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만배는 뻥쟁이”라던 정진상, 그와 의형제까지 맺은 계기는

이세영 기자 2023. 1. 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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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구속 기소)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통해 소개받은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를 “뻥쟁이”라고 부르며 가까이 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의형제’까지 맺는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관계다. 김씨에 대한 정씨의 생각이 이렇게 정반대로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왼쪽부터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조선DB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유씨는 작년 9월 검찰 조사에서 “보통 제가 정진상씨에게 누구를 만나달라고 부탁하면 ‘됐다. 너나 만나라’라는 식으로 거절했다”며 “그런데 2014년 성남시장 선거 이후에 정씨에게 ‘형님도 센 기자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라며 김만배씨를 소개해줬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는 1992년 한국일보로 입사한 뒤 뉴시스와 머니투데이를 거쳐 2021년 8월까지 법조 출입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정진상씨는 김만배씨를 만난 뒤 유씨에게 “너나 만나라. 뻥쟁이였더만”이라고 말했다고 유씨가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가 지나치게 자신의 인맥과 법조계 로비 능력 등을 과시한 걸 보고서 정씨가 김씨를 ‘뻥쟁이’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6/뉴스1

그러나 정진상씨가 김만배씨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선거운동을 돕는 전후 과정을 지켜보면서 김씨를 신뢰하게 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2014년 5월쯤 유동규씨에게 “성남 지역에 종교 단체 신도들이 많은데, 조직력이 좋아 선거운동을 하면 좋을 것”이라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유씨는 김씨와 함께 성남 분당구 서현동의 한 식당에서 종교 단체 신도 2~3명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유씨는 신도들에게 “이재명 성남시장의 선거를 도와달라”는 취지로 얘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도 신도들에게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등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조성한 20억원대 비자금 중 일부를 건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유씨는 이 만남을 정씨에게 보고했으며, 2014년 6월 4일 이재명 시장 재선 이후 정씨에게 “종교 단체를 통한 선거운동이 효과가 있었나”라고 물었는데 정씨가 “더 많은 득표를 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정진상씨의 공소장에 나온다. 한 법조인은 “김씨의 활약을 들은 정씨가 차츰 생각을 바꿔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정영학 회계사가 작년 6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 2022.6.24/뉴스1

정진상씨가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의 검찰 진술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정 회계사는 김만배씨가 대장동 사업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계기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 인사 구속 사건이 결정적이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백모씨가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보름 앞두고 같은 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허재안 성남시장 후보에게 ‘이재명 시장이 당선되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자리를 줄테니 후보에서 물러나라’고 매수하려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구속된 사건을 말한다. 백씨는 2014년 6월 27일 구속됐고, 2015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이에 대해 정영학씨는 2021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정진상씨가 김만배씨와 친해지려고 한 것은 ‘김만배가 손을 안 쓰니 백 실장이 구속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때부터 정진상씨가) 검찰과 관련해서는 ‘김만배 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백씨 사건 이후) 정진상씨가 김만배씨에게 대장동 사업 추진에 대해 약속을 하고 시기까지 2015년 전반기까지 끝내겠다고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만배씨의 파워를 실감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정영학씨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도 비슷한 정황은 나온다. 2014년 6월 29일 자 녹취록에서 남욱씨는 정영학씨에게 “백 거기(백모씨)가 구속되는 것도 만배 형(김만배)이 손을 안대고 그냥 놔두셨던 이유가 있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폭력피해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1.26. /뉴시스

검찰은 정진상씨가 ‘의형제’를 맺은 김만배씨에게 대장동 사업 주도권을 넘겨주고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의 사법 리스크를 관리하려고 한 정황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씨 등 5명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유동규·정진상·김용씨는 이재명 대표가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등 여권과 정치적 대립 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백OO가 구속되자, 평소 고위 법조인들과의 두터운 친분을 내세워 이 대표와 관련된 각종 형사사건 정보를 전해주던 김만배씨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2014년 6월 27일 김만배씨를 만나 소위 ‘의형제’를 맺자고 제안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하기도 했다.

반면 유동규씨는 김만배씨에 대한 신뢰가 처음부터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4년 정씨에게 김만배씨를 소개시켜주기 전에) 김씨를 만나 함께 있었는데 검찰 고위 간부 A씨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다”며 “저는 당시에 성남시장이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A씨가 취임 직후 김씨에게 전화를 하고 김씨는 A씨를 ‘형’이라고 부르며 전화를 받길래 ‘이 사람은 진짜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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