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피 구해요" 도축장 돌던 이 여성...매출 200억, 혁신 기술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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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해 창업 5년 만에 매출 200억원을 기록하며 펨테크(Femtech) 산업의 대표주자로 우뚝 선 기업 '이너시아'의 김효이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여성 CEO(최고경영자)다.
카이스트(KAIST)에서 양자물리학과 의료AI(인공지능) 등을 전공하던 20대 여성 박사 4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스토리부터 J커브를 그려가고 있는 기업의 성장세까지, 그녀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창업 서사가 흥미롭다는 점에서 언론 기사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포브스 '30세 미만 리더 30인'부터 한국공학한림원의 '차세대공학리더상', 특허청·한국발명진흥회의 '한국여성발명협회장상', '대한민국소비자브랜드대상' 등 다양한 수상 이력과 타이틀이 쌓이며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김효이 대표의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초기 창업가에서 성숙한 기업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철학적 고뇌와 실무적 챌린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너시아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생리대'다. 기존 시장은 겉면만 유기농일 뿐 내부 흡수체에는 미세플라스틱(SAP)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너시아는 자체 개발한 천연 흡수 소재 '라보셀'(LABOCELL)을 생리대에 적용했다.
수술실 지혈 소재에서 착안한 이 기술은 미세플라스틱 없이 식물성 원료만으로 압도적인 흡수력을 구현했다. 김 대표는 "미세플라스틱은 분비물이 묻으면 냄새가 나지만 라보셀은 액체를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피를 응고시키는 방식이라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생리대 업계가 물로만 흡수력을 테스트하는 것과 달리, 이너시아는 실제 혈액의 점성을 구현하기 위해 도축장을 돌며 소와 돼지의 피를 직접 구한 뒤 300백여개의 시안을 테스트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
김 대표는 "물과 실제 생리혈의 물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기존 방식으로는 진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 정확한 실험을 위해 도축장에서 갓 나온 신선한 피를 직접 받으러 다녔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여성은 월경 등 반복적인 호르몬 변화로 인해 건강 밸런스가 쉽게 흔들릴 수 있다"며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가장 큰 고민거리인 건강 밸런스를 과학기술로 해결하고자 출시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너시아는 매주 논문과 특허를 수십 개씩 읽으며 신제품 개발 관련 회의를 한다. 그는 "이제는 순수 과학인이 아닌 응용 과학인으로서 세상에 있는 좋은 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할 것"이라며 "R&D를 넘어 C&D(Connect & Development)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이너시아는 추가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올해 글로벌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부국강병 하려면 수출을 많이 해야 한다"며 "북미 시장을 필두로 한 해외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아마존 입점 직후 신규 브랜드 중 상위 5%에 진입했다"며 "현재 아마존에서는 물건을 넣는 족족 품절되는 '쇼티지(Shortage)'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머지 않아 글로벌에서 한번 툭 터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미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독일·오스트리아 등 유럽, 중동 지역까지 진출하며 전 대륙에 사업 영토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그는 "단기적으로 이익이 적고 힘들더라도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며 회사의 DNA를 그에 맞춰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너시아는 회사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지 않도록 최근 공동 창업자들이 기꺼이 C레벨 직함을 내려놓고 보직을 변경하는 등 조직 효율화를 위한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을 기쁘게 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수출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며 "이 산업을 보며 자극받는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나는 사회적 변화를 꿈꾼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K뷰티 등 일부 분야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여성 웰니스, 건기식, 이너뷰티 등 전 산업 분야로 'K산업'이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것"이라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재화와 가치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넥스트 K산업'의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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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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