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향한 ‘노골적 구애’, 트럼프의 ‘진짜 노림수’는?
“실제론 ‘협상 준비’도 ‘협상 의지’도 없어…트럼프의 정치적 쇼에 가까워”
(시사저널=김하늬 미국 통신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 구애가 심상치 않다. 2025년 가을, 그와 꼭 대화하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 기간 연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도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일까, 아니면 전략적인 계산이 깔린 움직임일까. 트럼프는 과연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북한에 손을 내미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꾸준히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향을 내비쳐왔다. 그는 재집권 후 첫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 "그를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이라면 "김 위원장이 원하면 바로 만날 수 있다"며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외교적 수사(修辭) 이상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즉흥적 외교 방식이 또 한번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는 이미 첫 임기 중이던 2019년 6월 '예측 불가능한 회담'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현재의 X) 제안'에 김 위원장이 응하며 만남이 급물살을 탔다.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비무장지대(DMZ)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올리자, 북한 외무성이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하며 역사적인 회동이 성사됐다. 트위터에 글을 올린 지 36시간 만에 판문점에서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 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중·러 뒷배 얻은 北, 美에 매달릴 이유 적어져
다만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게 언론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구애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 외교 스타일을 평가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2019년 때와 달리 북·미 정상회담의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각종 환경이 만들어진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출신으로 미국 조야의 대표적 지한파(知韓派)인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원도 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북한이 응할 유인요소가 많지 않아 회담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10월28일(현지시간) 주최한 포럼에서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2019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리고 32시간 후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회동이 이뤄졌지만, 이번엔 다르다"며 "북한은 그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더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어 (회동)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더 이상 절박하게 제재 완화를 요구하지 않으며 대신 '대체 외교 축'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즉 북한은 2019년 당시처럼 제재 완화나 이득이 절박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러시아, 중국과의 공조로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외부 환경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집요하게 회담을 원할까?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들은 그의 즉흥적 외교 스타일 여부를 떠나 리더십 이미지 강화 및 외교적 존재감 부각을 위한 제스처로 평가한다. 그가 '평화를 이끄는 지도자'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회복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1기 때 세 차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강력하게 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 본국 정치에서 어떤 입장이든 '대북 외교'를 통해 자신의 국제적 위상을 확대하려는 동기라는 계산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회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회담을 열었다는 '성과 이미지' 자체가 국내 정치에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트럼프가 미국 내에서 각종 형사 기소와 정치적 논란에 직면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교적 성과가 '국면 전환용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노벨 평화상을 다시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는 이미 2018년 회담 직후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2025년 초에도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르몽드는 트럼프의 노벨상 집착을 "외교적 성과를 위한 노력이라기보다 명예욕"이라고 해석했다.
'국면 전환용' 카드로 北 이용하는 트럼프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갈망하면서 '김정은과 만나면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에게는 대북 제재가 있다"며 "아마 이보다 큰 것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는 대북 제재 문제를 김 위원장에 대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핵 보유 세력" "김정은이 원하면 북한으로 갈 수 있다"고도 발언한 점을 감안할 때 '제재 완화'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회담을 성사시키고, 이를 통해 '노벨상'급 외교 업적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의 접근 방식에 대해 극히 냉소적이다. 트럼프가 회담 제안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준비'도 없고, 진지한 '협상 의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지 W 부시 연구소는 "북·미 정상회담은 더 이상 성과 있는 협상이 아니라 정치적 쇼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소의 조셉 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날 의향이 있다고 하지만 김정은이 미국에 양보하지 않고도 러시아와 중국 같은 권위주의 동맹국으로부터 경제적·정치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잠재적인 정상회담을 확보하는 데 미국의 영향력은 트럼프의 첫 임기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은 트럼프가 회담을 제안하면서도 구체적인 의제나 협상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점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 북한 역시 이에 대한 반응을 자제하고 있으며, 실무 차원의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트럼프와 김정은이 다시 만난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그 내용과 성과다. 많은 전문가는 "또 한번의 회담이 과거처럼 '역사적 장면'만을 남긴다면, 이는 북한에만 이익이 될 뿐"이라고 입을 모아 비판한다. 회담이 단지 또 한 장의 '기념사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반복되는 트럼프의 '김정은 구애'는 정치적 도박으로 끝날 것인가. 실질적인 평화 프로세스 재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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