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여사 라인 정리' 압박 수위 높여…"존재하면 안 돼"

박상곤 기자 2024. 10. 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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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친한계 "김 여사 라인, 부적절한 정치 행위" vs '친윤' 권성동 "과거 정부 실패 반복 말길"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가 대통령실내 김건희 여사 라인을 정리하라는 압박의 수위를 한 층 높였다. 이르면 다음 주 초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앞두고 당정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대표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게 김 여사 라인에 대한 정리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도 한 대표는 "김 여사에 대한 국민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한 지 이틀 만에 김 여사 주변 인사에 대한 교체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앞서 한 대표는 민생 현안 외에도 김 여사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해왔다. 또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자제를 요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을 향해 '국민이 납득할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른바 '김건희 라인' 또는 '한남동 라인'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측근 그룹의 정리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싱가포르=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동포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09.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친한계도 한 대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보통 한남동 하면 김 여사께서 주로 머무르시는 곳이기 때문에, 여의도에서는 김건희 여사 라인을 표현할 때 한남동 라인이라고 한다"며 "정무나 공보 라인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부적절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표적인 사례가 총선이 끝나고 어느 날 새벽에 느닷없이 일부 언론에 '양정철 비서실장, 박영선 국무총리' 보도가 됐었다"며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같은 데서 내부 조사를 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오히려 (당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그만두고,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했던 참모들은 버젓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7·23 전당대회 당시 '팀 한동훈'으로 최고위원에 출마했던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제2부속실이 없는 상태에서 일부가 여사의 일을 도와주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논란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혹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산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 의혹을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 이분들이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든지, 여사 라인은 없다고 정리를 해주든지, 아니면 그분들에 대해 인사조치를 하든지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대표와 친한계를 향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대표적 친윤 인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 대표가 '친윤이든 대통령실이든 익명성 뒤에 숨지 마리'고 말한 직후 친한계 인사들의 '한남동 7인회'와 같은 발언이 익명을 타고 언론을 장식했다"며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총선백서'조차 못 내놓고 있으면서, 이처럼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 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왔다"며 "김영삼 정부, 노무현 정부 모두 당정 갈등 때문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한 대표가 지금과 같은 길을 걷는다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부디 과거를 거울로 삼아,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한 대표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관련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권 의원은 "그때는 기소조차 못 했으면서 이제 와서 '국민의 눈높이'를 운운하고 있다"며 "법무부장관 시절 한 대표께서는 왜 국민의 눈높이를 존중하지 않았나. 그 시절 헌신짝이 왜 오늘은 금과옥조로 바뀌었나"라고 했다.

또 "한 대표는 법무부장관과 당 대표라는 지위에 따라 말이 바뀌고 있다. 여의도 판 '한고집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한 대표는 검사 시절에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기소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그런데 한 대표가 지휘했던 소위 '적폐청산' 수사는 왜 이렇게 무죄율이 높았나"라고 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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