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인천이 만드는데 왜 요금은 더 내야 하나

인천의 2024년 전력자립률은 192%다. 서울(12%), 경기(62%)와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영흥화력발전소를 비롯한 8개 대규모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경기로 송전된다. 전국 특·광역시 중 전력자립률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정부가 2024년 7월 공표한 방안은 전국을 수도권·비수도권·제주 3개 권역으로 단순 구분해 전력 도매가격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식대로라면 인천은 서울, 경기와 함께 '수도권'으로 묶여 수도권 전체 평균 전력자립률 65%로 전기요금 인상 대상지역이 된다. 전력자립률 3%의 대전, 9%의 광주는 '비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저렴한 요금 혜택을 받는다. 행정구역만으로 요금을 결정하는 불합리한 방식이다. 이런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인천시, 정치계, 경제계, 시민단체 및 언론을 중심으로 전기요금 역차별 반대 여론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시의회에서는 김규남 의원이 "분산에너지법 시행 시 서울시민 가구당 연간 144만 원, 서울 전체로는 5조5천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며 반발했다. 반면 환경운동연합은 10월 정부의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탑 구축 계획을 "지방을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라며 차등요금제 조속 시행을 촉구했다. 지역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면서 합리적인 제도 설계는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허종식·김교흥 의원이 지역별 전력자립률을 반영하는 분산에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소위원회에 두 차례(4월, 9월) 상정됐다가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심사가 보류됐다. 11월에는 이용우 의원이 전력자립률, 송전손실 등을 반영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에만 관련 토론회가 3차례(1월, 3월. 9월) 열렸고 4월에는 인천을 포함한 5개 지자체가 손잡고 산업부에 전력자립률 반영을 요구한는 공동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시행 시기를 '2025년 상반기'에서 '2025년 중'으로, 다시 '2026년 이후'로 계속 미루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통령은 12월 10일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전력 생산지 인근 전기요금을 낮게 하는 지산지소(地產地消)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인천은 어떤가. 인천은 서울·경기보다 월등히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데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천명한 '지산지소' 원칙에서 배제된다. 정부 스스로 내세운 원칙과 실제 정책이 충돌하는 명백한 모순이다.
인천시민들의 희생은 요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인천은 수십 년간 수도권 전력의 중추 공급지로서 국가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며 대규모 발전설비와 송전 인프라에 따른 환경·사회적 부담을 고스란히 감내해 왔다.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산화물에 수십 년간 노출됐고 초고압 송전선로의 전자파 위험도 감수했다. 이 모든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지불한 인천시민과 기업이 전기요금마저 더 내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향후 시행될 전기요금 체계는 단순히 '수도권-비수도권' 구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별 전력자립률, 발전설비 입지, 송전망 기여도, 환경적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체계로 개편돼야 한다. 국회는 발의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대통령이 강조한 '지산지소' 원칙이 인천에서도 실현돼야 한다. 우리가 만든 전기, 우리가 감내한 희생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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