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를 넘겠다’며 큰소리친 중국 체리의 도전
중국 자동차 기업 체리(Chery)는 1997년 설립 이후 내수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성장했고,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전기차 라인업을 늘리며 해외 판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Exeed, Omoda, Jaecco 등 서브 브랜드를 앞세워 80개국 이상에 진출했고, 동유럽·동남아·중동에서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며 “중국 최대 수출 브랜드” 타이틀을 내걸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체리는 공식 자리에서 “한국 자동차를 넘어서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 “현대자동차를 단기간에 따라잡겠다”는 식의 호언장담을 쏟아내며 경쟁 구도를 노골적으로 부각시켰다.
문제는 속도전에 비해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격 경쟁력과 옵션 구성만 보면 매력적이지만, 품질·안전·내구성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검증이 덜 된 상태였다. 현대차·기아가 수십 년에 걸쳐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 온 보증·A/S·잔존가치·브랜드 이미지를 1~2년 안에 따라잡겠다는 선언은 애초부터 과도한 자신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체리는 공격적 마케팅과 퍼포먼스로 존재감을 키우려 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이어졌다.

말레이시아 리어 휠 이탈, ‘기본기’ 의심을 부른 사고
체리의 품질 논란을 상징하는 사건 중 하나가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주행 중 리어 휠 이탈 사고다. 신차를 운전하던 고객 차량의 뒷바퀴가 주행 도중 빠져나가며 차체가 도로 위에 그대로 주저앉는 영상이 현지에서 확산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조립 품질이 이 정도면 다른 보이지 않는 부위는 어떻겠느냐”는 우려가 폭발했다. 체리는 해당 사례에 대해 개별 차량 문제라고 해명하고 점검·보상을 약속했지만, 이미 “안전보다 가격을 우선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퍼진 뒤였다.
이 같은 사건은 현대차·기아가 과거 품질 이슈를 겪을 때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2010년대 미국 등지에서 품질·리콜 논란을 겪은 뒤 보증 기간 연장과 대규모 무상수리, 안전 관련 투자 확대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 왔다. 반면 체리는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한 초기에 곧바로 ‘바퀴 이탈’ 같은 기초 안전 이슈가 터지면서 “가격이 싸도 타기엔 불안한 차”라는 이미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내연기관·전동화 기술 이전에, 기본 기계 설계와 품질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장가계 999계단 퍼포먼스가 부른 역풍
체리는 기술력과 오프로드 성능을 과시하겠다며 중국 장가계 명소의 999계단을 SUV로 오르는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테슬라·현대·메르세데스 등이 각종 도전 영상과 기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것을 벤치마킹한 시도였다. 하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계단 중간에서 차량이 멈춰 후진을 시도하다가 난간과 충돌하는 장면이 포착돼, 의도와는 다른 ‘굴욕 영상’이 전 세계로 퍼졌다. “극한 환경에서도 끄떡없는 체리”라는 메시지는 사라지고, “기본 제어 로직도 불안한 차를 계단에 올렸다”는 조롱만 남았다.
사고 이후 체리는 차량 제어 로직과 서스펜션 감지 시스템, 구동계 보호 알고리즘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검증된 기술이라면 왜 실전 퍼포먼스에서 이런 사고가 났느냐”는 의문이 더 컸다. 현대차·기아가 N 브랜드 서킷 주행, 전기차 내구 레이스 등에서 완주 기록과 성능 데이터를 쌓아가며 브랜드력을 끌어올린 것과 비교하면, 체리의 장가계 퍼포먼스는 ‘테스트가 아니라 쇼를 하다가 약점만 드러낸 사례’로 남았다.

1년 안에 현대 넘겠다더니, 신뢰·브랜드에서 이미 ‘탈락’
체리는 해외 오토쇼와 투자 설명회 등에서 “한국 브랜드를 단기간에 추월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특히 전기차·SUV 세그먼트에서 가격과 옵션으로 밀어붙이면 현대차를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단순 연간 판매량 경쟁이 아니라, 신차 출시 이후 수년간 축적되는 품질 데이터·리콜 건수·보험료·중고차 잔존가치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이 지점에서 체리는 1년 만에 한계를 드러냈다.
말레이시아 휠 이탈, 장가계 퍼포먼스 사고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각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잔고장·조립 품질·차체 강성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동시에 충돌 테스트·안전 등급·전비·배터리 열관리 등 핵심 지표에서는 아직 현대·기아, 일본·유럽 메이커들과 뚜렷한 격차가 남아 있다. “현대를 넘어선다”는 선언과 달리, 소비자 체감 품질과 브랜드 신뢰도에서는 오히려 “싸서 타는 차”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체리의 호언장담은 사실상 1년 만에 시장 평가에서 ‘파산 선고’를 받은 셈이 됐다.

대규모 자금 조달·전고체·자율주행으로 만회 노리지만 과제 산적
체리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부정적 인식을 만회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자본 확충을 병행하고 있다. 2025년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해 전기차 플랫폼·배터리 제어 시스템·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할 자금을 대거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자체 전고체 배터리 모듈 연구소 설립, 2026~2027년 시범 운영, 글로벌 시장 출시 로드맵 등도 내세우며 “기술 회사” 이미지를 강조하는 중이다. 동남아·유럽·중동에 신규 공장과 조립 라인을 구축해 현대차·기아처럼 ‘현지 생산-현지 판매’ 구조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과 자본 조달이 곧바로 브랜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고체 배터리·자율주행·전동화 플랫폼은 이미 현대·기아, 일본·유럽, 미국 빅테크·전기차 전문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분야다. 이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체리가 앞선 업체보다 더 빠르게, 더 안전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실험적인 중국차”라는 이미지만 강화될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차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화려한 기술 스펙이 아니라, “10년 동안 문제 없이 탈 수 있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1년 만에 망한’ 교훈을 삼아, 한국차의 기본기와 신뢰를 더 다져가자
현대자동차를 1년 안에 뛰어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체리는, 불과 1년 만에 품질·안전·브랜드 신뢰라는 가장 기본적인 경쟁에서 스스로 미끄러지며 현실의 벽을 체감했다. 글로벌 판매량과 공장 숫자를 빠르게 늘리는 것만으로는, 수십 년간 쌓인 현대·기아의 품질·서비스·브랜드 자산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체리의 사례를 거울삼아 한국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소프트웨어 혁신과 함께 기본 안전·내구·서비스 경쟁력을 더 공고히 다져, 양과 속도보다 신뢰와 품질로 승부하는 진짜 ‘글로벌 톱티어’ 위상을 이어가자.
Copyright © 트래블 픽 전속 기자가 직접 제작 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