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새책] 출판사의 첫 책 외 3권

출판사의 첫 책 = 인터뷰 및 기록 전문 송현정 작가가 '이들은 왜 출판사를 차렸나?', '왜 이 책을 첫 책으로 기획했나?'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최근 5년 동안 출판사를 창업한 대표 10명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인터뷰 모음집. "책을 만들던 당시 제주에서 비자림로 확장을 목적으로 비자나무 숲을 기습 벌목하는 일이 일어났어요. 저희는 현장에서 주검이 되어 쌓여 있는 나무들을 봤고요. 같은 시기에 '숲에서 나오는 양분이 연안 해역과 생태계를 먹여 살린다'는 내용의 책도 읽고 있었기에 나무를 베어 책을 만들지는 말자는 생각을 굳히게 됐죠. 환경에 떳떳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자 했어요." 268쪽. 핌. 1만 8000원.

학교를 바꾼 인권 선언 = '학생인권조례의 거의 모든 것'이란 부제처럼 학생인권조례의 배경과 역사, 이후 교육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일목요연하게 살피는 책. "사회가 민주화되어 가고 인권 의식이 높아져 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인권과 민주주의는 교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현실, 학생인권 문제가 반복적으로 이슈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해결되지는 못하던 상황, 2005년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거리 집회와 활동들, 그리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외면이, 입법을 통해 학생인권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시도를 불러왔다." 공현·진냥 지음. 235쪽. 교육공동체벗. 1만 4000원.

입술이 입술에게 = 창녕 출신으로 2009년 <문예시대>로 등단한 권명해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물과 풍경을 민활하게 감응하며 사물과 타자를 만나 자기 내면을 표현한 6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초점이/ 움직일 때마다/ 신음 소리 흔들린다// 참아 낸/ 공복 속으로 이는 바람/ 무정한 바닥의 등에 앉아/ 눈꺼풀 비비며// 그늘을 지운다// 고통이 고통을 호소한다/ 다시는 그의 무게를 올려놓지 않겠다고/ 무릎을 꿇고/ 기름칠하는 심장에 돌을 던지며// 추락하는 비행기/ 의자 마디를 움켜쥔다"('의자의 관절' 전문) 144쪽. 산지니. 1만 4000원.

혼자 웃네 = 경남에서 활동하는 강천 수필가의 세 번째 수필집. "장맛비가 잠깐 그치는가 하더니, 금산 마루가 다시 운무에 휩싸였다. 언덕 너머 보리암으로 향하는 숲길이 안개에 묻혀 아스라하다. 비에 젖어 나뒹굴고 있는 꽃송이가 눈에 밟힌다. 노각나무꽃이다. 누가 동백 사촌 아니랄까. 뚝, 송이째 떨어졌다. 너부러진 낙화 앞에 주저앉는다. 절간으로 향하던 걸음이어서일까. 문득 생과 사, 그 갈림이 화두처럼 마음에 내려앉는다. (중략) 그렇게 특별하지도, 그리 귀하지도 않은 꽃 잔해를 붙들고 이리 길섶에 쪼그리고 앉은 이유. 마음이 머문 탓이다. 잠깐의 인연이지만." 192쪽. 도서출판 경남.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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