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수2세 회사 부당지원’ 116억 과징금 맞은 삼표, 공정위 상대로 취소소송

공정위, 유리한 조건으로 75억원 ‘부당이득’ 본 삼표산업 제재

서울 종로구 삼표산업 본사 사무실 모습. /뉴스1

삼표산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기업 총수 2세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레미콘 원자재를 시세보다 비싸게 구매했다며 지난 8월 삼표산업에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삼표산업이 공정위 처분에 반발한 것이다.

28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이달 초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 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접수했다. 이 사건은 서울고법 제6-2행정부에 배당됐다. 사건의 재판 기일은 지정되지 않았다.

삼표는 동일인 2세인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피네이처를 그룹의 핵심 모회사로 만들기 위해 부당 지원을 계획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레미콘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인 ‘분체’ 공급을 담당하며 국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에스피네이처는 동일인 2세인 정대현이 최대주주로, 71.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에스피네이처의 작년 매출액은 5162억1200만원, 영업이익은 253억700만원을 기록했다.

삼표산업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에스피네이처로부터 분체를 구매하면서 에스피네이처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연간 일정한 공급 단가를 적용해 분체를 거래하면서 비계열사와의 평균 공급 단가와 4% 이상의 차이가 발생할 경우 초과분만을 추후 정산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는 연간 공급 단가를 비계열사 평균보다 훨씬 높게 설정해 모든 거래에서 단가 차이가 나도록 했고, 그 차이가 4%를 초과하는 부분만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결과적으로 에스피네이처가 모든 거래에서 시세 대비 4%의 이득을 챙긴 것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거래 방식을 통해 에스피네이처가 약 74억9600만원에 달하는 추가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해당 행위를 부당 지원으로 규정하고 제재 및 고발 조치를 결정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삼표산업의 자회사인 삼표레일웨이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삼표레일웨이가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시장 참여를 방해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고 판단해 제재를 결정했다.

삼표산업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들을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삼표산업 측은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삼표산업은 공정위의 판단이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하며, 계약 조건이 합리적인 수준이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는 지원 주체인 삼표산업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정위가 삼표산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용식)에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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