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선감학원 암매장지서 치아 발견
일제강점기부터 42년간 아동 인권 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 터 인근 암매장지에서 발굴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도의 유해 매장지에서 치아 10여개와 단추 4개를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치아의 특징으로 미뤄 유해 연령대는 10대로 추정되며, 단추는 피해자의 옷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실화해위는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발굴된 치아 등을 통해 피해자의 나이와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지난 26일 유해 매장지에서 시범 발굴에 들어갔다. 발굴 대상지는 전체 매장 추정지의 약 10%에 해당하는 900㎡이다. 시굴이 이뤄진 곳은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한 피해 생존자 190명 중 다수가 암매장지로 지목한 장소이다. 이곳에는 유해 150여 구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에는 나무뿌리에 엉켜있는 아동 유골과 작은 고무신 한 켤레가 발견되기도 했다.
선감학원은 조선총독부가 태평양전쟁 전사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1942년 설립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들어선 한국 정부는 부랑아 갱생·교육 등을 명분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로 연행해 격리 수용했고, 1982년 폐소됐다.
선감학원이 유지된 40년간 최소 4691명의 아이들이 국가폭력의 희생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경기연구원이 펴낸 ‘선감학원사건 피해 사례 조사·분석’에 따르면, 응답자 93명 중 93.3%가 구타를, 73.9%가 언어폭력을 겪었다고 답했다. 수용 중 성추행과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비율도 각각 48.9%, 33.3%에 달했다. 98%가 축사 관리, 염전노동, 농사 등 강제노역을 경험했고, 96.7%가 원생 사망자를 목격했다. 48.4%는 동료 원생의 주검 처리에 동원됐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시굴 결과를 반영해 다음 달 진실 규명 결과를 발표하고, 경기도에 전면적인 발굴을 권고할 계획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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