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3호 블라인드펀드 운용·성과보수로 1조1000억원 이상 챙겨...연평균 1000억원 수익"
"먹튀 행각"…김병주 사재 출연 등 자구책 압박 거세질 듯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데 활용한 펀드운용을 통해 1조원 안팎의 성과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져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K의 기습적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나락으로 떨어졌으나 대주주인 MBK는 성과보수를 충분히 챙겨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는 망가지고 근로자들은 대량 실직위기에 처했지만 MBK파트너스는 이미 자신들의 잇속을 충분히 챙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무런 자구책 없이 기습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신청한 MBK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난이 쉽사리 잠잠해지지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산업·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 3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인수금융(차입금)과 홈플러스의 기존 부채를 포함한 전체 인수 비용 7조2000억원 중 44%에 이른다. MBK는 이를 종잣돈 삼아 홈플러스를 인수할 수 있었다.
3호 펀드는 홈플러스 외에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두산공작기계, 네파, 대성산업가스, 일본의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홍콩브로드밴드네트워크(HKBN) 등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데도 활용됐다.
그동안 3호 펀드가 투입된 주요 포트폴리오의 투자 성적은 꽤나 준수하다. 1조원에 인수된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는 4조원에 팔려 3조원의 차익을 남겼다. 두산공작기계는 1조1300억원을 투자, 1조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거뒀다. 지난 2013년 인수된 오렌지라이프는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돼 2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줬다.
금융시장은 이를 성적표를 토대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3호 블라인드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28%대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IRR은 초기 투자 비용과 이후 투자자금의 흐름을 고려한 예상 수익률이다.
현재 3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손익이 실현되지 않은 투자 포트폴리오는 홈플러스와 네파 정도다. 두 업체의 손실이 확정된다고 해도 3호 블라인드 펀드의 전체 IRR은 최소한 15% 이상일 전망이다.
MBK가 3호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면서 벌어들인 운용보수도 적지 않다.
MBK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운용 보수로 2억5000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3630억원), 성과 보수로 5억3000만달러(약 7695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합계 1조1325억원으로 11년간 연평균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운용 보수는 펀드가 청산되지 않아 지금도 정기적으로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는 성과 보수의 경우 통상 전체 15∼20%를 유보액으로 남겨둔다는 점을 감안해도 MBK파트너스는 최소 1조원 안팎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가 MBK의 경영 실패로 핵심 점포가 매각되고, 손실이 누적되는 와중에도 정작 MBK파트너스는 관련 펀드를 운용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기고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에 대한 아무런 자구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기습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신청해 직·간접 고용인원은 물론 납품사와 외부 임대매장점주, 개인투자자들부터 심지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까지 모두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 이후 잠재적 금융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표면적인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부터 상식적이지 않다"며 "이는 MBK파트너스의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대국민 기만극'이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 대책위원회도 전날 진행한 첫 집회에서 김병주 MBK 회장을 겨냥해 "자구책 마련은 뒷전이고 서둘러 회생 신청을 해 부채를 단번에 털고 '먹튀 행각'을 벌이려던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MBK가 진정 홈플러스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3호 블라인드펀드로부터 받은 보수 일부를 내놓는 등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의 자력 회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납품기업과과 금융기관, 임직원, 점주 등 우리 국민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현재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외부의 긴급 자금 수혈의 실마리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MBK가 제공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임직원 급여로 매달 560억원, 외부 임대매장에 대한 매출 정산액으로 월 500억∼700억원이 소요된다. 때문에 홈플러스가 매달 거두는 2000∼3000억원대 매출로는 이를 돌려막기가 빠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