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진이 이렇게 미움 받을 줄은... 나만의 빌런 만들려 노력했죠”
올해로 데뷔한 지 12년. 배우 임지연(32)은 ‘더 글로리’ 이전에 악역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어지간히 착하게 생겼나 보다” 싶을 때도 있었다. 이렇게 빨리 진짜 악역 기회가 찾아올 줄도 몰랐다. 그런 그가 ‘더 글로리’의 반성할 줄 모르는 학폭 가해자 ‘박연진’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17일 만난 그는 “모든 게 신기하다.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연진이는 착하게 생겼는데 악마야. 속에서 악마가 나오는 천사 같은 얼굴이었으면 좋겠어’ 하셨어요. 저한테서 악마 같은 뭔가를 보셨던 걸까요.”
그는 “사실 지금도 인간 임지연으로서 연진이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체 어떤 인간이길래 이럴 수 있지 싶었죠. 그렇게 태어났고 살아왔기 때문에 어떤 죄책감도 못 느끼는 사람, 그렇게 답을 찾고 조금씩 풀어나갔어요. 연진이 같은 사람이 세상에 한 명은 있을 거라 믿어야 했어요.”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참고할 역할을 찾겠단 생각은 버렸다. 대신 “나만 할 수 있는, 어디에도 없던 ‘빌런’이 되자”고 결심했다. “내 안에 연진스러움의 원천이 있을 거라 믿고 그게 묻어나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제가 표정 근육을 그렇게 많이 쓰는 줄 완성된 드라마를 보면서 알았어요. 눈썹이 짙은데 정말 많이 움직이는구나. 미간의 주름이 정말 많구나. 한쪽으로 웃는 버릇이 있는데 그런 것도 연진이에게 어울리게 활용했고요.” 세상 가장 밉상인 연진의 말투와 몸짓이 그렇게 태어났다.
욕을 할 때도 혼자일 때, 친구와 있을 때, 동은을 만날 때를 구분해 썼다. 담뱃불을 붙이고 끄는 것도 상황별로 다르게 설정했다. 한꺼번에 몰아 찍은 기상 캐스터 장면에선 “정보량이 많은 예보 장면까지 몇 달 동안 입에 버튼 누르면 나올 만큼” 대사를 외워, 프롬프터도 필요 없었다. 이런 노력과 디테일이 모두 모여 ‘박연진’이라는 매력적 악역이 완성됐다.
“제가 연기하면서도 연진이 정말 미웠어요. 특히 동은이가 마지막 기회를 주는데 ‘난 잘못한 거 없어’ 할 때, 동은을 돕는 ‘현남’(염혜란)의 집에 가서 ‘오늘 남편 일찍 오겠네요’ 할 때. 그리고 어린 연진(신예은)의 고데기 장면들은 진짜 저도 보기 힘들더군요.” 임지연은 하지만 “연진이도, 가해자 친구들도 더 많이 미움받으면 좋겠다. 악역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 가장 기쁘다”며 웃었다.
악역이 ‘인생 캐릭터’가 된 게 부담되진 않을까. “지금은 절실한 마음으로 했던 작품이 사랑받아서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연진이로 사랑받았는데, 당장 ‘연진을 버릴 수 있게 다른 걸 할 거야’ 같은 생각은 안 하려고요. 그런데 당장 다음 작품에선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현남’ 같은 역할이랍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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