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인사이트] 웹툰 앱은 왜 ‘보는 플랫폼’이 되려 하나

/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툰 플랫폼 안에 영상 포맷을 붙이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웹툰 원작을 드라마·영화로 확장하는 기존 지식재산권(IP) 사업과는 결이 다르다. 이번에는 웹툰 플랫폼 내부에 숏폼, 애니메이션, AI 미리보기 기능을 붙여 이용자의 ‘읽기’ 경험을 ‘보기·넘기기·공유하기’ 경험으로 넓히는 흐름이다.

숏폼과 OTT가 이용자 시간을 흡수하는 상황에서 웹툰 플랫폼도 회차형 정주행 서비스에만 머물기 어려워졌다. 웹툰 앱이 영상형 발견 구조와 팬 참여 생태계를 실험하는 배경이다.

웹툰의 경쟁자는 웹툰만이 아니다

17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웹툰 플랫폼만이 아니다. 모바일 화면에서 이용자의 시간을 두고 겨루는 상대는 유튜브 쇼츠와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숏폼 드라마, OTT까지 넓어졌다. 이용자는 긴 회차를 처음부터 정주행하기 전에 짧은 영상으로 콘텐츠를 먼저 접하고 흥미가 생기면 더 깊이 들어가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웹툰 앱이 영상 포맷을 붙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차를 읽게 하기 전 먼저 짧게 보게 하고 넘기게 만드는 방식으로 콘텐츠 발견 구조를 바꾸려는 것이다. 웹툰은 연속 감상과 정주행에 강한 콘텐츠지만 신규 작품 발견에는 진입 장벽이 있다. 제목과 썸네일, 작품 소개만으로는 캐릭터의 매력이나 장면의 힘, 서사의 분위기를 즉각 전달하기 어렵다.

플랫폼 안에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이 문제는 커진다. 이용자가 볼 수 있는 작품은 제한돼 있는데 플랫폼이 노출해야 할 작품은 계속 늘어난다. 신작, 완결작, 장기 연재작, 웹소설 원작 노블코믹스, 오리지널 웹툰이 같은 화면 안에서 경쟁한다. 결국 웹툰 플랫폼의 과제는 단순히 작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다음 작품을 더 빨리 발견하게 만드는 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엔터가 AI 기반 웹툰 미리보기 서비스인 ‘헬릭스 숏츠’를 개발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헬릭스 숏츠는 AI 시스템을 활용해 웹툰의 핵심 스토리를 짧은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웹툰 미리보기 서비스다.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용자의 취향을 반영해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큐레이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AI가 제작하는 웹툰 숏폼 영상인 ‘헬릭스 숏츠(Helix Shorts)’를 선보였다./사진=카카오 'Tech ethics 20호' 갈무리

영상은 이 지점에서 웹툰을 대체하는 포맷이라기보다 웹툰을 발견하게 하는 입구로 쓰인다. 기존 웹툰 플랫폼의 기본 단위가 ‘회차’였다면 영상 기능은 소비 단위를 장면, 분위기, 캐릭터, 대사, 하이라이트로 쪼갠다. 이용자가 한 작품을 처음부터 읽기 전에 짧은 클립으로 먼저 접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변화는 플랫폼의 홈 화면 전략과도 연결된다. 카카오엔터는 앞서 AI 추천 기술인 ‘헬릭스 큐레이션’을 카카오페이지에 적용하며 개인화된 작품 노출 효과를 강조했다. 카카오엔터는 2024년 카카오페이지 이용자 일부를 대상으로 ‘지금 핫한’ 섹션 일부 썸네일에 헬릭스 큐레이션 추천 작품을 배치했고 적용군에서 웹툰과 웹소설 클릭률 및 거래액이 대조군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헬릭스 숏츠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영상 자체를 독립 상품으로 키우는 것보다 짧은 영상을 통해 이용자가 더 쉽게 작품을 고르고 웹툰·웹소설 감상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 웹툰 앱이 영상 기능을 붙이는 이유는 ‘영상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라기보다 역설적으로 ‘읽는 플랫폼’으로 남기 위해서다.

카카오는 ‘발견’, 네이버는 ‘참여’에 방점

카카오엔터와 네이버웹툰은 모두 웹툰 앱 안에 영상을 붙이고 있지만 목적지는 다르다. 카카오엔터가 영상으로 작품 발견과 감상 전환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다면 네이버웹툰은 영상으로 팬 참여와 플랫폼 체류를 늘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영상 실험은 플랫폼 내 영상 콘텐츠 사업과도 성격이 달라졌다. 카카오페이지는 과거 웹툰·웹소설을 넘어 영화, 방송,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까지 플랫폼 안에서 소비하게 하려는 실험을 해왔다. 당시 영상이 플랫폼 안에서 직접 소비되는 별도 콘텐츠에 가까웠다면 현재의 헬릭스 숏츠는 웹툰 감상으로 이어지는 진입로에 가깝다. 과거가 ‘영상도 보는 앱’이었다면 지금은 ‘영상으로 웹툰을 찾는 앱’에 가까운 셈이다.

네이버웹툰의 방향은 조금 다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한국 플랫폼에 숏폼 애니메이션 서비스 ‘컷츠’를 선보였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컷츠를 네이버웹툰 한국 플랫폼 이용자를 위한 숏폼 애니메이션 영상 기능으로 소개하면서 2025년 9월 1일부터 앱·PC·모바일웹 전체 이용자에게 공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각 영상은 2분 미만이며 팬들은 좋아하는 웹툰 장면의 하이라이트 클립을 만들 수 있고 인기 작가들도 작품 관련 숏폼 영상을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컷츠는 플랫폼이 영상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팬과 창작자가 웹툰 장면, 캐릭터, 대사, 팬심을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재가공해 플랫폼 안에서 만들고 소비하도록 설계됐다. 웹툰 소비 단위를 ‘회차’에서 ‘장면’과 ‘클립’으로 확장하는 실험인 셈이다.

네이버웹툰은 숏폼 애니메이션 서비스 컷츠(Cuts)를 선보였다./사진 제공=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플랫폼에서는 ‘비디오 에피소드’도 추진되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5년 8월 비디오 에피소드를 공식 출시하며 웹툰 경험을 '읽기에서 보기로' 확장하고 이용자들이 웹툰을 새롭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포맷은 모션, 효과음, 음악, 성우 연기 등을 결합한 짧은 영상 형태다.

결국 카카오엔터의 영상이 ‘읽게 하기 위한 미리보기’에 가깝다면 네이버웹툰의 영상은 ‘참여하게 하는 클립 생태계’에 가깝다. 카카오는 작품 발견과 전환율, 네이버는 팬덤 활동과 체류시간을 겨냥한다.

관건은 영상이 웹툰 감상을 대체하지 않고 다시 원작 읽기로 되돌아가게 만들 수 있느냐다. 숏폼은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유료 회차 정주행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짧은 영상만 소비하고 빠져나가는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AI가 만든 미리보기나 팬 제작 영상이 원작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경우 품질 관리 문제도 생긴다. 원작자 권리와 보상, 2차 창작 관리 역시 플랫폼이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웹툰 플랫폼이 영상 기능을 붙이는 것은 영상 플랫폼이 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숏폼에 익숙한 이용자에게 웹툰을 다시 발견하게 만드는 시도에 가깝다”며 “다만 영상 소비가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그칠지, 실제 원작 감상과 결제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이담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