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염'으로 응급실 갔더니‥"간 이식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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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 상황에 놓인 중학생이 2시간 동안 치료받을 곳을 찾지 못하다 겨우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119 응급센터에 전화를 걸어 증상을 설명하자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중학생과 어머니는 먼저 해운대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이 병원에서는 의료진 상황상 "간 이식 수술 외에 다른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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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급성 맹장염으로 응급 상황에 놓인 중학생이 2시간 동안 치료받을 곳을 찾지 못하다 겨우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부산에 사는 15살 중학생이 심한 복통 때문에 동네 병원에 갔더니 맹장염이 의심된다면서 큰 병원으로 가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중학생과 어머니는 먼저 해운대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막상 도착하니 이 병원에서는 의료진 상황상 “간 이식 수술 외에 다른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다급하게 수영구에 있는 종합병원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 곳 역시 “청소년은 수술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왜 맹장 수술도 못 받는 상황이 되어버린 걸까?
이번 일이 기사화 되면서 관심을 받게 됐지만 일반인들이 간단하게 생각하는 맹장 수술도 야간 응급상황에는 받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좀 됐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먼저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근무할 응급의학과 의사가 줄었고, 응급의학과 교수들만으로 매일 당직을 설 수 없으니 이제는 다른 외과- 간담췌외과, 유방외과, 갑상선외과, 이식 외과- 교수들까지 당직 순번에 들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턴, 레지던트를 마친 뒤에는 한번도 맹장수술을 해 본 적이 없는 의료진이 당직을 서는 날이면 “간 이식만 됩니다” 혹은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가 없는 날이면 “소아청소년은 수술 못 합니다”라는 답변을 듣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
성인과 체격도 비슷한 청소년인데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더라도 (일반) 외과의가 수술하면 안되는 걸까?
성인의 축소판이 소아청소년인데 그게 그거 아니냐?
일반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사고 위험이 상존해 있는 상황에서 해당 분과의 전문의가 아닌데 예전 전공의 시절 기억을 떠올리면서 수술을 했다가 만에 하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당직을 서는 의료진에게 환자를 받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부산이나 대구 등 대도시에서는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야간에서 맹장염 수술을 받지만 그보다 더 작은 규모의 도시에서는 맹장염 환자가 오면 응급실에서 밤새 항생제 처방만 해서 버티게 했다가 다음날 의사가 출근하면 맹장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의료가 너무 선진화되다보니 세부 분과로 나뉘어서 해당 분야 이외에는 할 수 없게 된 거 아니냐...의정갈등을 계기로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로 회귀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의료사고, 의료소송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추석 이후 의정갈등에 대한 관심이 혹여 줄어드는 건 아닌지, 그래서 호흡기, 심장, 뇌혈관 질환이 노약자들에게 치명적인 겨울로 의정갈등이 넘어가는 것은 아닐지..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승혜 기자(luxmundi@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41333_36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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