부분에 대해 훨씬 더 많이 노력하고요. 야구를 잘하게 되다 보니까 보이는 것들이 제법 되더라고요.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생겼고요.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어요?

작년 10월 28일 두산전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때 기억이 가장 많이 납니다. 제일 힘든 경기였거든요. 제가 어떻게 그렇게 던졌나 싶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유독 힘들어서 ‘야구 그만둘까’ 하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나요?

많았죠. 부진할 때 주로 그래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계속 안 좋은 쪽으로 가게 돼서 최대한 안 하려고는 하는데요. 그런 게 또 성장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혼자 힘들어할 때 옆에서 잘 도와주고 힘이 돼줬던 사람들은 누가 있나요?

아무래도 광현이 형이나 (김)태훈이 형, (박)민호 형 같은 형들이 잘 챙겨줬고요. 좋은 얘기도 해주고 힘들 때 밥도 같이 먹으러 나가자고 해줬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다시 밝아질 수 있었던 거죠. (팀에 김광현이라는 걸출한 선배가 있는 것도 행운이죠.) 야구를 하면서 롤 모델과 함께 같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뛴다는 게 큰 행운이에요.

힘든 시기를 겪어 온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부상 없이 군대 잘 갔다 오자!

전역 후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요?

만약 선발로 갈 수 있게 되면 10승을 해 보고 싶고요. 중간이나 마무리로 간다면 홀드왕이나 세이브왕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우승하기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올 시즌 저 때문에 힘들고 걱정도 되셨을 텐데요. 그래도 마지막에는 웃음을 드리고 갈 수 있어서 기쁩니다. 군대에 잘 다녀와서 좋은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40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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